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저격수'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23일 취임 후 처음으로 4대 그룹과 만난다. 오너가 아닌 그룹 전문경영인을 만난다. 재계의 관심은 그의 입에 쏠려 있다. 이들은 말을 아끼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4대그룹 간 정책간담회가 오는 23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대한상의 20층 챔버라운지에서 열린다. 1시간 동안 이뤄질 정책간담회는 김 위원장의 인사말을 포함 10분간 언론에 공개하고 나머지 50분간 이어지는 회의는 비공개다.

공정거래위원장이 4대그룹 최고 경영진과 만나는 것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시절 이후 13년 만이다.

이번 회동에 삼성그룹은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참석하고 현대자동차그룹은 정진행 현대차 사장, SK그룹은 그룹 컨트롤타워인 수펙스추구협의회의 대외 창구인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LG그룹은 그룹 지주회사인 ㈜LG 하현회 사장이 각각 참석한다.

재벌개혁을 강조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와 4대 그룹 경영진 간 첫 회동이라는 점에서 이번 간담회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재벌개혁을 지난 대선에서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김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재벌 정책 방향을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재벌개혁과 관려한 정책을 설명하고 재벌 스스로 자율적인 개혁에 나서줄 것으로 당부할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경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각 그룹이 가지고 있는 일감몰아주기, 순환출자, 부당내부거래 등을 개혁할 수 있도록 태도 변화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김 위원장이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을 보면 유추가 가능하다. 김 위원장은 당시 “재벌은 한국 경제이 소중한 자산”이라면서 “이 자산이 더 발전해 미래를 여는 데 앞장섰으면 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기업 스스로 모범사례를 만들어가는 포지티브 방식으로 재별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면서 “그것이 합리적이며 개혁의 성과를 내는 방식”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강한 개혁의지를 내비쳤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월부터 45개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실태점검을 실시했고 제출된 자료를 분석해 혐의가 발견되는 기업은 규모에 관계없이 직권조사를 진행할 것"이라면서 "기업거래 분야에서도 실태점검을 진행하고 이를 토대로 적극적인 직권조사를 연내에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45개 기업집단에는 롯데와 신세계, 현대백화점과 하림, 아모레퍼시픽, 하이트진로 등 유통과 식품 대기업들이 대거 포함돼 있는데 특히 내부거래 비중이 큰 기업들은 바싹 긴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정위는 이미 백화점·대형마트의 갑질 근절을 위해 22일 대형마트와 백화점에 부과하는 과징금 부과기준 금액을 2배 높이는 내용의 ‘대규모유통업법 과징금 고시 개정안’을 다음달 12일까지 행정예고하는 등 날카로운 칼을 빼들었다. 공정위는 한 과징금 감경기준도 자본잠식율,부채비율, 당기순이익 적자여부 등으로 적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