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이 22일 가계통신비 인하 4대 대책을 발표했다. 기본료 폐지가 빠지는 대신 노인층과 저소득층 중심의 요금혜택, 요금할인율 25%로 상향 조정, 공공 와이파이 구축과 보편 요금제 출시로 가닥이 잡혔다. 이를 모두 적용하면 연간 최대 4조6000억원의 요금 할인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추후 가계통신비 인하를 주도할 별도의 사회적 합의기구를 조성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 국정위 발표.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4대 대책으로 4조6000억원 '요금 할인혜택'

국정위는 먼저 단기 대책으로 어르신과 저소득층 중심의 요금혜택, 요금할인율 25% 상향계획을 내놨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 중으로 기초연금수급자에게 월 1만1000원의 통신비를 신규로 감면하고 기존 혜택을 받고있는 저소득층도 추가적으로 1만1000원을 감면한다. 전기통신사업법시행령 개정을 통해 추진하며, 이는 기본료 폐지 수준의 요금인하 정책이 될 것이라는 게 국정위의 설명이다.

기본료 폐지가 당장 어려워진 상태에서 비슷한 수준의 요금 할인혜택을 주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개호 국정위 경제2분과 위원장은 “전 국민 11.3%에 해당되는 584만명이 혜택을 입을 것”이라며 “최대 5173억원의 요금 할인혜택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약정할인 요금율을 25%로 올리는 방안도 정식 발표됐다. 국정위는 4만원 수준인 평균가입요금을 기준으로 기존 가입자는 월 2000원, 신규 가입자는 월 1만원의 할인율을 기대할 수 있으며 데이터 무제한 상품의 경우 월 5만원 이하, 음성 무제한 상품은 월 2만5000원 이하로 요금이 내려간다는 설명이다.

약 2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할인율을 조정할 생각이며, 1900만명에게 최대 1조원의 요금 할인혜택이 일어날 것이라고 부연했다.

국정위는 중장기 대책으로 보편 요금제 도입과 공공 와이파이 구축계획을 밝혔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이 입법발의한 보편요금제와 보폭을 맞추면서 실질적인 가계 통신비 인하의 ‘수단’으로 삼겠다는 의지다.

국정위는 기존 3만원대 요금제에서 제공하는 음성 및 데이터를 2만원에 제공하며 이를 바탕으로 국민 네트워크 접근권을 크게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국정위는 보편 요금제가 출시되면 LTE 요금제가 평균 1만원 하락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개호 위원장은 “2750만명의 국민에게 최대 2조2000억원의 요금 할인혜택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공 와이파이 구축은 정부의 인프라 개발과 통신3사의 합작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현재 통신 3사는 국내 무료 와이파이 AP를 무료로 개방하는 추세다. 전국에서 운행하는 버스 약 5만대에 공공 와이파이를 구축하고 학교에도 15만개의 와이파이를 설치한다. 나아가 관광지와 주요 상업시설 등 인구밀집지역에도 공공 와이파이 확충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 외에도 알뜰폰 지원대책도 마련됐다. 기획재정부와 협의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올해 9월 일몰되는 전파사용료 감면제도를 연장하고 LTE 정액제 요금 수익에서 알뜰폰 업체가 차지하는 비율을 10%P 상향한다. 또 보편 요금제 출시에서 알뜰폰 사업자에게 도매가격 특례를 인정하는 방안도 추진될 전망이다.

통신산업 진입규제 개선도 이번 발표에 포함됐다. 사물인터넷 등으로 소규모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수요에 대비하는 한편, 새로운 사업자의 등장을 유도해 시장의 건전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한 허가 중심의 진입규제를 완화하는 것으로,  올해 하반기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제출로 첫 발을 뗄 전망이다.

▲ 국정위 발표.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아마추어 국정위

가계통신비 인하안 발표에서 눈길을 끌었던 두 가지는 바로 기본료 폐지와 통신 요금제 논의를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 설치다. 먼저 기본료 폐지를 두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통신사들은 기본료 폐지가 재앙에 가까울 정도의 타격이라는 점을 강조했으나, 시민사회단체는 ‘반드시 추진되어야 할 사안’이라고 반발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기획위가 잠정적으로 기본료 폐지를 포기한 셈이다.

다만 역풍의 의식한 국정위가 내놓은 회심의 카드에 시선이 집중된다. 바로 사회적 합의기구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통신사들의 기본료 폐지 여력이 있다고 확신한다”면서도 “다양한 주장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일단 기본료 폐지를 추진하지 않을 생각이지만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회적 합의기구를 설치해 통신요금의 타당성을 면밀히 살필 것이며, 필요하다면 통신비 원가공개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즉 ‘가계통신비 인하’라는 큰 그림을 위한 하나의 도구로 기본료 폐지를 공약으로 걸었으나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이 상당한 만큼, 이에 상응하는 노인층 및 저소득층 중심의 요금 할인혜택과 약정할인 25% 인상으로 실질적인 가계통신비 인하를 끌어내는 한편, 사회적 합의기구로 단숨에 ‘문제의 핵심(통신요금 원가공개)’까지 노리겠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 시행령으로 가능한 사항은 빠르게 추진하고, 입법이 필요한 부분은 야당과도 협력해 문제를 풀어갈 것으로 보인다.

▲ 발표 후 기자들과 질문중인 국정위.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다만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의 핵심이던 기본료가 폐지된 부분은 국정위의 ‘아마추어리즘’을 정확하게 보여줬다는 평가다.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해 다양한 수단을 모색하던 중 기본료 폐지에 주목했으나 약정할인 25% 이상이 더 낫다는 판단이 들어 정책을 바꿨다는 주장이 옹색한 이유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ICT소비자정책연구원 정책국장은 "할인율이 25% 올라간다고 통신사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부담이 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안일한 상황판단도 문제다. 국정위는 “약정할인을 12%에서 20% 올렸을 당시에도 통신사는 별 반응이 없었다”며 “20%에서 25%로 올리는 상황에서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 기준 보조금이 아닌 선택약정 할인을 택한 가입자가 1500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큰 인기를 끄는 가운데, ‘통신사가 모두 부담해야 하는 약정할인 보조금에 대한 논쟁을 너무 가볍게 보는 것 아닌가’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아 약정할인 선택이 몰리는 애플 등 외국 제조사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주장에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라고만 답할 뿐이었다.

통신업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당장 약정할인 25% 인상을 두고 행정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복잡한 심정을 숨기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본료 폐지까지 철회된 상태에서 약정할인 25%에 대해 문제삼기에는 여론의 반발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SK텔레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으나 KT는 행정소송 등을 검토하는 수준이며 LG유플러스는 일단 거리를 두고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