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개봉한 미국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 가지 없는 것’에서 주인공 제나(제니퍼 가너)는 하룻밤 사이 13살의 여자아이가 30살의 소위 잘나가는 잡지 부편집장이 된다.

13살의 꼬마 소녀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상상이 현실이 되면서 뉴욕 한복판 호화아파트에 살고 잘나가는 패션잡지 에디터에 재벌급 배우외모를 가진 아이스하키 선수와 사귀기까지 한다. 재력에서 능력, 외모, 남친 까지 ‘완벽한’ 그녀에게 없던 딱 한 가지는 바로 그녀가 잊고 있었던 추억 속 13살 꼬마를 지고지순하게 사랑했던 매트(마크 러팔로)였다.

영화는 제나가 ‘진짜’ 완벽해짐으로써 끝을 맺는다. 호화로운 생활에 능력까지 출중해 인정받았던 그녀는 알게 모르게 부족했던 인생의 진짜 사랑을 찾으면서 완벽해진다.

▲ 서울로7017을 찾은 방문객들. 출처=이코노믹리뷰 김서온 기자

서울역 앞 고가도로는 지난달 20일 새 옷을 입고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서울로7017’이다. 이는 철거를 앞둔 서울역 고가도로를 걷기 좋은 사람 길로 만들어 시민의 품으로 돌려준 서울시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1970년 만든 서울역 고가는 1년5개월의 공사를 거쳐 지난달 20일 개장했다. 645개의 원형화분, 18개의 편의시설과 시민 휴식공간, 17개의 보행길로 재탄생했다. 개장 한 달 만에 203만여명이 다녀갔고 방문객은 연말까지 10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울역 7017 프로젝트는 서울역 고가 도로를 ‘차량길’에서 ‘사람길’로 재생하고 단절된 서울역 일대를 통합 재생해 지역 활성화와 도심 활력 확산에 기여하는 사람 중심 도시재생의 시작점을 목표로 계획됐다. 또 서울의 상징적 구조물로 지방에서 상경한 이들에게는 서울의 첫 얼굴로 오랜 추억과 의미를 담고 있다.

22일 오후 찾은 서울로7017은 서울시민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 지방에서 상경한 사람들로 붐볐다. 광주에서 서울로를 찾은 모녀는 “TV로만 보던 것보다 훨씬 좋다”면서 “고가도로지만 실제 걸어보니 휴게공간과 식물 배치를 해서 편안한 느낌이 들고 끝과 끝 부분의 경사도 의외로 높지 않아 가볍게 잘 걸었다”고 말했다.

또 이웃한 회사에서 산책을 나온 A씨는 “찻길이 사람들이 걸어 다닐 수 있는 길로 바뀐 것 자체가 획기적이었다”면서 “워낙 경관이 좋고 화장실이나 편의시설이 잘 마련돼 있어 거의 매일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로로 통하는 구역 적시적소에 관련책자와 문의를 할 수 있는 여행자카페와 안내요원들이 있었다. 또 대우재단과 호텔마누 등과 연계된 개방 화장실도 마련됐다.

서울역 인근 남대문 시장 상인들 역시 웃음꽃이 피었다. 남대문 시장에서 요식업을 하는 상인 B씨는 “서울로 개장 후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아진 건 사실”이라면서 “서울로 끝부분이 바로 시장과 자연스레 연결돼 있어 유입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철거’라는 운명 앞에 사람길로 재탄생한 ‘서울로7017’은 그야말로 완벽해 보인다. 45년간의 역사가 또 다른 역사를 만든 동시에 서울역 일대의 활기까지 불어넣고 있으니 더욱 그런 것 같다. 24시간 365일, 남녀노소 누구나 가볍게 찾아 마련된 수목자재들과 어우러진 서울 중심부의 경치를 한 없이 즐길 수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지 아니한가?

▲ 서울로7017 서울역 방면 여행자센터 앞은 보수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출처=이코노믹리뷰 김서온 기자

그러나 완벽해 보이기만 하는 서울로와 곳곳에서 들려오는 공사소음들, 잠시 태양을 피할 그늘이 없어 빠른 걸음을 재촉하는 방문객들의 모습은 옥의 티다.

서울로 여행자센터 관계자는 “보수공사 중이라 시끄럽다”면서  “개장 후 계속 보수공사를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여행자센터 내에는 카페가 함께 마련돼 있었지만 전기톱과 드릴이 끊임없이 내는 소음으로 잠시도 머무르기 힘들었다.

또 서울역 방면에서 ‘서울로’로 진입하는 에스컬레이터는 점검중이라는 안내펫말과 함께 왼쪽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라는 지시가 적혀있었다. 그런데 에스컬레이터 옆 안내요원은 서울로 길을 묻는 시민들에게 연신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라고 안내했다. 점검 사실을 말하자 안내요원은 “점검 사실을 몰랐다”면서 “워낙 보수나 점검이 많아 다 파악하기 어렵다”고 했다.

▲ 서울로 진입하는 에스컬레이터가 고장났지만 관계자들은 연신 방문객들은 고장난 에스컬레이터로 안내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김서온 기자

고가도로를 걷는 방문객들은 더위와 씨름해야 했다. 열기를 한껏 머금은 콘크리트 위를 걸으며 사이사이 비치된 간이 천막에서 더위를 피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고가도로 위 마련된 의자들은 손만 갖다 대도 뜨거워 앉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남편과 서울로를 찾은 60대 C씨는 “양산을 가져와 그나마 다행”이라면서 “그나마 있는 천막도 정작 경치를 즐기고 싶은 쪽에는 있지도 않더라”고 말하며 서둘러 발길을 돌렸다.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완벽한 서울로7017에 딱 한 가지 없는 것은 아마 더운 날씨에도 찾아온 방문객들에게 대한 ‘배려’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