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KDB생명 홈페이지

KDB생명 노조가 대주주 산업은행이 유상증자를 미끼로 KDB생명 임직원들의 희망퇴직을 강요, 생존권마저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사측이 인건비 300억원 절감과 지점 50% 축소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해 사실상 ‘강제퇴직’을 종용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희망퇴직 대상자들은 사측의 반강요에 의해  과거 비상장인 우리사주를  배분받아 1인당 평균 3000만원대 자사주를 매수했었다. 당시 자사주 한 주당 가격은 액면가인 5000원. 현재가는 비상장거래시장에서 수백원대에 불과하다. 약 10분의 1 토막이 난 셈이다.

희망퇴직 대상자인 한 노조원은 "우리 사주 매매시 사측은 부서장들을 통해 직원들의 인사 평가에 반영된다며 반강제적으로 매수를 강요했다"며 "대개 여윳돈이 없는 상황이라 대출을 받아 자사주를 매수했는데 현재 10분의 1로 줄어들어 대출금 갚고 나면 오히려 회사를 몇년동안 다닌 것이 마이너스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KDB생명 직원 가운데 우리사주 구입 후 현재까지도 빚에 시달리는 직원이 대다수다. 

노조측은 현재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무리한 매각 강행으로 고이율 저축성보험 비중이 커지면서 경영이 부실해졌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반면 산업은행 측은 이에 대해 KDB생명 잘돼야 매각이 수월해지는 상황에서 회사를 팔기 위해 경영을 부실하게 만든다는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인원감축 역시 아직 확실한 결론에 이르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빚내서 산 자사주 5000만원…두 번의 감자에 ‘휴지조각’

A씨는 KDB생명 중견간부다. 그는 KDB생명의 전신인 금호생명 시절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회사가 어렵다고 하자 그는 우리사주를 통해 회사 주식을 매입했다. 당시 대리였던 A씨는 3000만원어치의 금호생명 주식을 보유하게 됐다. 산업은행 매각절차가 진행되면서 주식 감자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두 차례에 걸친 감자로 보유주식은 ‘휴지조각’이 됐다.

A씨는 산은이 회사를 사고 나면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산은은 KDB생명을 매각하려 했다. 수년째 회사가 팔리지 않자 산은은 KDB생명의 증자를 위해 지점 통폐합과 인력감축을 요구했다. A씨는 덜컥 겁이 났다. 그는 이미 구조조정 대상자였고, 당장 생활비 걱정이 들이닥쳤다.

A씨는 “결혼과 주택 구매 때문에 받은 대출금이 그대로 있는데다가 우리사주를 통해 매입한 주식은 두 번의 감자를 통해 사실상 증발한 상황”이라며 “산업은행이 KDB생명을 책임지려 하지 않고 그저 어떻게 팔아버릴까 궁리만 하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B씨는 우리사주를 통해 주식 5000만원어치를 보유했다. 직급이 과장이었던 그는 남들보다 많은 돈을 들였다. 보험사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재무를 관리하기 때문에 쉽사리 무너지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그는 ‘하늘이 무너져도 보험사는 무너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회사는 저금리 시대에 접어들었음에도 저축성 보험 판매를 확대해 외형 불리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장기적 시각으로 접근해야 하는 생명보험사임에도 전문경영인은 1년 반짝 있다 떠나기를 반복했다. 산은 측의 낙하산 인사가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결국 회사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노조와의 협상의 여지도 없이 ‘인건비 300억원 감축’이라는 목표를 전면에 내세웠다. 사실상 나이 먹었으니 나가라는 통보였다.

B씨는 “산업은행이 증자를 미끼로 KDB생명 임직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애초에 KDB생명의 경영이 위기를 겪는 것은 산은의 책임이 큰데, 이런 행보를 보이는 것은 대주주로써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20일 KDB생명 노동조합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이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산업은행의 KDB생명 구조조정을 규탄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이코노믹리뷰 김태환 기자)

노조 “산업은행 경영실패 힘없는 KDB생명 직원 몫으로 강요”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이날 KDB산업은행 여의도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DB생명의 증자를 미끼로 생존권을 협박하는 산업은행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사무금융노조에 따르면 KDB생명이 최근 진행하는 구조조정은 최근 동종업계가 진행했던 희망퇴직과 다르게 강제성을 띈다고 주장했다. 경영진단 이후 인건비 300억원을 절감해야 한다는 뚜렷한 목표액을 공포한데다 지점 수를 50% 수준으로 축소시킨다고 못박았기 때문에 사실상 ‘강퇴’라는 설명이다.

사무금융노조는 이어 대주주 산업은행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노조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민영화 정책이 철회된 직후 KDB생명 매각작업에 몰두하면서 외형확장을 위한 고이율 저축성 상품 판매를 확대했다”면서 “게다가 당장 드러나는 이익을 위해 우량 채권을 팔아 흑자기업이란 껍데기 유지에만 급급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산업은행 출신 비전문 낙하산 경영진 문제와 더불어 산은 그룹사 관계자들의 인사 청탁 비리의혹, 임원들 퇴직 후에도 편법으로 월급을 지급하는 등 다양한 불법행위와 경영간섭이 있다”며 “(그런 산업은행이) 이제 와서 경영간섭의 책임을 모른척 하며 경영실패의 결과를 KDB생명 직원들 몫으로 강요하고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지난 3월말 기준 KDB생명의 지급여력(RBC)비율은 124.35%로 금융당국의 권고치 150%를 하회하고 있다. 만일 KDB생명의 RBC비율을 15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약 2000억원의 자본확충이 필요한 실정이다.

KDB생명의 실적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올해 1분기 연결기준 KDB생명은 22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 전년동기(457억원) 대비 적자 전환했다.

특히 국제회계표준(IFRS17)이 도입되는 2021년이 되면 적자 폭은 더욱 늘어날 개연성이 크다. 부채평가방식을 과거시점이 아니라 현재시점으로 산정하면서, 과거부터 판매해온 고금리확정형 저축성보험의 부담이 커지게 된다. 업계에서는 IFRS17 대비를 위해 KDB생명이 확충해야 할 자본 규모는 1조원 이상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출처=금융감독원

회사가 어렵다보니 KDB생명 미래혁신팀은 외부 컨설팅업체인 SIG파트너스와 함께 경영진단을 실시해왔으며, 인건비 300억원 감축과 50% 지점 축소 방안이 제시됐다.

무엇보다도 과거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자사주를 매입한 임직원들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목됐다. 당시 2010년 기준 KDB생명의 임직원 수는 793명이었으며, 우리사주조합이 받는 물량은 8%(640만주, 320억원)였다. 단순계산 상으로 1인당 대략 4035만원의 물량을 받아야 했다. 노조 측은 1인당 평균 3000만원의 자사주를 매입했다고 설명했다.

주식은 두 차례 감자로 인해 사실상 휴지조각이 됐다. 대다수의 임직원들이 빚을 내 주식을 매입했지만, 남는 돈이 거의 없고 구조조정 대상자가 되면서 직장마저 잃을 위기에 처한 셈이다.

“아직 구체적인 구조조정 계획 없다”

KDB생명은 아직 구체적인 구조조정 계획이 나오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KDB생명 관계자는 “구조조정 얘기는 사내에서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준비했던 것이며 최종 결정된 게 아니라검토단계에 있다”면서 “이사회 등 절차들을 거친 뒤 7월 중순 이후가 되면 구체화될 것 같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방만경영을 하고 매각을 위해 내실 없이 외형만 부풀렸다는 노조의 지적에 대해서는 잘못된 지적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매각을 하기 위해선 회사가 좋은 평가 받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외형만 부풀리거나 낙하산 인사와 같은 비리를 저질러 부정적 평가를 받게 만들 이유가 없다”면서 “노조 측의 입장에선 의혹을 제기할 수 있겠지만 기본 전제부터가 잘못된 지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직원들에게 우리사주를 떠 넘긴 문제에 대해선 "직원들의 우리사주 매수는 대부분 KDB생명 전신인 금호생명시절 발생한 것이고 이후 KDB생명에서 우리사주 거래는 많지 않았다"며 "우리사주 거래로 피해를 본 직원들의 사정은 딱하지만 경영상 판단을 회사에서 책임질 수는 없는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