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누족으로부터 홋카이도를 병탄한 일본은 이제까지 아이누 족들이 사용하던 이름을 모두 일본식으로 고치는 창씨개명을 통해서 호적에 등록할 것을 강요했다. 그러나 글자도 모르고 아는 것이 없는 그들에게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말이라고는 자신들의 말 밖에 모르는 그들에게 일본식 이름이라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거니와 호적에 등재한다는 것은 실행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안내를 하거나 도와주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다. 무조건 언제까지 하라고 해 놓고는 하지 않으면 죽여 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거나 실제로 죽여 버렸다. 종족 말살을 위한 수단이자 방편 이상으로는 해석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던 것이다.

아이누족의 에조치는 그렇게 일본의 홋카이도로 탈바꿈하고 아이누족은 소리 없이 일본의 그늘에 녹아들고 만 것이다.

말 같지도 않은 실제 있었던 이야기를 하나 더 해본다.

멀리 떨어진 주변 마을들과 교역하기 좋은 요지를 차지하고 있는 마을이 있었다. 그런데 거기에서 그리 멀지 않은 마을에 살던 탐욕스런 무리들이 항상 그 마을을 탐냈다. 그 탐욕스런 무리들은 주변의 마을들을 정복할 목적으로 자신들이 먼저 신무기 등을 도입하여 힘을 강하게 만든 후에 어느 순간엔가 일시에 주변 마을들과 교역하기 좋은 요지에 있던 그 마을을 침략해서 일부를 점령한다. 그리고 일부를 점령한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결국은 마을 전체를 정복한 후 그 마을의 주인인양 행세하며 마을 이름도 바꾸고 마을 사람들의 이름까지 자신들의 이름처럼 바꾸게 하면서 그 마을에 주저앉아 마을을 다스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탐욕은 탐욕을 부르게 되어있다.

탐욕스런 그들은 자신들의 영역을 더 넓히기 위해서 그 마을 주변의 여러 마을들까지 점령하려고 전쟁을 일으키자 공격을 당한 마을들이 연합해서 역공을 하는 바람에 꼼짝 없이 패망하여, 자신들이 이제까지 침략한 마을들은 물론 자신들이 주장하던 모든 권리를 포기하는 무조건 항복을 한 후 겨우 목숨만 구한다. 그들에게 무력으로 점령당했던 마을 주인들이 마을을 되돌려 받을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이다.

그런데 탐욕스런 이들을 응징할 때, 그들을 패망시키기 위해서 연합한 마을들의 선도자 역할을 했던 사람의 마음이 변했다. 이 마을을 주인에게 돌려주는 대신에 자신이 깔고 앉아서, 좋은 지리적 여건을 이용하여 주변 마을들에게 자신의 영향력을 넓히고 싶었다. 그는 주변 마을들의 평화유지를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그 마을에 주저앉았다. 그런 과정에서 탐욕스럽게 그 마을을 무력으로 침공한 마을 사람들을 쫓아내면 원래 주인들이 자신이 주저앉는 것을 반대할까봐 탐욕스런 마을 사람들을 그 마을에 계속 남아 있게 했다. 그들을 방패막이로 삼아 자신이 그 마을을 자신의 땅처럼 이용하여 주변 마을들을 자신의 영향력 아래 두기 위한 방편이었다.

본래 그 마을의 주인들은 마을을 찾기는커녕 오히려 더 나쁜 환경이 되었으나, 그렇다고 항거할 힘도 없어 꼼짝도 못하고 당하고 말았다. 그렇다고 마을을 되찾는 것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다행히 그들에게는 자신들만의 고유한 언어도 있었고, 그 마을이 자신들의 젓임을 증명할 수 있는 고유한 문자도 있었다. 그 덕분에 그 마을이 자신들의 소유라는 증거들을 상당히 많이 남겨 놓은 역사적인 유산이 있었다. 그들은 어떻게든 마을을 되찾기 위해서 지금도 스스로의 힘을 기르고 연구하면서 지속적이고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일본이 1879년 오키나와를 병탄하고,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이 군사기지를 건설하던 상황을 동네 이야기처럼 풀어서 쓴 역사보다 더 진실한 역사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