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한달 열흘 만에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 첫 ‘칼날’을 꺼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비교적 온건한 정책으로 시장의 충격은 덜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투기 조짐을 보이는 만큼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으라는 요구가 커지는 상황에 비하면  '미봉책'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 출처=이코노믹리뷰 DB

정부는 19일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주택시장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선별적·맞춤형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1순위 제한, 재당첨 제한 등의 청약규제를 적용받는 조정지역을 부산 진구와 기장군, 경기 광명으로 확대하고, 조정지역에는 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도 강화하기로 한것이다. 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면서도 서민과 실수요자의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것을 목표로 한 이번 대책을 지역과 투자자를 선별적으로 나눠 적용한다.

서울지역은 강남4구 외에 자치구 21구에서도 전매제한 기간을 소유권이전등기(입주시)까지로 강화한다. 최근 투자자가 몰리고 있는 재건축 시장도 손보기로 했다. 재건축 조합원에 제공되는 신규 분양 주택을 3주택에서 1주택으로 제한한다.

전국 40개 조정지역에서는 LTV와 DTI를 각각 10%포인트씩 강화한다. 이에  따라 LTV는 60%, DTI는 50%로 강화된다. 조정지역 집단대출 중 잔금대출에 대해서는 DTI를 새로 적용하기로 했다. 주택 실수요자들에게는 조정대상지역 주택담보대출에도 강화된 LTV·DTI 규제비율을 적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대책 발표 직후 6월 분양을 예고한 서울지역 고가 아파트 분양은 당장의 ‘직격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서울 용산구 용산국제빌딩4구역에서는 효성이 6월 ‘용산 센트럴파크 해링턴 스퀘어’ 1140가구(임대 194가구)의 대단지를 내놓을 예정이었다. 분양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업계는 이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가 3500만원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기대를 키워왔다.

전매제한이 적용되고 고가 분양가로 주목받는 강남권이 아니면서도 서울 시내에서 입지가 우수하고 여러 개발사업들이 예정돼 있는 용산구와 성동구에서 강남 못지 않은 분양가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됐던 상황이다. 그러나 대책 발표를 앞둔 지난 16일 주택보증공사(HUG)의 분양 보증이 연기되면서 이 단지의 분양 승인도 밀리게 됐다.

이날 대책 발표 이후 용산구 D공인중개업체는 “당장 이달에 분양하기는 어려워 질 것"이라면서 "많은 기대를 모은 아파트이기는 하지만 분양권 전매가 제한되면 가수요가 크게 줄 것이어서 분양 성적도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며 미분양 가능성도 부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일시 조정은 피할 수 없을지라도 전반적으로는 시장 영향이 적은 정책이라고 평가한다. 의외로 파장이 클 것이라고 한 금융 규제도 약하다는 평가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건설·부동산 연구위원은 "이번 대책 가운데 청약조정지역에 LTV·DTI를 강화하고 집단대출에 DTI를 적용한다는 금융 정책은 큰 의미가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미 지난 정부에서 금융 제재도 많이 썼고 강화 수준도 높지 않다”고 평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정책 발표 이후 예상보다 약한 수준의 정책에 건설주 흐름이 견조하다. 시장은 이미 별 영향이 없을 것을 아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6.19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후 건설주들이 반등을 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오는 8월 가계부채 종합관리 방안을 발표하고 소득산정기준을 개선한 신DTI기준과 차주의 원리금상환 능력을 더 종합으로 고려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등을 포함한 규제를 공표할 계획이다.

정부는 또 부동산 시장 과열 추세가 지속될 경우 투기과열지구 지정과 전매제한 기간 신규 지정 등 추가 대책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계약 시점에서 최소 5년간 전매가 금지되는 등의 강력한 제재가 내려진다.

강정규 동의대 부동산금융·자산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추가 대책을 내놓는 게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 교수는 "시장이 이미 예측한 수준이고 다른 내용이 나온 게 없다"면서 "향후 시장이 조정되지 않으면 추가적인 계획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다소 설익은 처방"이라고 비판했다. 심 교수는 “과거 10년과 집값 상승률을 비교해도 현재가 크게 과열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집값을 잡기보다는 일시 조정이 될 것이다. 하반기의 금리 상승과 입주물량을 고려해 정부로서도 이 정도 수준으로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정책실장은 “조정지역에 국한한 부동산 규제 정책은 ‘두더지 잡기’와 같다”고 혹평했다. 송 실장은 “하반기 분양시장에 예고된 여러 가지 부정적인 변수들을 고려해 지역적 차이를 두는 등 고민의 흔적이 엿보이나 아쉬운 부분이 많은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송 실장은 “시장 정책은 일관성, 신뢰성, 예측가능성 등의 3가지 요인이 갖춰져야 한다. 부산 2개 지역과 광명 등 조정지역을 추가한 오늘의 대책은 향후 투기 가능성이 있거나 과열 양상을 보이는 다른 지역을 조정지역에 추가하는 정책이 반복될 것이라는 인상을 줘 주택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웠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