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말 기준, 출처=금융감독원

국제회계표준(IFRS17) 도입으로 인해 지급여력(RBC)비율 산정방식을 변경하는 신지급여력제도(K-ICS)가 추진되면서 중소형 생보사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부채산정방식 변경에 따른 자본 확충 압박이 커지면서 당장 지금부터도 RBC비율이 금융감독원 권고치에 근접하거나 낮은 상황. 인력감축과 지점통폐합 등 구조조정과 더불어 유상증자‧후순위채 발행으로 자본금 늘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9년 K-ICS 도입 전망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당국은 기존 RBC비율을 대체하는 K-ICS의 필드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K-ICS는 오는 8월까지 테스트가 진행되고, 2019년 말 도입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RBC비율이란 보험계약자가 일시에 보험금을 요청했을 때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지 여부를 수치화한 지수다. RBC비율이 100%라면 모든 자본을 총 동원했을 경우 보험계약자에게 전액 보험금을 지불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험업법상 RBC비율은 100%를 넘겨야 하며, 금감원은 150% 이상으로 유지하길 권고하고 있다.

K-ICS는 현행 RBC비율보다 규제의 강도가 더 세질 전망이다. K-ICS는 부채평가방식이 IFRS17에 맞춰 시가평가 기준으로 변경되기 때문에 보험준비금을 현재 금리 수준으로 재평가해야 한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과거 저금리 시절 계약했던 금리보다 더 높은 금액을 준비해야 하고, 자본의 추가적인 확충이 필수적이다.

문제는 K-ICS가 도입되기 전인 현재도 많은 중소형 생보사들의 RBC비율이 낮다는 것이다. 이는 미래를 내다보기는커녕, 지금 당장 위험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지난해 말 RBC비율 200% 이하 생명보험사는 12개사로 집계됐으며, 2015년 4개사에 비해 3배 늘어났다.

12개사 중 흥국생명(145.4%)과 현대라이프생명(160.0%), 하나생명(160.2%), DGB생명(164.1%), 메트라이프생명(167.2%)은 금감원 권고기준인 150%에 근접하거나 낮았다.

또 신한생명(178.3%), 동부생명(179.5%), 동양생명(182.2%), 농협생명(186.5%), 처브라이프생명(193.6%), 한화생명(198.7%), KB생명(199.1%) 등은 200%보다 떨어졌다.

RBC비율 하락은 판매제한으로 이어지고 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등은 은행에서 판매하는 보험상품 ‘방카슈랑스’ 판매에서 흥국생명과 KDB생명, MG손해보험 등의 일부상품 판매를 제한했다.

대상 상품은 납입 기간 보험료 합계가 5000만원이 넘는 상품이다.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1인당 5000만원까지는 원금과 이자를 보호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업체들의 방카슈랑스 판매 비중이 높지 않아 당장 문제는 일어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다양한 판매채널에서의 제한이 나타날 우려가 커질수 있다.

“중소형사 구조조정‧자본확충 대형사보다 어려워”

RBC비율이 낮은 생보사들은 자본확충을 위해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흥국생명은 140개 지점을 80개로 축소하기로 했다. 생산성이 낮은 60개 지점을 없애고 대형 금융플라자 22개를 10개로 통폐합하기로 했다. 대신 고객지원서비스 창구를 기존 7개에서 15개로 늘릴 방침이다.

또 보유 부동산 매각과 더불어 자회사인 흥국화재 지분을 계열사에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흥국생명은 흥국화재 지분 59.6%를 보유하고 있다.

KDB생명은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다. 다음달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200여명의 인력을 감원한다는 계획이다. 대상은 20년차 이상 직원이다. 퇴직금은 20~24개월치 월급이며 현재 본점인원 900여명 중 200명을 감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KDB생명은 지난 2010년 말에 200여명 규모로 희망퇴직을 단행하기도 했다.

아울러 KDB생명은 지점 통폐합 작업도 함께 실시할 예정이다. 축소 대상과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흥국생명의 경우 올해 들어 후순위채 발행을 진행했지만, 기관투자자들이 요구하는 금리 수준이 높아 한 차례 취소했다. 그러나 150% 밑으로 떨어진 RBC비율이 개선되지 않자 지난 3월 말 150억원의 후순위채와 35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현대라이프생명의 경우 지난 2015년 말 대주주 푸본생명이 2200억원대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앞서 현대라이프생명은 2012년 6월을 시작으로 후순위채를 4년 간 8회 발행했다. 누적금액은 2200억원에 달한다. 유상증자와 후순위채까지 합할 경우 총 4400억원의 자본을 확충한 셈이다.

DGB생명은 5년 만기 후순위채 150억원, 하나생명은 6년 만기 후순위채 300억원 어치를 발행했다.

다만 중소형사의 경우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데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금리가 상승구간에 접어들면서 후순위채 발행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대부분이 너도나도 함께 후순위채 발행에 뛰어들면서 공급과잉의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실제 일부 생보사 후순위채 발행이 수요문제로 늦춰지기도 했고, 예상보다 흥행이 부진하면서 금리를 다소 높게 책정해야 팔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