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상품연구소 최낙삼 소장(왼쪽), 이영빈 대표이사(오른쪽) 부부. 사진= 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좋은상품연구소의 이영빈 대표이사와 최낙삼 소장은 지금으로부터 21년 전 상품기획 일을 함께 하면서 부부의 인연을 맺었다. 이 대표는 거래업체의 상품기획 담당으로 최 소장은 홈쇼핑 업체의 MD로 일했다. 상품기획에 대한 두 사람의 열정은 서로를 강하게 끌어당겼고 끝내는 남은 평생을 같은 곳을 바라보며 살게 됐다. 그리고 이후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부부는 여전히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이로운 상품을 기획하고 소개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좋은 상품을 발견하고 소개하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일’이라고 말하는 부부. 마주한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서글서글한 미소가 꼭 닮은 좋은상품연구소 이영빈 대표이사와 최낙삼 소장 부부를 만나고 왔다.

 

비즈니스에서 맺어진 부부의 인연

1996년 최낙삼 소장은 CJ오쇼핑의 MD로 일하고 있었고 이영빈 대표는 홈쇼핑에 외국 브랜드화장품을 납품하는 상품기획 담당자로 일했다. 유통업체와 제조업체 간 긴밀한 협조가 중요한 상품기획 업무 특성상 둘은 가장 많은 대화를 ‘해야만 하는’ 사이가 됐다. 아마 이 대표나 최 소장이 업무에 대해 열정이 부족한 사람이었다면 인연이 맺어지지 않았을 수도. 그러나 둘은 그 누구보다 자신의 업무를 사랑하는 이들이었다. 일에 대한 두 사람의 열정은 이내 서로를 향한 이끌림으로 조금씩 옮겨갔다. 이렇게 부부의 연을 맺은 두 사람은 자신들만의 상품기획을 하고 싶어 했고 부부는 회사를 벗어나 의기투합했다. 최낙삼 소장은 “아마 아내(이 대표)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상품기획자를 이처럼 오래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지나간 날들을 회상했다.

 

부부의 노력, 그리고 첫 성공사례

부부는 회사를 떠나 개별 기업들의 상품기획을 컨설팅해주는 일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국내 한 건해산물 제조업체의 컨설팅을 전담하게 됐는데 이 업무의 시작은 부부에게 있어 일생일대에 잊을 수 없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이 대표는 “2010년대 우리나라의 건해산물 시장은 단순히 원물을 건조하는 단순 공정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유통 시스템도 지금과 비교하면 수준이 굉장히 떨어져 큰 부가가치를 만들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며 당시의 열악한 건해산물 시장 상황을 설명했다.

▲ 사진= 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최 소장은 “우리는 어떻게 하면 건해산물이 시장에서 더 가치 있게 거래될 수 있는가를 치열하게 고민했고 한 가지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해서 부부의 기획으로 만든 첫 제품 ‘탈염(脫鹽)가공 멸치스낵’이 탄생했다. 제품은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당시의 웰빙 식품 트렌드와 저(低)나트륨 건해산물이라는 콘셉트는 딱 들어맞았고 특히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높은 선호도를 나타냈다. 홈쇼핑, 마트 등으로 납품되며 연일 완판을 이어갔고 지난 2014년에는 해양수산부가 주관하는 수산물 브랜드 대전에서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 소장은 “회사를 나온 이후 상품기획자로서 올린 첫 성과는 우리 부부에게 많은 용기를 얻게 했다”며 “이후 새우, 실치(뱅어포), 솔치(새끼 청어) 등으로 같은 콘셉트의 제품들을 만들었고 그 역시 소비자들에게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좋은상품연구소가 하는 일

▲ 사진= 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부부는 이후 다양한 식품 원물들을 원재료로 한 가공식품들을 기획하고 판매하는 일을 계속했다. 그러면서 전국 각지의 과일이나 채소, 해산물들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작업들을 이어간다. 최 소장은 “우리나라에서는 품질 좋은 식품 원물들이 많이 생산됨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을 활용해 경제적 가치를 만들지 못하는 여러 사례가 있었다”며 “농민들이 상품 생산에 들인 노력에 비해 충분한 수익으로 보상받지 못하는 잘못된 구조를 바꾸는 데 일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좋은 상품들을 기획해 온전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좋은상품연구소’는 이렇게 시작했다.

이 대표는 “소비자들은 물론 생산자들에게도 좋고, 아울러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에도 해를 끼치지 않는 제품들을 만들어나가자는 뜻을 담아 연구소를 만들었다”고 창업 의도를 설명했다.

 

상품기획은 멋진 일, 후배 양성하고파

20여년 이상을 상품기획자 외길을 걸어온 부부는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보면 “단 한 번의 후회도 없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상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고 시장조사를 실시하고 생산자들을 설득하고 제품을 만들고 마케팅을 하고 유통업체와 계약하는 과정의 순간순간은 상당히 고통스럽지만, 우리가 만든 상품을 소비자들이 만족하고 생산자들에게 많은 수익이 돌아가 기뻐하는 모습들을 보면 이 일로 얻는 보람은 그 어떤 기쁨과도 맞바꿀 수 없다”고 부부는 이구동성이다.

▲ 사진= 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이제 부부의 목표는 하나다.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며 부당한 수익을 챙기는 상품기획자가 아닌, 선한 마음으로 모두의 이익을 추구하는 기획자 후배들을 키워내는 것이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이 대표와 최 소장은 각각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상품기획을 강의하고 있다.

부부는 “우리가 지난 20여년간 상품기획자로 일하며 경험했던 기쁨의 순간들을 다음 세대들과 공유하는 내용으로 강의하고 있다”며 “이런 수업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활약하는 상품기획자 후배들을 꼭 키워내고 싶다”고 말하며 특유의 서글서글한 미소를 다시 지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