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35도 가까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본격적인 여름이 다가왔다. 해가 갈수록 한반도의 온도가 상승하고, 갈수록 복잡해지는 사회적 갈등은 한층 더 더위를 느끼게 한다. 한편 에어컨 등의 피서 기구가 많이 동원되면서 지구의 기온이 상승하며 인체의 면역력도 떨어지고 있다. 이처럼 문명의 이기는 점차 부메랑이 되어 사람을 약하게 만들고 있다.

이상기온과 이상기후는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전 세계가 기후 변동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폭서와 한파, 폭우와 폭설이 반복되고 있다. 온실가스 증가에 의한 기후변화가 원인이라는 것이 사실로 나타나고 있다. 산업화와 근대화를 명목으로 온실가스를 마구 배출한 탓에 기후의 안정성이 깨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획기적인 조치가 없다면 인류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것이라고 말한다. 최근의 기상이변은 마구잡이로 환경을 파괴한 인류에게 자연이 보내는 경고인 셈이다.

사시사철이 뚜렷했던 한반도가 이젠 아열대화되어 여름과 겨울이 길어졌다. 특히 더위를 이길 수 있는 고도의 전력이 필요하게 되었다.

한의학에서 ‘열(熱)’이라 하면 체온계로 재어 나타나는 미열 고열 상태를 말한다. 그러나 체온계로 나타나지는 않으나 가슴이 뜨겁거나 머리가 뜨거운 것은 체온으로 재보면 똑같다. 이를 흔히 화(火)라고 하는데 오랫동안 스트레스가 쌓여 몸에 이상증후를 나타내는 신체화 증상 즉, 심신증(心身症)이라고 본다. 예를 들면 갱년기에 확확 달아오르는 비생리적인 신경성 열이 바로 이것이다. 그래서 신경성 열은 무엇보다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신경성 열을 다스리지 못하면 외부열이 엄습할 때 염증이나 일사병 같은 열병이 몸 속에 더 심화되어 심지어 암과 같은 불치병의 단초가 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태음인은 열태음인이 있고 한태음인이 있다. 음양과 한열은 겹치는 부분이 60~70% 정도지만, 음인은 반드시 몸이 차지만은 않다. 반대로 음인이지만 열이 많을 수도 있는데 이를 ‘열태음인’이라고 한다.

한태음인은 당연히 몸이 차다. 그래서 열태음인은 더위를 못 참아 몸뿐만 아니라 손발도 뜨거워 한겨울에도 맨발에 반바지 차림으로 길을 활보한다. 이런 사람은 겉만 뜨거운 것이 아니고 속도 뜨겁다. 그래서 1년에 6개월은 에어컨을 돌려야 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도 아이스크림이나 냉커피 등을 마시면 몸이 더 무거워진다. 차라리 이열치열로 찜질방에 들어갔다가 냉방으로 가는 편이 제일 시원하다고 느낄 것이고, 오미자차가 가장 시원한 음료이며 이를 마시면 땀 흘린 뒤 피부의 땀구멍을 막아 원기를 지속시킬 수 있다.

소음인은 속은 냉하지만 신경성 열이 많아 가슴만 뜨겁지 손발은 차가워 한여름에도 내복을 입고 살아야 한다. 이런 소음인에게 최선의 피서는 흐르는 찬 물에 발만 담그고 책을 읽는 ‘탁족(濯足)’이 여름을 가장 시원하게 보내는 방법이다. 즉 정신적 집중을 통해 복잡한 상념을 씻어 낸다고나 할까? 옛날 선비들은 품행이 반듯하고 의관을 제대로 갖춰 입어야 하는데 덥다고 옷을 훌렁훌렁 벗고 계곡에 들어갈 수가 없어 발만 담갔던 것이 탁족이다. 발에는 모든 신경이 집중되어 있어 발만 담가도 온몸이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여름에 덥다고 수박이나 참외 아이스크림을 먹었다간 바로 설사를 하며 배가 아프다고 데굴데굴 구르기 십상이다. 소음인은 삼계탕과 같은 뜨거운 음식으로 속을 뜨겁게 풀어주는 이열치열 방법을 써야 안과 밖이 편하다.

소양인은 속이 덥고 손발도 뜨겁지만, 손발이 차도 속은 더울 수가 있다. 추운 한겨울에도 냉장고의 찬물을 마셔야 속이 시원하고 가슴이 뻥 뚫리고 머리가 시원하다고 느낀다. 그러나 면역력이 떨어지면 오히려 ‘냉방병’에 걸리기 때문에 에어컨 바람을 오래 쐬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고 몸이 무거워진다. 찬 기온보다는 찬바람을 못 견디는 특이체질이다. 창문을 열고 옷을 시원하게 입고 선풍기 정도나 쐬어야 시원하게 여름을 보낼 수 있다. 특히 여름철의 대표 과일인 수박, 참외가 속의 열을 식혀주는 가장 좋은 식품인데, 칼륨이 빠져나가면 팔다리에 쥐가 날 수도 있다. 소양인에게는 팥빙수가 속의 열을 풀어주는 아주 좋은 식품이다. 팥은 열을 소변으로 빠져나가게 하는 좋은 식품이다.

한마디로 한여름을 가장 무난히 보내려면 사통팔달 뚫린 대청마루에 누워 오미자차를 시원하게 해서 마시는 것이 가장 좋은데, 아파트는 한 방향으로만 바람이 흐르니 덥고 답답하기 이를 데가 없다. 복잡하고 무더운 도시를 떠나 시원한 바람이 불고 시야가 탁 트인 한적한 바닷가에서 피서를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