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85, 너지?”(휴대폰번호 끝자리) 연쇄살인사건을 모티프로 삼은 영화 <추격자>가 2008년 흥행하며 망원동이 알려졌다. 망원동은 영화 안에서 추격신의 주 배경이었기에 낡고 어두운 모습으로 비쳐 당시 망원동 주민들의 항의가 거셌다. 그러다 3년 전 MBC <나 혼자 산다>에 망원동이 다시 비치며 지금의 망원동은 ‘힙(Hip)한 상권’으로 떠올랐다.

서울특별시 마포구에 속한 망원동은 동쪽은 서교동과 합정동, 서·북쪽은 성산동, 남쪽은 한강과 접해 있다. 일반적으로 상권은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크게 형성돼 있는데 망원동은 망원시장 방향으로 뻗어 나온 이면도로가 현재 메인상권으로 자리 잡았다.

이태원의 명소 경리단길과 망원동의 이름을 붙여 ‘망리단길’이라고 불리는 이 골목은 낮은 다세대주택과 빌라들이 늘어서 있던 곳이었기에 단독주택을 개조하거나 상가주택 1층을 활용한 곳이 대부분이다.

기존 망원동 상권은 망원역 1, 2번 출구를 중심으로 해 마포구청 방향으로 이어지는 망원우체국 사거리까지 대로변이 중심상권이었다. 대로변은 소규모 오피스 상권을 배후로 단독주택이 밀집돼 있어 지금도 유동인구가 많고 외식 소비성향이 높다. 망원동 대로변 상권은 현재도 잘 형성돼 있다. 주·야간 고객의 발길을 유도하는 시설이 형성되어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소비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인근 문화시설은 망원한강공원, 성산근린공원, 한마음어린이공원 등이 있고, 교육시설은 동교초, 망원초, 성산초, 성서초·중, 홍익사대부속여고가 있다.

 

메인 스트리트 지고 골목길 뜬다

 

지하철 6호선 망원역 2번 출구로 나와 바로 보이는 골목길은 망원시장으로 향하는 라인이다. 망리단길은 망원시장을 지나 포은로길을 중심으로 골목길 일대에 펼쳐져 있다. 이 골목은 다세대주택과 트렌디한 분위기의 가게, 간판도 없는 소규모 가게들이 군데군데 모여 있다. 이런 독특한 분위기로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며 사람이 붐비는 핫플레이스가 됐다.

포은로길은 원래 주택가였으나 홍대, 연남동, 합정동에서 장사하던 상인들이 높아지는 임대료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가까운 망원동으로 옮겨오면서 상권이 형성됐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망원시장의 오래된 가게와 독특한 인테리어의 새로운 가게가 함께 자리 잡게 됐다.

이 골목은 망리단길로 유명해지기 이전부터 망원시장으로 인해 유동인구가 많은 편이었다. 이전에는 50~80대의 주민들이 대부분으로 유흥주점과 오래된 술집 등이 주를 이뤘는데 지금은 창업자들이 모여들면서 카페, 음식점, 프랜차이즈 음료점 등으로 젊은 20~30대와 커플 층의 유동인구가 증가했다.

망리단길은 좁은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특색 있는 맛집 가게마다 줄을 서는 인파로 북적인다. 젊은 층의 입맛과 눈길을 사로잡은 발리인망원, 태양식당, 베를린키친, 빙하의별 등 소규모 매장으로 외국 가정식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많다. 액세서리 가게, 소품숍, 꽃집, 석고 방향제숍 등 공방과 작업실도 많은 점이 특징이다.

비엔나커피에 생크림을 올린 아인슈페너가 유명세를 타며 망원동의 명소로 자리 잡은 커피가게동경과 죠리퐁 스무디로 인기를 얻고 있는 호시절 등 독특한 메뉴를 지닌 디저트 가게도 주를 이룬다. 주택가 곳곳에 숨은 맛집이 많아 SNS로 미리 찾아보지 않으면 맛집을 찾아가기 쉽지 않다.

망리단길 A급 점포 시세는 33㎡당 보증금 2000만~3000만원에 월세 90만~120만원 선이다. 입지가 조금 떨어지는 B급 점포 시세는 33㎡당 보증금 1000~1500만원에서 월세 70만~80만원 권리금 3000만원 선이다. 망원동 시세는 포은로길을 중심으로 서교동 쪽으로 갈수록 임대료가 높아지고 망원2동으로 갈수록 임대료가 낮아진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망원동 일대의 바닥권리금은 1년 전만 해도 1000~2000만원 선에서 형성됐지만, 최근에는 4000만원까지 뛰었다”며 “이마저도 매물 자체가 없어 거래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젊은 소비층 유입 경로는 SNS 강세

망리단길 상권은 SNS와 블로그, 방송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는 젊은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부터 더욱 유명세를 치르는 중이다. 골목골목 숨어 있는 작은 가게들을 ‘찾아가는 재미’가 이 상권의 매력 포인트라고 볼 수 있다. 중심가를 벗어난 골목 상권의 특성상 대형 상권보다 진입장벽이 낮고 소규모 점포가 적합하다.

 

20~30대 젊은 소비층은 기존의 획일화된 상권보다 새롭고 개성 강한 장소를 찾는다. 그래서 요즘 유행하는 망리단길과 같은 골목상권은 교통이 불편한 것 정도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망리단길은 도보로 15분 정도 거리에 망원한강공원이 있어 커플 층에게 데이트코스로도 인기가 많아 커플 고객을 겨냥하는 것도 유리하다.

망리단길 창업 시에는 이런 소비성향을 겨냥해 눈길을 끄는 인테리어와 독특한 메뉴로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해야 한다. 또 SNS와 블로그에 입소문이 나도록 홍보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성공 가능성이 있다. 판매 아이템이 특별한 콘셉트가 없다면 주변 상권에서 밀려날 가능성도 있다.

 

7개월 전 신촌 홍대 주변에서 점포를 이전해 망원시장에서 망리단길로 향하는 골목 입구에 자리 잡은 ‘미스터와우’ 수제버거 점포의 경우 수제버거는 비싸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데 와우버거 2500원, 헤쉬버거 2500원, 와우핫도그 3500원, 베스트 메뉴인 비프소고기버거 4500원 등 다양하다. 가끔 점포 앞쪽에 손님들이 음료와 고기를 무료로 맛볼 수 있게 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급격하게 유행하는 상권, 주의해서 선택해야

망원동은 애초에 주변 서교동과 동교동에 비해 집값이 낮았으나 최근 핫플레이스 상권으로 떠오르면서 외지인들이 몰려들고 자본까지 몰리고 있다. 기존에 자리 잡고 있던 상인들이 내몰릴 수밖에 없는 현상(젠트리피케이션)이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그들이 망원동을 떠나는 이유는 감당 못 할 정도로 상승하고 있는 임대료 때문이다.

망원동처럼 매매가가 단기간에 급격하게 상승한 상권은 창업, 투자 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상권이 빠르게 성장한 만큼 쇠퇴도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유행에 민감한 20~30대가 주요 소비층인 것도 주의해야 할 요소다.

결론적으로 보면 ‘망리단길’ 주변은 전형적인 주택가 상권이라고 볼 수 있다. 요식업의 경우 주택가 상권의 가장 큰 특징은 낮 시간대 매출이 급격하게 저조하고 저녁 매출 비중이 높아 저녁시간에만 의존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으로 풀이된다.

 

직장인 소비층이 탄탄해 수요가 안정적인 오피스 상권과는 떨어져 있어 큰 소비력은 한계가 있다. 또한 20~30대의 소비수요는 높지만 40대 소비층을 얼마나 끌어오는지가 매출을 높이는 데 결정적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인근 상인들과 공인중개사무소는 한 목소리로 소비층이 빈약해 장사가 되는 곳만 잘돼 일부는 고전하고 있는 곳이 많다고 전했다. 향후 상권이 발전해 안정적으로 자리 잡으려면 결국은 소비층이 두터워야만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