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 정부가 내린 한국 여행 상품 판매 금지조치가 22일로 꼭 100일을 맞았다. 이 기간 동안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어지자 면세점 매출 감소 등 관련 업계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문제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지만 중국 정부가 보복조치를 완화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업계는 사태 장기화에 따른 위기 극복을 위해 임직원 연봉삭감과 자진반납, 고객다변화와 해외진출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의 여행상품 금지 조치의 위력은 컸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4월 외래관광객은 전년대비 26.8%, 관광수입은 28% 감소했다. 면세점의 경우 4월 외국인 이용객이 전년 같은 달에 비해 무려 46%나 감소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 입국이 막혔기 때문이었다.

 이용객과 매출 감소로 1~2년전만해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며 면허 획득을 위해 대기업 간 치열한 경쟁이 붙었던 면세점은 이제는 구조조정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처지가 됐다.  

연봉 자진 삭감, 고통 분담하는 면세점

면세점 업계는 ‘큰 손’인 중국인 관광객 감소에 따른 타격을 극복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21일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전사적인 위기극복 방안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상·하반기로 나눠 일 년에 두 번만 하던 경영전략회의를 사드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매달 하기로 했다. 특히 팀장급 간부사원과 임원 40여명은 연봉의 10%를 자진 반납하기로 결정한 결의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연봉 자진 반납은 사드 사태에 따른 매출 감소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등 위기 국면 장기화에 대한 선제 대응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갤러리아 임직원들은 연봉은 물론 상여금을 ‘자진 반납’하기로 했다. 한화갤러리아는  임원과 부장, 차장, 과장 등 중간 관리자급 임직원들이 연봉과 상여금 일부를 자진 반납하기로 했다.  반납대상은 전체 직원의 25%나 된다. 반납규몬느 임원은 연봉의 10%를 부장과 차장, 과장 등은 상여금의 100%다.  상여금은 800%에서 700%로 낮아졌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임직원들이 급여 반납 동의서를 자발적으로 제출했다"면서 "자율 형태이기 때문에 아직 참여하지 않은 직원도 있다”고 말했다.

포스트 차이나...태국·베트남 등 눈독

면세점업계는 또 동남아시아 고객 유치 등 고객 다변화와 해외 시장 진출 등 자구책도 마련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달 6일 다낭국제공항 신터미널에 다낭공항점을 임시 오픈해 국내 면세점업계 최초로 베트남에 진출했다. 이어 6월에는 태국 방콕 번화가인 알씨에이(RCA)거리에 위치한 쇼디씨(SHOW DC)몰 내에 롯데면세점 태국시내점을 열었다.

롯데면세점은 태국 면세점 오픈으로 베트남, 인도네시아와 연계한 동남아 마케팅이 가능해졌다. ‘사드보복’으로 한국 내 어려움을 겪고 있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한마디로 '전화위복 경영'이다.

롯데면세점은 앞서 지난 3월 일본 도쿄 중심가에서 시내면세점인 긴자점을 열었다. 롯데면세점은 긴자점 성공을 위해 대만 최대 포인트 회사인 해피고 포인트와 HIS, JTB 등 일본 최대 아웃바운드 여행사 등과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맺었다. 롯데면세점 측은 긴자점 반응이 좋아 향후 오사카, 후쿠오카 등에서도 시내면세점 오픈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현재 태국 방콕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공항 및 시내점, 괌공항점, 일본 간사이공항점과 도쿄 긴자점, 베트남 다낭공항점까지 총 7개 해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호텔신라도 해외 진출을 가속화한다. 우선 12월 홍콩 첵랍콕 공항 면세점을 개장한다.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 여객터미널은 아시아 3대 국제공항 중 하나로  신라는 첵랍콕 공항면세점에 187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태국 푸켓에 첫 해외 시내면세점을 열었고, 지난 4월 일본 도쿄 신주쿠에 일본과 합작면세점 ‘다카시마야 면세점 신라(SHILLA) & ANA’를 개장했다.

업계는  홍콩공항 사업권 획득으로 호텔신라가 해외 매출만 1조원 이상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업계가 해외진출 타진 등 다각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인 공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라면서 “신규 면세점은 더 큰 매출 부진을 겪고 있는데, 최근 두타면세점의 경우 회사의 강점으로 내세웠던 심야영업 시간을 단축하고 영업 면적을 축소하는 등 여전히 힘든 상황이라 당분간 어려움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그럼에도  결국 중국 의존도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해외진출 등 사업 다각화를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관광공사 ‘2016 외래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의 방한 결정 시점은 2.7개월 전으로 여행을 결정하고 실행하기까지 평균 3개월 정도가 걸린다.   관광업의 특성상 지금 당장 사드 문제가 해결 된다고 해도 외국인 관광객은 3개월 후인 9월 말에나 가서야 한국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광객 감소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뜻인 만큼 업계의 위기 대응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