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편의 영화는 세상의 어두운 면을 고발하기도 한다. 영화 <도가니> 스틸컷.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대체불가’의 재화

영화산업의 중요성은 예술 작품임과 동시에 대중적으로 널리 소비되는 상품인 영화의 속성을 고려한 평가가 필요하다. 문화·예술적 관점에서 영화산업이 차지하고 있는 위상은 매우 독특하다. 동일한 생산규모의 다른 산업(국내 영화산업의 총 산출액 규모는 약 5조원으로 가정용 냉장기기·인쇄용지·목재·양돈 산업과 비슷하다. 2010년 기준)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위상이 높다. 생산규모가 유사한 다른 산업은 국내 생산을 수입으로 대체할 경우 동일한 품질의 제품의 수입이 가능하나, 영화는 문화적 정서적으로 국산영화를 대체할 수 있는 수입품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점들은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 자국 영화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영화가 가지고 있는 대중적 영향력과 더불어 시대를 대변하는 메시지는 각 국가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영화산업은 경제적 측면으로도 의미가 큰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산업의 경쟁력과 경제적 파급 효과 연구’ 보고서에서는 다음 3가지 근거로 영화산업의 경제적 중요성을 강조한다.

첫 번째는 ‘문화 콘텐츠’로 대변되는 고(高) 부가가치 서비스업의 경쟁력이 경제적으로 위상이 높아지는 최근의 흐름이다. 특히 영화산업의 높은 고용유발 효과는 산업을 더욱 육성해야 하는 당위성을 제시한다.

두 번째는 다양한 콘텐츠 업종(뮤지컬·대중가요·방송·연극·게임 등)과의 밀접한 연관성으로 그 활용가치가 큰 사업이라는 점이며, 세 번째는 영화는 고급 공연예술이나 스포츠 관람과는 달리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생활권역 내에서 문화예술 소비 및 여가활동을 할 수 있는 콘텐츠로써 다른 대안으로 대체하기 쉽지 않은 대중예술이라는 점이다.

영화진흥위원회 미래전략본부 관계자는 “영화산업이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여러 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그로 인한 경제적 잠재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질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영화산업은 투자 가치가 충분한 분야”라고 말했다.

‘플랫폼’을 선점하라

영화산업이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은 콘텐츠를 활용해서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있다. 이를테면 <스타워즈>처럼 상영 수익을 몇 배로 상회하는 부가적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작품을 많이 만들어내면 된다. 그러나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전제는 엄청난 제작비용의 투입이다(현실적으로 아직까지는 미국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면 미국 아니면 영화로 돈을 벌 수 없는가? 그렇지는 않다. 영화를 전 세계로 유통할 수 있는 창구인 ‘플랫폼’이 남아 있다.

글로벌 영화 업계에서는 이미 치열한 플랫폼 경쟁이 진행되고 있다. 디즈니의 아성에 도전하는 중국 완다그룹이 진행하는 영화관 사업에 대한 대대적 투자, 그리고 넷플릭스와 극장사업자들의 대립은 플랫폼 경쟁이라는 측면에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완다그룹의 경우는 극장사업을 기반으로 영화 산업 전 영역의 수직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완다그룹은 11개 국가에 1만3000개 이상의 스크린(2016년 기준)을 확보하고 있는 세계 1위 극장사업자이며 최근까지도 해외 극장사업체들을 지속적으로 인수하며 플랫폼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영화 제작과 유통의 통합 인프라 구축으로 글로벌 산업계에 대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 플랫폼의 보유는 단순히 해외에 있는 극장 체인을 운영하는 것 이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데 바로 자국 영화의 자연스러운 수출이다. 영화 완성작품의 해외 직접 수출은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 모든 영화에는 만든 나라의 문화나 이념 혹은 국민적 정서가 반영되기 때문에 문화가 다른 국가에서는 이를 100% 이해하기 쉽지 않다. 일종의 문화 할인(Cultural Discount, 문화상품이 다른 문화권으로 진입할 때 문화적 차이로 그 가치가 떨어지는 현상)이다. 영화 플랫폼의 확보는 해외의 작품들을 활성화하는 데 기여함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문화를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국내 콘텐츠 업체들 중 플랫폼의 확장을 가장 활발하게 시도하고 있는 곳으로는 CJ CGV가 있다. 해외 현지의 극장사업을 인수하거나 협력 운영을 통해 브랜드를 알리면서 한국 영화의 현지 상영과 배급도 추진할 수 있는 기틀을 지속적으로 늘려간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기본 인프라를 갖추기까지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된다는 점에서 개별 기업들이 영화의 유통 플랫폼 확장을 추진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진행되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산업연구원(KIET) 관계자는 “영화 유통 플랫폼의 확장은 그 자체만으로도 지속적 수익을 기대할 뿐만 아니라, 국내 콘텐츠의 수출 장벽을 낮춘다는 장점이 있다”며 “그러나 각 기업들의 경쟁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문제들이 있어 정부가 나서 국내 영화산업의 확장을 위해 정책적으로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