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기사 내용과 무관 / 출처 = 이미지투데이

국내 렌터카 업계 점유율 3위를 달리고 있는 AJ렌터카를 두고 매각설(設)이 끊이지 않고 있다.

롯데를 등에 업은 롯데렌탈과 SK 후광을 받는 SK렌터카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 경쟁력 확보를 위해 ‘큰 둥지’를 찾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최근 경영 실적도 녹록지 않다.

여기에 AJ렌터카 인수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기업들이 여럿 눈에 띄며 이 같은 의견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정작 AJ렌터카 측은 매각설을 부인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구체적인 업체명까지 거론되며 업계 질서가 재편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렌터카 성장 주도 AJ렌터카, 판도 변화에 ‘매물’ 취급

21일 재계와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KT금호렌터카와 함께 렌터카 시장 성장을 이끌던 AJ렌터카는 최근 판도 변화로 인해 어려운 경영 환경에 직면했다. 2012년 시장점유율 14%로 정점을 찍은 후  2015년 12%, 2016년 11% 수준으로 하락세를 타고 있다.

차량 보유 대수는 2015년 6만6519대에서 2016년 7만3716대로 늘렸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402억원에서 327억원으로 떨어졌다. 순이익은 2015년 171억원에서 지난해 68억원으로 50% 넘게 빠졌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경쟁 업체의 공격적 영업 탓에 수익률 방어에 신경 쓰지 못했다는 것이다. 점유율 1위 KT금호렌터카는 롯데그룹에 들어가면서 사업이 안정화됐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렌터카 시장에 대응하며 점유율을 유지했다.

3위였던 SK렌터카는 SK네트웍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 사업 규모를 크게 키웠다. 2012년 5%였던 SK렌터카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1%를 넘어선 데 이어 올해 들어 AJ렌터카를 넘어 2위로 올라섰다.

또 AJ렌터카는 롯데렌탈·SK네트웍스 등보다 신용등급이 낮아 채권 이자율 등에서 지속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렇자 시장에서는 계속해서 AJ렌터카의 ‘매각설’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9월 SK네트웍스가 동양매직을 인수한 것이 시작이었다.

SK네트웍스는 앞서 2015년 롯데렌탈(당시 KT렌탈) 인수전에 관심을 보였을 정도로 렌터카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여기에 ‘딥 체인지’를 표방해 동양매직을 인수하는 등 렌탈 사업에 힘을 쏟았다. 주력 외 패션 등 다양한 사업을 정리하며 AJ렌터카를 인수할 수 있는 자본도 충분한 상태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 때문에 SK네트웍스의 동양매직 인수 발표 이후 AJ렌터카 주가가 7거래일 연속 오르기도 했다. 이 기간  AJ렌터카 주가는 25% 가량 뛰었다.

SK네트웍스는 AJ렌터카 인수를 추진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지만 이후에도 설(設)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자금이 충분하고 사업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현대차그룹, 한국타이어 등이 거론됐다.

AJ렌터카는 자회사로 중고차매매를 하는 AJ셀카, 차량관리를 하는 AJ카리안서비스 등을 두고 있다. 최대주주는 42.96%를 들고 있는 AJ네트웍스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시작을 AJ렌터카로?

SK네트웍스가 ‘협상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시장의 관심은 현대차그룹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이미 상당 수준 합의가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글로비스에서 AJ렌터카를 인수를 추진하고 있고, (매각 작업이) 거의 가시화 됐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이미 증권가 등에서는 현대캐피탈, 현대글로비스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직면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과도 그 궤를 같이한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은 아직 순환출자 고리를 끊지 못했는데, 현재 가장 효율적인 방안으로 거론되는 것은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합병이다. 정의선 부회장의 지분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경영권 승계에 최적화됐다는 점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정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23.2%를 들고 있다.

그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졌던 지주사 전환의 가능성은 낮아진 것으로 판단된다.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회사는 자회사 및 손자회사로 금융사 지분을 소유할 수 없다는 문제, 막대한 자본이 투입된다는 문제 등을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현대글로비스가 AJ렌터카를 인수할 경우 앞선 합병 시나리오에 최적의 조건이 마련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가 합병한 이후에는 현대차가 기아차로부터 현대제철 지분 17.27%를 사들여야 한다. 이후 정 부회장이 현대차, 기아차, 현대제철이 보유 중인 합병회사 지분을 매입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 부회장은 약 5조9000억원을 쏟아야 하는데, 현대글로비스가 AJ렌터카 인수로 몸집을 키울 경우 지분가치가 높아져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만일 현대글로비스가 AJ렌터카를 인수할 경우 계열사 내 매출 비중이 높다는(2016년 기준 66.9%)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미 중고차 경매 등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시너지도 충분히 낼 수 있다.

다만 당사자들이 매각설을 부인하고 있어 향후 전망은 아직 안갯속에 있는 상황이다. AJ렌터카는 21일 공시를 통해 “언론을 통해 보도된 ‘AJ렌터카 현대차그룹에 매각 추진설’ 관련 현재 진행 중인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AJ렌터카 관계자는 “시중에서 매각설이 떠돌고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AJ렌터카 인수로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AJ렌터카 인수에 대한 소문에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