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부산행> 스틸컷. 출처= 네이버 영화

앞서 설명했듯 우리나라 영화산업은 극장 상영을 중심으로 한 내수의존도가 높다. 그래서 총 매출 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낮은 편이며, 영화와 관련된 것들이 수출되는 시장도 일부 지역으로 국한돼 있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 영화업계에서는 작품 해외 상영을 비롯해 해외 극장체인 운영, 해외 배급투자, IP(지적재산권) 수출 및 합작영화 제작 등으로 시장의 ‘파이’를 키우려는 여러 가지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다.

해외로 수출되는 우리 영화

‘2016년 영화산업 결산보고’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영화 완성작의 수출액이 처음으로 4000만달러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영화산업의 해외매출 총액도 2015년 대비 82% 증가했다.

지난해 한국영화 완성작의 총 수출액은 4389만3537달러(한화 약 505억원)로 지난해 대비 49.4% 증가했다. 영화 한 편이 다양한 국가에 중복 판매된 작품을 제외한 수출 편수는 2015년(650편)보다 29편 늘어난 679편, 작품 한 편의 평균 수출가격은 6만4644달러(한화 약 7400만원)로 조사됐다. 이는 10년 전인 2006년 한국 영화 수출액이 2000만달러 수준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주목할 만한 산업의 변화다.

특히 2016년에 개봉된 국내 영화 중 유일하게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부산행>은 일본, 중국, 인도 등 아시아 국가를 비롯해 프랑스, 미국, 남미 지역, 독일 등 총 156개국으로 판매되며 국내 영화 수입 매출의 성장을 견인했다. 이 외에도 나홍진 감독의 <곡성>,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등 인기 감독들의 작품도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며 한국영화 수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에 대해 영화진흥위원회 관계자는 “화제가 된 한두 편의 작품만이 수출되던 예전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으로 우리나라 영화의 다양성, 독창성이 해외 관객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어내고 있다”며 “해외로 우리 영화가 판매되는 유형 즉, 유통 플랫폼의 다변화도 영화 수출액이 증가하는 데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외에 ‘우리 극장’을 짓다

작품 수출의 호조와 더불어 최근에는 국내 멀티플렉스 업체들이 미국·일본·베트남 등 해외 극장 상영산업에 진출해 브랜드를 알리고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아울러 현지에서의 한국영화 배급도 추진되면서 다양한 측면의 해외 영화시장 공략이 진행되고 있다. CGV는 지난 15일과 16일 이틀 동안 터키 요즈가트 CGV, 중국 충칭 CGV 401호점을 연달아 오픈했다. 이로써 CGV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중국, 베트남, 미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터키, 미얀마 등 8개국에 총 401개 매장을 운영하는 글로벌 멀티플렉스 브랜드로 입지를 굳혔다.

▲ CGV 400호점 터키 요즈가트. 출처= CJ CGV

아울러 CGV는 이달 말까지 중국 항저우·포산·선전, 인도네시아 페칸바루·마타람, 베트남 하띤·하노이 등 해외 8개 극장의 추가 계획을 알리며 해외 영화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롯데시네마는 중국에 12개관(91스크린), 베트남에 30개관(137스크린)의 멀티플렉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전까지 롯데시네마의 해외 출점은 그렇게 적극적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오는 9월부터 롯데쇼핑의 시네마사업본부 분리 결정으로 단독 법인이 되는 롯데시네마는 이전과 다른 행보를 보일 수 있게 됐다. 이에 업계에서는 경쟁사인 CGV에 맞선 롯데시네마의 해외진출 전략이 적극적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영화 제작 수주, 로케이션 제공

작품 수출, 멀티플렉스 운영과 더불어 최근 우리 영화업계는 서비스 분야의 수출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서비스 분야는 크게 후반작업 수주, 로케이션 유치로 나뉘는데 후반작업 수주는 최근의 영화 제작에서 반드시 필요한 특수 시각효과(Visual FX)와 영상 디지털화(Digital Intermediate) 작업을 대행하는 것이며, 로케이션 유치는 말 그대로 해외 영화 제작업체들에게 영화 촬영장소(Location)를 제공하는 것이다.

업계의 통계에 따르면 2015년 우리나라의 영화 서비스 분야 수출 금액은 2613만달러(약 297억원)를 기록했다. 이 중 VFX·DI 작업 수주 금액은 1818만달러를 기록하며 전체 수익의 69.6%로 차지했다.

▲ 영화 <어벤져스2>에 등장한 서울.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업계 관계자는 “VFX를 비롯한 후반업체 그리고 제작스태프 수주는 한국 영화의 제작 기술력을 세계로부터 인정받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우리 작품들이 해외로 더 많이 수출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리나라의 해외영화 로케이션 유치로 가장 잘 알려진 사례는 2014년 개봉한 마블의 액션 대작 <어벤져스2: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배경인 서울 새빛둥둥섬이 있다. 영화의 흥행으로 마블은 지난 3월 내년 초 개봉 예정인 영화 <블랙 팬서>의 추격 액션 신을 부산에서 촬영하기도 했다. 2014년 기준 외국영상물의 국내 로케이션으로는 475만달러(약 54억원)를 벌어들였다.

원 소스 멀티 테리토리 전략

영화의 공동제작은 여러 나라의 영화 제작사가 단독으로 이루기 어려운 프로젝트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각자가 보유한 콘텐츠와 서비스들을 공유하고 협력하는 일종의 계약이다. 콘텐츠 원천 하나를 여러 국가에서 공유한다는 의미로 ‘원 소스 멀티 테리토리(One-Source Multi Territory)’라고 한다. 이는 문화권이나 정서가 다른 국가에 영화를 수출함으로써 발생하는 실패를 줄이면서 콘텐츠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작업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완성작 영화 수출은 마케팅 비용이나 수출 국가의 정서 차이 등 여러 가지 한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우리나라 영화업계는 해외 제작업체와 영화를 공동으로 제작하는 형태로 시장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우리 영화 <수상한 그녀(2014)>는 단발성 리메이크 혹은 유명 감독 및 배우들의 해외 영화 참여 등 기존의 해외진출 방식이 아닌 현지화 전략으로 성공한 사례다. <수상한 그녀>는 기본적 내용과 콘셉트는 유지하되 현지인 배우를 출연시키고, 영화의 스토리와 결말을 현지 정서에 맞게 각색해 총 8개국(한국, 중국, 베트남, 일본, 태국, 인도네시아, 영어, 스페인)의 언어로 제작된 ‘세계 최초’의 영화다.

<수상한 그녀>의 중국 버전인 <20세여 다시 한 번(重返20歲), 2014>은 2015년 1월에 개봉해 약 640억원의 입장수입과 1162만명의 관객동원을 기록하며 역대 한중 합작영화 중 흥행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베트남 현지 제작사와 공동 투자·제작한 <수상한 그녀>의 베트남 버전인 <내가 니 할매다(Em La Ba Noi Cua Anh), 2015>는 매출 485만달러(약 56억원)를 기록하며 역대 베트남 영화 사상 최고의 매출 기록을 세웠다.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2011년 국내에서 730만명의 관객을 모은 흥행작 <써니>도 지난 5월 미국, 일본, 베트남, 태국 등 4개국에서 현지 정서에 맞춘 합작 영화 제작이 확정됐다.

<써니>의 제작사인 CJ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한 가지 콘텐츠 소스를 활용해 국가별로 현지화를 거쳐 합작영화를 만드는 해외 진출은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들도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방식”이라며 “문화·언어적 장벽이 높은 영화 콘텐츠의 특성상 수출만으로는 성공을 거두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한 가지 소스를 다방면으로 활용하는 현지화를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식은 우리에게 가장 효율적인 영화의 해외진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