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CNN캡처

기술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6개월 만에 다시 회동했다. 이번 회동의 긴장감은 이전 회동보다 더 컸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CEO들과 그 외 10여개 기술 기업 CEO들은 19일(현지시각) 백악관 수석고문이자 트럼프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가 주관하는 미국 기술위원회(American Technology Council) 첫 모임에 참석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트럼프 행정부 요원들과 하루 종일 함께 했다. 배포된 자료에 따르면 이번모임의 주제는 미국 정부 기술 인프라의 현대화 방안을 토의하는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회사에서 "우리의 목표는, 시민들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이버 공격으로부터 보다 강력한 보호 장치를 만들기 위해 연방 정부의 기술을 전면적으로 혁신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술 기업들의 CEO들을 "수십 만명의 미국인들을 고용하고 있고 혁신의 최첨단을 걷는 특별한 사람들"이라고 소개했다.

이날 회동에서 애플의 팀쿡 CEO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CEO가 트럼프의 양 옆에 자리를 잡았다. 팀쿡은 이민 문제, 데이터 암호화 문제, 퇴역 군인 문제, 인권 문제 등 예민한 문제들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델라는 "미국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민 정책 개방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번 회동은 트럼프 대통령과 기술 기업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금지 명령으로 서로 충돌한 후 몇 개월 만에 이뤄진 것이다.  기술 기업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한 목소리로 비판하기도 했다. 

이런 충돌에도  기술기업들은 기회가 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정부 현대화’라는 초당적 문제에 대해 백악관과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이 날의 회동이 더욱더 민감한 문제들을 꺼내는 좋은 자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뉴먼트 폴리시 그룹(Monument Policy Group)의 로비스트로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와도 일하고 있는 스튜어트 버데리는 "이런 기회가 아주 안전한 마당이 될 수 있다"면서 "문제는 대통령이나 기업 CEO들이 논쟁 의 여지가 있는 문제, 서로의 관계를 불편하게 만드는 얘기를 꺼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동의 또 다른 이슈인 H-1B 비자 프로그램은 실리콘 밸리와 근로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문제다. H-1B 비자 프로그램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이 초기에 보인 비판적 태도에 대해 백악관에 질문했을 때 숀 스파이서 대변인은 “대통령이 이번 회동에서 그에 대한 의견을 들을 것”이라고 답했다.

업계 안팎에선 이번 회동도 지난 12월의 첫 번째 회동과 마찬가지로 그저 사진 촬영에 그치고 기술 기업들의 주장은 거의 반영되지 않고 대통령만 좋은 일 시킨다는 비판적 시각도 적지 않다.

이번 회동에 함께 참여한 시민 단체 ‘미국을 위한 헌장’(Code for America)의 설립자이자 소장인 제니퍼 팔카는 “이번 회의에서 토의된 문제와 관계 없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은 매우 위태롭고 미국 시민에게도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일갈했다.

이들 4개 기업 외에 사프라 카츠 오라클 CEO, 버지니아 로메티 IBM CEO도 함께 참석했다.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 CEO는 이번 회동자 명단에는 없었다. 머스크는 이달 초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 기후 협정 탈퇴를 결정하자 대통령의 기업 자문단을 떠났다.

5대 기술 기업 중 페이스북만이 유일하게 참석하지 않았다. 페이스북의 누 웩슬러 대변인은 일정이 맞지 않았을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