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첫 위기대응 능력 시험대에 올랐던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일주일 째 조용하다. 6월 초 제주 지역에서부터 AI가 확산된 지 보름여만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가 20일 발표한 AI방역 일일보고에 따르면 20일 0시 기준으로 9일째 AI 의심신고 및 발생농가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까지 고병원성 AI H5N8형으로 확진된 곳은 ▲제주 6곳 ▲부산 기장 2곳 ▲전북 군산 6곳 ▲익산 5곳 ▲완주 2곳 ▲전주 1곳 ▲임실 5곳 ▲순창 1곳 ▲경기 파주 1곳 ▲경남 양산 1곳 ▲고성 2곳 ▲울산 3곳 등 35곳이다.

방역당국은 일단 AI 전국 확산의 고비는 넘긴 것으로 보고 현재 유행하고 있는 H5N8형 AI 바이러스의 최대 잠복기 21일이 경과되는 이달 말까지 방역과 의심신고 협조를 강화키로 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신속한 대응이 AI 확산을 막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역대 최악의 방역대책이라 비판을 받은 박근혜 정부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文, ‘신속’ & ‘철저한’ 초기 대응 시행
이번에 살처분된 가금류는 예방적 살처분 조치를 포함해 180개 농가 18만5000마리다. 닭 18만2000마리, 오리 1000마리, 기타 2000마리 등이다.

반면 지난해 11월 발생한 AI 사태 때는 AI 확진 직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1041만 9000마리에 달하는 가금류가 살처분됐다. 당시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방역 컨트롤타워가 부재했고, 방역당국은 초동대응에 실패해 ‘사상 최대의 살처분 수치’를 기록했다는 불명예를 얻었다.

박 전 정부의 늑장대응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은 것일까. 문재인 정부는 AI 발생 3일 만에 “총리를 컨트롤타워로 종료까지 비상체제를 유지하며 근본 해결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11일 열린 AI 일일점검회의에서 “중개상을 통해 유통되어 AI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현재의 방역체계가 완전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비상태세를 갖춰 방역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구체적인 대응방안으로 ▲전국 일시이동중지 ▲전통시장 등에 대한 특별점검 ▲무허가 가금농가에 대한 일제점검 등 그동안 방역이 취약했던 전통시장과 소규모 농가에 대한 방역을 철저히 실시하는 방안을 주문했다.

또 AI 의심 농가에 대한 예방적 살처분과 소규모 농가에 대한 수매·도태 등 선제적이고 과감한 초동방역 조치 시행과 동시에 전국단위의 거점소독시설과 통제초소 설치, 일제 소독 실시 등 철저한 차단방역을 당부했다.

문 정부의 위기대응은 ‘신속’에서 그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일 방역당국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대책에 대해 “의례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질책하기도 했다.

방역당국에 AI 방역에 대한 근본대책 마련을 지시했음에도 기존 대책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대책이 다시 보고됐다는 이유에서다.

문 대통령은 “백신 대책을 포함한 근본 대책을 평상시에 마련하라”라며 철저한 모습을 보였다.

황교안 대행, 인체 감염 사례 있는 바이러스 확인하는 데만 15일 소요
지난해 AI 사태 땐 황교안 권한대행이 대통령 대행을 맡은 직후부터 AI 확산 방지와 관련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당시 발견된 AI 바이러스 ‘H5N6형’은 중국에서 인체 감염자 사망 사례가 나올 만큼 전염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부는 늑장 대응으로 일관했다.

황교안 대행의 첫 점검회의는 2016년 12월 12일이었다. 이미 1000만 마리가 넘는 가금류가 대량으로 살처분되고 난 뒤다. 농식품부 김재수 장관도 12월 15일에서야 관계부처와 시도 책임자 회의를 열었다.

심지어 당시 발견된 AI 바이러스(H5N6형)도 정부의 방역체계에서 발견된 것이 아니다. 민간 대학교 연구원이 자체 연구목적으로 충남 천안시에서 야생원앙 분변을 채취해 연구하는 과정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됐으며, 약 15일 후에나 정부 측의 확인이 완료됐다. 그동안의 방역은 무방비 상태었던 것이다. 

다행히 인체 감염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작년 11월부터 올 4월까지 발생한 AI 신고건수는 383건, 살처분된 가금류는 946농가 약 3800만 마리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