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이 E-7(전문직)비자를 갖고 국내에서 일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낸 국민연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큰 틀에서 볼 때, 법률제도상의 문제다. 특히 국민연금의 원천징수 문제가 꼽힌다. 향후에도 똑같은 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 소지를 막기 위해서라도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20일 ‘이주민 인권을 위한 부산울산경남 공동대책위원회’는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연금공단은 이주민 노동자의 국민연금 납부 현황과 실태를 조사해 미지급된 반환일시금을 지급하라”고 촉구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자국으로 돌아갈 때, 국내서 일하면서 낸 국민연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관계자는 “중국과 한국은 사회보장협정을 체결한 상태”라며 “이 협정 때문에 E-7 비자를 갖고 국내에 들어와 국민연금을 납부할 경우 고국으로 돌아갈 때, 반환일시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는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E-7비자를 갖고 중국에서 일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사회보장협정이란 협정 체결국간 연금제도의 서로 다른 점을 상호 조정해 양 체결국 국민에게 ▲이중가입면제 ▲가입기간 합산 ▲동등 대우 ▲급여 송금 보장 등의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중 이번 사건의 문제가 된 것은 이중가입면제다. 사회보장협정 체결 전에는 단기간 외국에서 근로하거나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은 양국 연금제도에 보험료를 납부해야 했다. 그러나 협정이 체결될 경우 본국의 연금제도에만 가입하고 상대국 연금제도 가입은 면제 받을 수 있어 재정적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이 때 중요한 것은 노동자가 자신의 국가에 연금을 납부하고 있다는 것을 3개월 안에 증빙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E-7비자를 소유한 중국인 노동자가 국내에 들어와서 일할 경우 3개월 안에 중국 양로보험에 가입했다고 증빙을 하면 이들은 국민연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이는 E-7비자를 보유하고 중국에서 근무하는 우리나라 근로자에게도 똑같이 해당된다. 우리나라 근로자는 소득의 9%(회사 4.5%, 본인 4.5%)를 국민연금에 납부하지만 중국 양로보험은 소득의 29%를 낸다. 따라서 급여 등 똑같은 상황을 가정하면 중국에서 근무하는 우리나라 근로자들이 더 불리하다.

그러나 본질적 문제는 고지와 원천 징수에 있다.

김해이주민인권센터 관계자는 “우리나라 국민이 중국에서 일을 하면 (신고에 따른)중국 양로보험을 면제, 가입, 기간합산 등 선택의 권리가 있지만 중국 노동자들이 국내에서 일하는 경우는 그렇지 않다”며 “반환하지 않을 것이라면 가입을 시키지 말아야 하는데 원천징수 등으로 강제 가입이 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중국에서 근무하는 우리나라 근로자는 중국 양로보험 가입 여부를 결정할 ‘선택권’이 주어지지만 우리나라에서 근무하는 중국 근로자는 선택권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국민연금 정책과 관계자는 “양국 다 선택할 수 있지만 협정을 체결하고 나머지는 각국 법률에 따르는데 우리나라에 오는 외국인 근로자는 사업장 가입자로 오는 것이기 때문에 국내법상 원청징수 되는 것”이라며 “규정상 반환은 어렵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제도상의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고지 강화를 하겠다”며 “추가적 개선책은 내부검토를 통해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유독 E-7비자만 문제가 되는 것일까. 이는 외국인 노동자들 중 보호받아야 하는 약자들을 먼저 배려한 결과다. 하지만 E-7비자를 소유한 노동자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 관계자는 “2007년 국민연금법 개정시 E-8, H-9(방문취업)비자를 갖고 있는 노동자들만 반환일시금을 지급하도록 관련 제도를 개정했다”며 “당시 E-7비자를 갖고 외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경우는 기업 임원, 전문직 종사자들이었기 때문에 이들보다는 E-8, H-9를 보유한 노동자들을 보호하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E-7비자를 소유한 근로자가 요리사 등 그 범위가 넓어 개정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