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SK

SK그룹이 집중적인 역량강화와 상생의 메시지를 던졌다.

SK그룹은 19일 경기도 이천 SKMS 연구소에서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최재원 수석부회장,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비롯해 7개 위원회 위원장과 주요 관계사 CEO 등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17 확대경영회의’를 개최했다.

지난해 확대경영회의에서 최태원 회장은 ‘서든데스(Sudden Death)’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위기의식을 공유하는 한편, 그룹 차원의 전사적인 대응을 요구한 바 있다. 올해 확대경영회의는 나름의 성과를 평가하고 전열을 재정비한 상태에서 기업상생의 카드까지 꺼내든 분위기지만, 그 의미는 더욱 무겁고 중후해졌다는 평가다.

올해 확대경영회의의 전제에는 글로벌 메이저 플레이어와의 격차를 인지하고, 각 관계사별 딥 체인지(Deep Change)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방법론이 깔려있다. 당장 지금까지 성과적인 측면에선 적극적인 인수합병에 나서는 한편 사업구조 자체를 업그레이드 해나가고 있으며,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는 자평이 나왔다.

실제로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낸드플래시 시장 장악을 위한 전사적인 투자가 벌어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SK바이오텍이 글로벌 제약사인 BMS(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의 아일랜드 생산시설을 전격 인수하는 등 날카로운 경쟁력을 보여줬다. 현재 SK그룹은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17조원를 투자하고 8200명을 채용키로 하는 등 각 관계사 경영환경에 맞는 변화와 혁신을 지속하고 있다는 평가다.

문제는 2차 퀀텀점프를 위한 도약이다. 조대식 의장은 회의에서 “SK그룹 시가총액은 지난 3년간 연평균 8%의 성장을 이뤄 현재 100조원을 훌쩍 뛰어넘었고,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200 지수 상승률인 4%와 비교하면 분명한 성과”라면서도 “글로벌 메이저 플레이어가 같은 기간 연평균 30~40%의 성장을 이룬 것과 비교할 경우 결코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고 밝혔다. 일종의 위기의식이다.

이에 SK그룹은 ‘게임의 룰을 바꾸는 비즈니스 모델의 근본적인 혁신’과 ‘회사 업(業)의 본질을 다시 규정하는 새로운 포트폴리오 발굴’, ‘글로벌 차원의 또 같이 성장 방법인 글로벌 파트너링 강화’는 물론 ‘연구개발 및 기술혁신을 통한 핵심역량 확보 등’을 미래 중심 사업으로 삼기로 했다.

최태원 회장은 딥 체인지 2.0 버전의 개념을 설명했다. 일반적인 딥 체인지가 SK그룹 내부의 성장동력을 끌어올리는 방식이라면, 2.0은 사회와 함께하는 상생의 측면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최태원 회장은 “최근 우리 사회가 단기간에 이뤄낸 고도성장 속에서 의도치 않았던 양극화와 같은 사회경제적 이슈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SK는 대기업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면서 사회문제 해결에 SK CEO와 임직원들이 더욱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독려했다.

나아가 “서로 다른 비즈니스 모델과 기술들이 융합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자산이 큰 가치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SK가 보유한 유무형의 역량이 SK는 물론 사회와 함께 발전하는 토대가 될 수 있도록 모색하자”고 강조했다.

이제 혼자의 힘으로 혁신을 일으키는 시대가 아니며,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기업은 상생의 키워드를 바탕으로 공동전선을 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업과 기업의 협력을 넘어 기업의 사회적 공헌 활동도 큰 그림에서 초연결 생태계 전략으로 체화시키는 분위기다.

SK는 이를 두고 “SK그룹이 사회적기업 생태계 조성 등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던 것에 더해 더욱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혁신을 강화하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딥 체인지를 통해 그룹 전반의 성장동력을 제고하는 한편, 상생이라는 키워드로 스타트업 파워를 키우자는 뜻과도 일맥상통한다.

이항수 SK그룹 PR팀장(전무)은 “최태원 회장과 SK CEO들은 이번 확대경영회의에서 SK그룹이 추구하는 변화와 혁신 등 딥 체인지의 근본적인 목적을 구상했다”며 “결국 사회와 함께 하는 것이라는 점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SK그룹의 확대경영회의는 비장한 분위기 일색이었다. 출소 후 처음 열리는 회의라는 특수성에, 최태원 회장 부재 당시 그룹 전체가 다소 흔들렸기 때문이다. 

최태원 회장이 테드 강연을 연상하게 만드는 편안한 복장으로 주목을 받았으나, 회의는 살얼름판을 걸었다.

실제로 당시 최태원 회장은 기업경영을 전쟁에 비유하며 "지금 우리의 상황은 전쟁이라면 용납이 되지 않는다"며 "자기자본이익율이 낮고 대부분의 관계자 주가순자산비율이 1도 안되는 등 경영지표가 심각하다"고 질책하기도 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최태원 회장은 "우리에게 익숙한 출퇴근 문화부터 다양한 관습들이 과연 지금의 상황에 맞는지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며 "기존의 관성을 버려야 한다"고 일갈했다.

올해 확대경영회의는 지난해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여유가 느껴진다. 다만 사회적 공헌활동을 상생의 키워드로 묶어 딥 체인지 2.0을 주장한 지점은 ‘더 큰 경쟁상대’를 의식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글로벌 무대에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한편, SK그룹이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말하는 오픈소스 전략을 어떻게 풀어갈 지도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