▲ '매각설'로 업계를 술렁이게 만들었던 SK플래닛의 오픈마켓 11번가. 출처= SK플래닛 

오픈마켓, 소셜커머스를 막론하고 최근 국내  E-커머스 업계의 분위기는 좋지 않다. 공통된 고민은 바로 ‘수익성’이다. 유통에서  E-커머스의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있지만, 실제 돈을 벌고 있는 업체는 드물다.

며칠 전 SK플래닛의 오픈마켓 11번가가 분사 후 매각된다는 소식에 대해 SK플래닛 서성원 대표가 사실무근임을 밝혔던 해프닝의 핵심에도 수익성 악화가 있었다. 소셜커머스 업체들도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발생한 사건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혼돈의 국내  E-커머스 업계.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   

11번가 ‘매각설’ 모두가 납득했던 이유 

SK플래닛의 자회사 커머스플래닛에서 운영하던 11번가는 지난해 2월 SK플래닛으로 합병되면서 그룹 차원의 전폭적 지원을 받았다. 그래서 11번가의 서비스 개선이나 공격적 마케팅은 지난해 2월을 기점으로 전과 후가 확연하게 다를 정도의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그 모든 결과물에는 막대한 비용의 투입이 있었고, 이는 이전까지 한껏 과열돼 있었던  E-커머스 업계의 출혈 마케팅 경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면서 SK플래닛은 2016년 3650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한다. 업계 1위 이베이코리아의 G마켓을 뛰어넘는다는 목표가 무색해진 실적이었다. 

이러한 가운데 나온 ‘11번가 매각설’은 힘을 얻을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매입의 주체로 거론된 업체들은 국내 오프라인 유통의 강자인 롯데와 신세계였다. 막대한 투자 금액의 효율성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11번가의 상황을 감안하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SK플래닛 측은 매각설을 일축했다.

SK플래닛 서성원 대표는 “올해 11번가는 건강한 성장이라는 목표 아래 기반을 착실하게 만들어가고 있고, 지난해 문제가 된 손익 측면도 개선 추이를 보이고 있다”며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분사 후 매각’이라는 방안은 전혀 논의된 적 없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업계에서 11번가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여전한 불안감이 있다.    

위기의 쿠팡, 삐걱대는 티몬·위메프

쿠팡은 업계에서 가장 고민이 많은 업체다. 업계에서 쿠팡은 수익성 악화의 ‘아이콘’처럼 여겨지고 있다. 쿠팡의 2016년 영업 손실은 5470억원이다. 업계 최대 규모인 2조원 대에 육박하는 매출(1조9159억원)에 대해 업계는 큰 의미부여를 하지 않는다. 이는 쿠팡의 상징과도 같은 사업인 로켓배송의 마이너스 수익구조가 개선되지 않으면서 손실의 대부분이 로켓배송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에 대한 지적이다. 이후에 불거진 쿠팡맨 (로켓배송 직원)들의 급여 등급 논란, 물류센터 폐쇄 논란, 로켓직구 사업 김범석 대표 친인척 경영 논란 등의 중심에는 ‘수익성 악화’가 있었다. 여기에 그간 PB상품군의 마련을 주저하던 쿠팡이 PB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도 수익성 악화에 따른 ‘궁여지책’으로 해석됐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해 손실액을 1424억원에서 636억원으로 대폭 줄인 실적 선방으로 잘 나가다 싶었던 위메프는 고객 개인정보 누출 논란으로 휘청거렸다. 티몬은 사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권고사직이 ‘수익성 악화’와 맞물려 다시 한 번 구설수에 올랐다.  

이베이코리아나 인터파크에게도 경쟁 업체들의 연이은 ‘악재’ 소식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업계가 점점 성장곡선을 그려가며 규모를 키워가야 할 시점에서 조성되는 불안심리는 장기적 관점에서 나머지 업체들에게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E-커머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의 업체들 중 한 곳이 실적 부진으로 망한다고 해서 경쟁업체들이 그만큼의 반사이익을 얻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업계 전체의 성장을 위해서는 문제를 냉정하게 파악하고 각자의 상황에 맞는 수익성 강화 전략이 실행돼야한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한 전문가는 “온라인 유통의 성장은 글로벌 단위의 추세이며 우리나라도 그 추세를 거의 그대로 따라가고 있지만 업체들의 과열된 비용 출혈 경쟁으로 시장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경쟁사보다 몇 명 많은 고객들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기보다는 업계 전체의 성장으로 고객들에게 앞으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