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소형 증권사들의 입지는 점차 좁아지고 있다. 대형사들에 눌리고 핀테크 기업들의 성장에 치인다. 특화를 위해 노력하지만 기존 위탁매매의존도를 쉽사리 버리기도 어렵다. 방법은 하나다. 핀테크 기업과 동반자가 돼 ‘특화’를 현실화 시키는 것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증권사들의 2011~2015년 데이터를 분석해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증권사의 자산규모가 증가하면 각종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 대형화의 이점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보면 증권업은 대형사=브로커, 중소형사=IB라는 구조적 특징을 보였다.    ‘대형화’하면 ‘IB업무활성화’를 떠올리지만 이러한 공식은 성립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증권사의 대형화가 인수주선, 인수합병(M&A) 자문 등의 IB업무보다 브로커업무(위탁매매중개)에서 주로 이뤄져왔음을 뜻한다.

이지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원은 “대형화정책을 IB 업무 활성화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위탁매매 업무의 대형화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증권사들이 ‘글로벌 IB’를 외치며 이에 집중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브로커업무에서 대형화가 이뤄진 만큼 이 부문에 대한 전략도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 연구원은 “증권업의 집중도가 증가할 경우 틈새시장에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소형 증권사 기반이 약해질 수 있다”면서 “대형화는 국내 시장지배력 강화보다 역내 자본시장 진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또 “중소형사는 기술·비용 효율성은 높지만 수익·이윤 효율성은 낮다”며 “전문화가 필요하므로 명목 뿐인 일부 라이선스는 반납해 필요유지 자기자본 부담을 줄이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 증권사 효율성 측정 결과 및 시사점 [출처:한국금융연구원]

국내 증권업계는 크게 대형화와 특화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러나 대형화를 추진하는 증권사들이 국내 시장지배력을 강화할 경우 중소형 증권사들은 설자리가 없어진다. 따라서 대형화를 추진하는 증권사들은 덩치에 걸맞은 역내 자본시장 진출, 중소형 증권사들은 크라우드펀딩 전문성, 핀테크 업무 개발 등을 통해 특화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P2B 기반 중소기업금융, 로보어드바이저 등을 활용한 맞춤형 자문서비스 등이다.

중소형 증권사들이 생존하기 어려운 것은 대형사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어려운 점도 있지만 핀테크 기업들의 성장과 공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한 P2P금융업체 관계자는 “P2P금융하면 대출이 주력이기 때문에 은행과 경쟁하는 것 같지만 투자도 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증권사와 경쟁하는 격”이라면서 “향후 규제가 어떤 방향으로 정해지는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빅데이터 등의 기술적 측면에서 이미 보험, 자산운용 등에도 진출 가능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최근 로보어드바이저 기술을 도입해 자문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사들이 늘고 있다. 얼핏보면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이 금융사들의 하청업체로 보일 수 있으나 로보어드바이저 업체가 자체로 자문서비스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주동원 파운트AI 대표는 “투자자문이나 자산운용업 진출은 라이선스만 있으면 가능하다”면서 “일부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은 투자자문과 자산운용에 이미 진출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핀테크 기업들이 무서운 이유는 은행을 중심으로 증권, 보험, 카드 등이 연계영업을 하는 기존 금융업계의 습성을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형금융사보다는 중소형금융사들에 대한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중기특화증권사가 답은 아니다...“핀테크 기업과 상생해야”

지난해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을 돕기 위해 선정된 중기특화증권사는 IBK투자증권, 유안타증권, 유진투자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 키움증권, KTB투자증권 등 6곳이다. 중기특화증권사의 라이선스 기간은 2년으로 이들은 만기를 무난히 채울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크라우드펀딩 결과를 놓고 라이선스 재취득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기특화 증권사들이 라이선스를 취득한지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남은 1년 동안의 크라우드펀딩 결과에 따라 라이선스 재취득 여부가 결정된다.

중기특화증권사들은 크라우드펀딩 성공을 위해 중소벤처기업 지원, 흥행이 예상되는 영화와 뮤지컬 베팅, 회사발굴에 이은 상장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여전히 증권사들은 위탁매매수수료 의존도가 높다”면서  “중소형 증권사들은 대형사 대비 라이선스 비용 부담이 큰 만큼 이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수익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증권사들의 위탁매매수수료 의존도를 줄이고 중소형증권사들이 특화를 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브로커리지 라이선스를 개방해 경쟁을 극대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탁매매 업무와 같은 단순 업무에서 진입규제를 완화하면 우선 중소형 증권사들의 라이선스 유지 비용 부담이 줄어든다. 경쟁이 심화되면 위탁매매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들고 자연스럽게 특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이 때 중요한 게 핀테크 업체들이다. 핀테크 업체들은 기술 측면에서 다양한 분야에 진출할 수 있으나 규제는 물론 ‘보이지 않는 장벽’이 동시에 존재한다. 한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P2P 금융업체들의 경우 대부업체로부터 신고를 당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고의는 아니지만)약관 등에 대한 허점을 금융당국에 신고하는 행위도 발생한다”고 전했다. 그는  “자기 영역을 파고들다보니 생존의 위협을 느끼면서 이러한 행위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핀테크 기업들은 기술력으로 승부하지만 규제와 ‘보이지 않는 장벽’에 부딪힌다. 중소형 증권사들은 핀테크 기업 성장에 위협을 느끼고 대형증권사와의 경쟁에서 또 한 번의 위협을 느낀다. 특히 중기특화증권사들은 관련 라이선스를 재취득하지 못할 경우 수익구조가 줄어들 수 있는 위험도 있다.

이에 중소형 증권사들이 핀테크 기업들과 우선 손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특화를 해야만 하는 중소형 증권사와 이러한 특화를 현실화시켜 줄 수 있는 주체가 핀테크 기업이기 때문이다.

한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이상적이긴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면서 “자칫 잘못하면 수익 전체가 망가져 기업이 부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측면에서 분명 가야할 길인 것은 맞으며 핀테크 기업들의 어려운 점을 해결해주고 또 도움을 받아 말만 특화가 아닌 진짜 특화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