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자주 가슴이 더워집니다.

6월에 점점이 박혀있는 현충일, 6.10, 6.25 등이

또렷하게 보입니다. 거기에 최근 찾았던 천리포 수목원에서

받았던 감동도 가슴을 덥게 했습니다.

천리포 수목원은 귀화한 한국인인 민병갈(1921~2002)이

평생의 헌신과 열정으로 일구어낸 결과물입니다.

2000년 아시아 최초로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에 선정되었으며,

국내 최대 식물을 보유한 수목원입니다.

 

그의 여러 면모를 생각했습니다.

먼저 그의 인간적 모습입니다.

1996년 어머니가 세상을 뜨자,

숙소 마당에 그녀가 좋아했던 목련 나무를 심고,

아침마다 ‘굿모닝 맘’이라 문안 인사를 했습니다.

그의 사후, 수목원 사람들이 수목장으로 묻혀있는

그의 곁으로 나무를 옮겨 심어,

어머니가 아들을 지켜보며 가까이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이어 독립 운동가 같은 면모입니다.

아들이 한국인으로 귀화하는 걸 반대하는 어머니로부터

허락을 받기까지 3년을 기다렸다는 그입니다.

‘결혼하면 이것 못하지 않겠나?’라며,

평생 독신으로 나무들이 그의 전부가 되게 했습니다.

1962년부터 용지를 매입하기 시작해

70년부터 수목원을 개인이 조성해나간 과정은

그런 결기가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지난함이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의 무한했던

이 나라와 사람들에 대한 사랑이 깊게 느껴졌습니다.

 

그의 유언입니다.

‘내가 죽은 후에도 자식처럼 키운 천리포 수목들은 몇백 년 더 살며,

내가 제2조국으로 삼은 한국에 바친 마지막 선물로 남기를 바랍니다‘

그렇게까지 바친 헌신도 그렇거니와,

그가 규정한 수목원의 역할도 그사랑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 아름다운 전원으로 가꾸어,

사람들에게 자연 사랑 정신을 심고, 창의적 영감과 행복을 준다’

많은 이들이 그곳을 찾아 꽃을 보고, 솔숲을 걸으며 행복해하는 걸 보니,

그분이 꿈꾼 수목원의 역할은 이미 이루어졌다고 여겨졌습니다.

 

귀한 선물로 받은

좋은 위인전을 읽은 느낌입니다.

 

 

필자는 삼성과 한솔에서 홍보 업무를 했으며, 현재는 기업의 자문역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중년의 일원으로 일상에서 느끼는 따뜻함을 담담한 문장에 실어서, 주1회씩 '오화통' 제하로 지인들과 통신하여 왔습니다. '오화통'은 '화요일에 보내는 통신/오! 화통한 삶이여!'라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필자는 SNS시대에 걸맞는 짧은 글로, 중장년이 공감할 수 있는 여운이 있는 글을 써나가겠다고 칼럼 연재의 포부를 밝혔습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이코노믹 리뷰> 칼럼 코너는 경제인들의 수필도 적극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