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기업이 운영하는 기업형슈퍼마켓(SSM)의 영업 시간 규제에 이어 판매 품목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중소상인과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지만 대기업에 대한 과중한 규제이며  이곳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편익을 감안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경영난이 SSM 입점 탓만인지 최근 매출이 급증하고 있는 온라인 쇼핑의 영향인지 등 시장상황을 정밀진단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보호육성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기업형 슈퍼마켓은 전통시장 반경 1㎞ 이내 신규 출점 금지, 월 2회 의무휴업, 0∼10시 영업금지 등의 규제를 받고 있다.

이개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2분과위원장은 2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계 간담회에서 “소상공인 상권 보호를 위해 SSM에 대한 시간 규제 이외에 품목 규제도 검토하고 있다”면서 “기존 시간 규제도 더 강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정위 구상은 법제화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당장 대기업들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기업형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이마트 에브리데이와 GS리테일 등의 슈퍼마켓 사업부가 실적을 내고 있지 못하는 상황에서 규제가 강화된다면 경영난이 가중될 것이라고 기업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기업형 슈퍼마켓 매출은 매년 뒷걸음질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기업형슈퍼마켓의 연간 매출은 2014년 3.3% 감소한 데 이어 2015년 1.3% 줄었다.  지난해에도 0.8% 감소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판매채널 부진과 지속되는 불경기 등으로 적자를 내고 있는데  규제까지 겹친다면 점주들의 어려움이 더욱 커질 것”이라면서 “이미 유통 환경이 악화되어 실적이 좋지 않다”고  토로했다.

소상공인들은 환영했다.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관계자는 “그동안 생계형 소상공인을 보호해야 한다고 법제화를 계속 요청해왔다”면서 “대형 유통점이 담배와 라면, 종량제 봉투 등 전형적인 서민 자영업자들의 핵심 품목까지 판매하는 게 맞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계자는 "법제화가 되기까지는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중·대형 슈퍼마켓도 생계형 소상공인으로 볼 수 있느냐는 기준 역시 모호해 이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면서 “이에 품목별 규제로 필요한 사안을 제시하면 어떨까해서 관련된 부분을 계속 제시해 왔다”고 설명했다. 

중소상공인들은 대기업의 실적 악화 논리는 핑계에 불과하다고 맞서고 있다. 편의점의 경우 이미 3만개를 넘어 포화상태인데 동네 슈퍼마켓까지 합치면 6만개가 넘는 등 치열한 경쟁으로 중소상공인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대기업의 시장 독식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양측의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가운데 국정위를 비롯한 공정거래위원회 등 문재인 정부 부처가 중소상공인과 골목상권 보호 정책을 추진할 경우 대기업들의 불만 수위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