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멈추는 날> 제임스 리카즈 지음, 서정아 옮김, 더난출판사 펴냄

흔한 음모론 같아 저자가 누군지 먼저 살펴봤다. 저자는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경제예측가이다. 금융대기업들의 고위 임원을 지냈다. 금융 뉴스레터 ‘전략정보(STRATEGIC INTELLIGENCE)’ 편집인이며,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과 켈로그경영대학원에서 강의 중이다. CNBC, CNN, 블룸버그TV, 폭스뉴스 등에서 경제 논평도 한다. 베스트셀러 <화폐전쟁>의 저자이며 <화폐의 몰락>, <금의 귀환> 등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린 바 있다.

저자는 세계 금융 권력의 음모가 이미 진행 중이라며 경고한다. 그 음모가 현실화되면 세계 자본시장이 완전히 새로운 질서로 재편될 것이란 주장이다. 그 시기는 바로 내년 2018년이다. 그가 꼽는, 조만간 닥쳐올 금융위기 징후는 다섯 가지다.

첫째는 금 공황이다. 거래 가능한 실물 금이 줄어들면서 주요 은행이 금을 인도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금 거래가 봉쇄되면서 전통적으로 최고의 안전자산으로 인식된 금마저 안정성을 잃게 된다. 현재 금은 원자재 가격으로 책정되어 1온스당 1270달러에 거래되고 있지만 향후 화폐 가치가 부여되어 1만달러에 이를 수 있다.

둘째는 부실채권이다. 금뿐 아니라 달러 역시 전 세계적으로 공급량이 부족하다. 세계 곳곳에 퍼져 있는 부실채권이 부도나면 달러 유동성 위기가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에너지 채권과 신흥국의 달러 표시 회사채는 부도율이 10%라 해도 수조달러 이상의 대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1998년 국가의 빚, 2008년 가계의 빚에 이어 2018년에는 기업의 빚이라는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셋째는 중국의 신용위기다. 중국은 2009년부터 2016년 사이에 부정부패와 낭비적 지출로 10조달러 이상 허비했다. 중국인민은행이 금리 조작과 지급준비제도로 이런 상황을 교묘하게 감추는 동안 부실채권 문제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넷째는 디플레이션이다. 선진국의 GDP 대비 채무비율이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전례 없는 채무 수준에 도달해 있는데, 문제는 세계경제가 이를 뒷받침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성장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쟁이나 테러, 사이버 공격 등의 지정학적 위험과 지진해일, 화산폭발, 전염병 등의 자연재해에 대한 위험이다. 이런 외부적 위험은 순식간에 금융 공황으로 번져나갈 수 있다.

이런 징후들이 나타나면 필연적으로 유동성 위기가 닥쳐 전 세계적 금융위기로 번지게 될 것이다. 저자가 예측하는 금융위기의 시나리오는 충격적이다. 저자는 세계 금융 권력이 위기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대담한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고 본다. 그들은 지금 현금과 금을 비축해두고 위기가 닥치면 자산을 동결하고 금융 시스템을 봉쇄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컴퓨터가 사전에 입력된 매도 주문을 자동 실행하는 단계부터 시작된다. 매도주문이 폭주하면 금융시장은 통제 불능이 된다. 금융 공황이 일어나면 화폐 발행이 백신 역할을 하지만, 효과가 없을 경우 해결책은 은행과 증권거래소를 폐쇄하고 현금지급기를 차단하며 유가증권 매각을 중지시키는 ‘격리’뿐이다. 실제로 2012년 키프로스 은행위기와 2015년 그리스 국채위기 당시 키프로스와 그리스 은행들은 현금지급기 작동을 일제히 중단했다. 저자는 금융 권력은 이런 사태가 잦아들 때까지 우리 돈을 금융 시스템 안에 가둬둘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소유한 돈은 만질 수도 없게 된다.

개인은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저자는 금, 미술품, 토지를 미리 확보하라고 조언한다. 이 세 가지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 자산이다. 디지털 시스템에서 독립되어 있어 정전이나 해킹, 사이버 공격을 받을 일이 없고, 금융 시스템이 봉쇄되더라도 영향 받을 일이 없다. 전체 투자자산의 10%는 금으로 보유하는 것이 좋다. 토지는 자기 집을 소유하는 것으로 시작하면 된다. 미술품은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거나 큐레이터들이 눈여겨보고 있는 순수 미술품에 투자해야 한다. 고가의 미술품에 투자하고 싶다면 아트펀드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이밖에 현금을 가미하고, 신중하게 선택된 주식과 채권 등의 기타 자산에 대해서도 여지를 남겨둔다. 다만 사모펀드는 수익을 얻기보다 자산을 약탈당할 확률이 높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전문지식과 인맥이 있다면 엔젤투자나 초기 단계 벤처캐피탈 투자를 고려하면 더욱 탄탄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 같은 위기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지식으로 단단히 무장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냉철한 현실 인식과 상황 판단력을 갖춘다면 금융 권력의 계획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흥미로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