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차 모하비 / 출처 = 기아자동차
▲ 쌍용차 G4 렉스턴 / 출처 = 쌍용자동차

SUV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국내 자동차 시장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자료를 살펴보면 2011년 21만6889대 규모였던 국내 SUV 판매는 지난해 45만2295대로 2배 넘게 커졌다. 연평균 성장률도 15.8%에 이른다. 같은 기간 전체 자동차 시장은 157만9212대에서 182만4779대로 연평균 2.9%씩 성장하는 데 그쳤다. 승용차 판매는 2011년 92만6899대에서 2016년 80만673대로 오히려 줄었다.

▲ 출처 = 한국자동차산업협회

B-세그먼트

SUV 시장 성장을 주도한 것은 단연 B-세그먼트 SUV다. 르노삼성 QM3와 쉐보레 트랙스가 포문을 연 시장에 쌍용차 티볼리가 가세하며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2013년 처음으로 9215대가 팔리며 본격적으로 알려진 시장이 2014년 2만8559대, 2015년 8만2308대, 2016년 10만4936대로 연평균 125%씩 성장했다. 실용성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고객들이 늘며 수요가 뛴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현대차와 기아차도 각각 코나, 스토닉을 앞세워 이 시장 경쟁에 참여한다. 국내 완성차 5개사가 모두 뛰어든 것이다.

대형 SUV

반면 E-세그먼트로 분류되는 대형 SUV 시장은 상대적으로 성장세가 더디다.  2011년 2만3552대 규모였던 시장이 지난해 2만9905대로 정체돼 있다. 마땅한 선수가 없어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국내 E-세그먼트 SUV 시장에는 기아차 모하비 외에 대형 SUV 선택지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 모하비 역시 출시 이후 부분변경만 한 차례 거쳤을 뿐 뚜렷한 상품성 개선이 없었는데 수요를 꾸준히 유지해왔다. 다양한 차종이 경쟁하며 고객을 유인할만한 상황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 쌍용차 G4 렉스턴 / 출처 = 쌍용자동차
▲ 쌍용차 G4 렉스턴 / 출처 = 쌍용자동차

블루오션

완성차 업체들은 그간 대형 SUV 시장을 큰 매력이 없다고 판단해온 것으로 보인다. 별도의 생산 라인을 투입하는 것도 부담이고, 가격이 높아 판매를 크게 늘리기도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수입차 시장 성장과 함께 상황이 달라졌다. 프리미엄 SUV 브랜드 랜드로버 등이 폭발적 성장세를 이어간 것이다. 가격에 대한 장벽도 낮아졌다. 5000만원 이상 수입 프리미엄 SUV 판매는 2012년 1만5696대에서 2014년 2만6170대, 지난해 4만7065대로 성장했다.

G4 렉스턴

그랬던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쌍용차가 티볼리를 이을 브랜드의 주력 차종으로 대형 SUV ‘G4 렉스턴’을 출시한 것. 당초 렉스턴이 판매 중이긴 했으나 존재감이 크지 않았던 상황에서 풀체인지된 신형 모델을 선보이며 주도권 잡기에 나선 것이다. 쌍용차는 차량 개발 뿐 아니라 마케팅에 힘을 쏟으며 차량 알리기에 나섰다. G4 렉스턴은 지난 5월 출시돼 2703대의 판매량을 올렸다. 신차답게 단숨에 E-세그먼트 SUV 시장 판매 1위 자리를 꿰찼다. 모하비 판매는 4월 1591대에서 5월 1783대로 오히려 늘었다. 시장에 경쟁차가 진입하며 고객들의 관심이 집중, 전체 시장 파이가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 기아차 모하비 / 출처 = 기아자동차
▲ 기아차 모하비 / 출처 = 기아자동차

정통 SUV

크기 분류를 E-세그먼트로 한다는 것 외에 두 차량의 가장 큰 공통점은 정통 SUV를 표방했다는 점이다. 모하비는 현대차그룹 SUV 중 유일하게 프레임타입으로 제작된다. G4 렉스턴도 마찬가지다. 지붕·바닥 등을 일체형으로 만드는 모노코크타입과는 다른데, 연비나 제작 효율성 등에서 손해를 보는 대신 단단한 차체 강성을 바탕으로 험로 돌파 능력이 우수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제원표를 두고 두 차량을 비교하면 모하비가 80mm 더 길지만 전폭은 G4 렉스턴이 45mm 더 넓다. 축거는 모하비가 30mm 더 길다. 체감상 크기 차이는 느끼기는 힘들 정도다. 

3.0과 2.2

다른 심장을 지니는 것으로 인해 주행감각, 연비, 가격 등이 엇갈리게 된다. 파워트레인이 두 차량을 구분짓는 핵심이다. 모하비는 3.0 디젤 엔진, G4 렉스턴은 2.2 디젤 엔진을 각각 품었다. 기아차는 8단 자동변속기, 쌍용차는 7단 자동변속기를 각각 택했다. 3.0 엔진을 품은 모하비는 최고출력 260마력, 최대토크 57.1kg·m의 힘을 낸다. G4 렉스턴은 187마력, 42.8kg·m까지 힘을 낼 수 있다. 더 큰 엔진을 가진 모하비가 견인력과 힘에선 앞선다. 

▲ 출처 = 각 사

가성비

그렇다고 모하비가 무조건 경쟁력이 높다고 속단하기는 이르다. 엔진의 선택에 따라 많은 것들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크기(외관)는 비슷하지만, 심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출력은 모하비가 앞서지만, 필연적으로 연비는 G4 렉스턴이 우수하다. G4 렉스턴은 10.1~10.5km/ℓ 수준의 연비를, 모하비는 9.8~10.3km/ℓ 수준의 효율성을 보여준다. 공차중량도 모하비가 100~200kg 가량 더 무겁다. 가격 차이도 있다. G4 렉스턴은 3350만~4510만원, 모하비는 4110만~4915만원이다. 최상위 트림 모델을 선택할 경우 모하비가 400만원 가량 더 비싼 셈이다. G4 렉스턴은 모하비보다 최근 출시된 차인 만큼 9에어백, 스마트 테일게이트 등 일부 안전·편의 사양이 추가됐다. 프레임 타입의 대형 SUV 시장에서는 당분간 이 두 차종이 치열한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 프레임 바디 자료사진. 모바히, G4렉스턴 등에 적용됐다. 단단한 차체 강성을 바탕으로 험로 주파 능력이 우수하다는 장점을 지닌다. / 출처 = 쌍용자동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