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옥 교수가 `여자란 무엇인가`를 출간한 해는 약 30년 전인 1986년도이며, 1948년 생인 김용옥 교수가 38세가 되던 해에 쓴 책이다.

도발적인 제목과는 달리, 김용옥이 고려대학교 철학과 정교수가 되어 강의한 내용을 요약 출간한 내용으로, 자기자랑 33%, 남성 우월의 기독교적 사고틀에 대한 비판 33%, 그에 대한 대안으로 동양철학 소개 33% 정도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은 출간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국사회의 많은 독자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책의 생명력이 지금까지 유지되어 온 이유는 양성평등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이 가능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 근본적인 접근의 핵심은 생물학적 접근이다. 여자란 무엇인가는 초기적인 형태이지만 마치 리처드 도킨스의 책과 같이 생물학적 접근을 하려고 노력한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김용옥 교수의 고려대 학부 전공은 생물학이다.)

아들보다 딸을 선호하는 시대가 되었으니, 양성평등의 레벨이 높아진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육아의 난이도나 자녀에 대한 의존도 등의 변화로 인해 부모 입장에서 선호도가 변화한 것일 뿐으로 판단되고, 오히려 마초와 페미니스트 진영 간, 상대에 대한 적대감이나 공격성은 과거보다 훨씬 높아졌다. 

특히 실업률이 증가하고, 일자리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격화되면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경쟁의 기회를 원천적으로 교묘히 박탈당하는 적폐가 우리 사회에 산재되어 있다. 이런 현상에는 이전 칼럼에 소개한 개저씨가 주인공으로 등장하곤 한다.

남자의 젖꼭지

필자가 양성 평등에 대한 계몽이 필요한 사람에게 꼭 던져보는 질문이 있는데, 남자의 젖꼭지는 어떤 쓸모가 있길래 달려있는가?이다. 수유의 목적도 없고, 보호의 기능도 없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쓸모가 없는 기관이 남자의 젖꼭지인데, 왜 그럴까?

정답은 아니지만 양성 평등을 달성하기 위한 프로파간다로 필자는 이렇게 답을 해준다. 인간의 원판(프로토타입)은 원래 여성이고, 남자는 남성호르몬에 푹 절은 여성이어서, 원판인 여성에 찍힌 젖꼭지 무늬를 지울 수 없는 것이라고….. 그러니 원판인 여성에 대한 차별은 당연히 안되고 오히려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존중감을 가지는게 좋다고…. 여기에 덧붙여 남성 아기의 태아사망률이 여성 아기보다 높은 이유는 원판 그대로가 아닌 남성호르몬을 과다 투입하여 원판을 변형시켜서 불안정성이 높기 때문이며, 또한 전쟁과 같은 극도의 환경에서 남성호르몬이 정상 분비되지 않을 경우 남성도 젖을 분비한다는 잡설들을 덧붙이면 거의 대부분 그 자리에서는 원판인 여성에 대한 경외감을 순간적으로는 보이기도 한다.

인간의 수컷은 지구상의 어떤 생명체보다 본인의 유전자를 후대에 남길 확률이 높다. 150만년 전부터 인간은 일부일처제를 정착시켰고, 다른 포유류처럼 수컷끼리 처절한 싸움을 통해 승자가 독식하는 시스템을 배제하고, 수컷끼리 서로 싸우지 말고, 공평하게 나누자는 담합에 성공했다. 

모든 포유류에서 발견되는 음경골(남성기에 있는 뼈로 경쟁 수컷 보다 번식 확률을 높이기 위해 존재)이 유일하게 인간에게는 퇴화되어 없다는 것이 그 증거이다.(서로 싸울 이유가 없으니 무기가 퇴화된 것이다.) 쉽게 얘기하자면 150만년 전 승자 독식에 불만이 많았던 남성들 및 여성들 간에 이루어진 담합의 결과물이 일부일처 결혼 제도인 것이다.

인류의 역사는 큰 스케일에서 보자면 덜 싸우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지극히 개인적인 판단이다) 남성끼리의 짝짓기 경쟁도 가능하면 전면적인 전쟁을 피하고 합의를 보는 방향으로 진화하였고, 큰 틀에서 전쟁의 양상도 덜 파괴적이고 희생이 적은 방향으로 흘러온 것 같다. 

그렇다면 남성 여성 간의 갈등 역시 인류 역사의 진보 수준에 맞게 진화하여야 할 텐데, 150만년 간 쌓여 온 남성 간의 독점 기득권이 그 진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게 분명하다.

생물학적으로 남성의 프로토타입이면서도, 승자독식의 처절함으로 고통받던 남성에 대한 측은지심으로 일부일처제를 용인해 준 여성성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이 진심으로 이해하게 된다면, 양성 불평등으로 인한 폐해가 조금이나마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그나저나 다음 칼럼은 종교의 적폐를 얘기해볼까 하는데, 필자는 믿는 종교가 없지만 종교의 본질에 대해서는 순수한 존경심이 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필자가 좋아하는 종교 경전 구절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여성과 남성은 새의 한쪽 날개로 하나가 없으면 날 수 없다. “바하이” 경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