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 사물과 대화를 나눴다. 사물인터뷰 29화.

갓을 쓴 점잖은 선비 같다. 흰 도포를 걸친 자객일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모자 아래로 시퍼런 눈빛을 쏘아댄다. 저승사자가 아니라면 저런 눈빛은 불가능하다. 오싹하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눈빛이 예사롭지 않네요. 뭐하는 분이신지.

모스클린 안녕하세요. 파세코에서 온 모스클린 플러스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절 모기퇴치기 혹은 모기포충기라고 불러요. 쉽게 말해 모기 잡는 일을 합니다. 모기 저승사자라고 불러주세요.

모기퇴치기? 보통은 푸른 빛을 내면서 모기를 유인해 감전사시키는 방식 아닌가요? ‘치지직’ 소리 내면서 벌레들이 즉사하잖아요. 당신은 뭔가 다르게 생겼군요.

모스클린 저만의 사냥법을 알려줄게요. 일단은 푸른 LED 눈빛으로 모기를 유혹해요. 그들이 제게 다가오면 팬이 돌아가는 포집통으로 빨려들어가게 됩니다. 여기 갇히면 나올 수가 없어요. 감옥이 따로 없습니다. 잡은 놈들에 계속 송풍을 쏴서 말려 죽여버립니다. 모기 입장이라면 진짜 무시무시하겠죠?

모기로 태어나지 않아 다행이네요. 설명을 듣고 보니 예전에 어딘가에서 당신을 본 듯해요. 혹시 TV에 출연한 적이 있지 않은지.

모스클린 알아보는군요. 작년에 구모델이 홈쇼핑에 출연했어요. 인기 엄청 많았죠. 매진을 기록했으니.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저는 2017년형 업그레이드 버전입니다. 저도 얼마 전에 홈쇼핑 방송을 탔죠. 역시 생방송 물량 완판 기록을 이어갔습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요? 이전 모델이랑 뭐가 달라졌나요?

모스클린 일단 눈빛이 더 강렬해졌어요. LED 광원량이 2.2배 늘어났죠. 덕분에 모기를 더 잘 유인해냅니다. 이전 모델에선 별매품이었던 휴대용 배터리 연결용 젠더를 기본으로 줍니다. 그러니 실내는 물론 야외에서도 활약할 수 있어요.

모기 잡는 스킬이 얼마나 뛰어난지 궁금하네요.

모스클린 모기는 특정 빛의 파장을 좋아합니다. 360~370mm 파장대를 가장 좋아하더군요. 이걸 노려 모기를 유인합니다. 작은빨간집모기든 흰줄숲모기든 유혹에 안 넘어가는 녀석이 없죠. 제 모기 유인·퇴치 성능은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가 정한 모기퇴치기 표준 성능 대비 7배 이상 높습니다.

▲ 제작=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모기 말고 다른 건 잡을 수 없겠죠? 이해합니다.

모스클린 잘만 잡아요. 업그레이드로 LED 광원량을 높인 결과죠. 초파리, 집파리, 나방 등을 잡을 줄 압니다. 저를 모기 저승사자(AKA. 날벌레 저승사자)라고 불러주세요.

눈빛이 너무 강렬해서 압도당할 것 같아요. 매번 보고 있으면 제 건강에 이상이 생기지 않을지.

모스클린 그게 무슨 소린지. 제게서 방출되는 UV 자외선 지수는 형광등의 약 10배 미만 수준입니다. 이 정도면 안전해요. 인체 유해한 살균 성분이라든지 화학물질도 전혀 발생하지 않고요. 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한 친환경 제품입니다.

▲ 모스클린 팬 부분. 출처=파세코

아까 보니까 외국에서 전화가 걸려온 것 같던데.

모스클린 맞아요. 해외 진출해 있는 상태라서 바쁩니다. ‘메이드 인 코리아’를 가슴에 달고 15개국에 수출됩니다. 대만 까르푸에선 이런 이벤트도 했어요. 타사 제품과 저를 비교하는 실험을 했죠. 조금 떨렸는데 결과적으로 실력으로 압도했죠. 이집트숲모기는 최대 13배, 얼룩날개모기는 9배 더 많이 잡아냈어요.

모기는 계속 집으로 들어올 테니까 매일 당신과 함께해야 할 텐데, 그럼 전기세 많이 나오는 거 아니에요?

모스클린 초저전력(4W)입니다. 한달 내내 켜놓아도 전기료는 1000원 미만이죠. 이정도면 경제적인 거 아닌지.

▲ 출처=파세코

POINT 그날밤 그와 내 집으로 갔다. 여전히 서슬퍼런 눈빛이었다. 팬이 계속 돌아가지만 소음은 거의 없는 수준이다. 그의 실력을 검증해보고 싶었다. 모기를 정말 잡긴 잡을까. 실력은 극한의 조건에서 빛을 발하는 법이다. 이런 취지로 야외엘 나갔다. 그를 밖에 설치해두고 샤워하러 갔다. 30분이나 지났을까. 다시 가서 그의 포집통을 들여다보고는 경악했다. 모기가 바글바글해서.

소리없이 모기를 빨아들여 세상에서 없애버린다. 블랙홀이 따로 없다. 떡밥이 들어있는 투망을 저수지에 던져 물고기를 잡는 느낌? 직접 사용해보니 고수의 향기가 물씬 풍겼다. 다만 설치한 뒤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포집통을 열어보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송풍으로 모기를 말려 죽이는 덴 일정 시간이 걸린다. 그러니 뜻밖의 습격을 당할 수도.

그는 시중에서 7만원대에 팔리고 있다. 그보다 저렴한 모기퇴치기가 많다. 다만 소리없이 강한 그의 실력을 생각하면 비싸게 느껴지지 않는다. 모기가 유독 당신만 괴롭힌다면 모스클린은 최선의 용병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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