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인도 공화국을 이루고 있는 주(州)의 숫자이다. 이 가운데 일본 인구보다 주민이 많은 주가 3개이다. 한국 인구보다 많은 주는 10곳이나 된다. 한국 면적의 33배인 인도는 북쪽 끝 도시 찬디가르에서 남쪽 끝 도시 트리반드럼까지는 점보 여객기로 4시간 걸린다. 동서(東西)로는 거리가 3000㎞ 정도다. 이렇듯 인도는 거대한 국가로서 ‘Great India’로 불리지만 실상은 ‘작은 인도(Little India)’들의 합체이다. 물론 ‘작은 인도’일지라도 하나하나가 충분히 크고, 독립적이며 연계성을 갖고 있다.

한국에서 대도시는 인구 100만 이상 도시를 말하는데 고양시를 포함해 10개 지역이다. 그러나 이 분류는 행정구분 이외의 의미가 없다. 인종, 언어, 사회적 특성에서 별 차이가 없다. 따라서 한국은 인구 5200만명의 ‘단일 시장’으로 이해하면 된다. 단일국가에서 단수 경제활동을 하던 한국인들은 종종 인도 같은 거대시장에 대해서도 하나로 여기는 실수를 저지른다.

인도를 ‘하나’로 여겨선 곤란하다. 북부 델리의 한국어 가이드 라케쉬가 현대자동차가 진출한 남부 첸나이로 갈 경우 언어소통이 안 돼 밥 한 끼 해결하는 데도 어려움이 따른다. 라케쉬가 쓰는 언어는 힌디어이다. 그러나, 남부 첸나이 통용어인 타밀어는 라케쉬가 배운 적 없는 ‘외국어’이다. 이처럼 29개 주 인도엔 공용어가 22종이나 되며, 그중 1000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언어가 14종이다. 흔히 인도어로 알고 있는 힌디어를 알아듣는 인도인은 전체의 25%에 불과하다. 차라리 영어로 소통하는 것이 편할 정도다.

비즈니스에서도 ‘작은 인도’로 접근해야 한다. 소프트뱅크 등에서 투자하는 인도의 전자상거래에서도 모든 서비스가 다양한 언어별로 이뤄지고 있다. 소비시장 접근에서도 ‘작은 인도’이다. 인구 1000만 이상 7개 거대도시를 중심으로 각각의 소비시장이 성장 중이다. 이 때문에 인도 전 지역을 아우르는 거대기업이 있지만 구역 각각을 기반으로 뿌리 내린 대기업들도 많다. 이들 각 지역은 다 특징이 있다. 주류가 소비되는 곳이 있고 안 되는 곳이 있다. 같은 주류도 와인과 맥주로도 지역별 선호가 나뉜다. 소비행태를 결정짓는 사회 배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의 33배 크기인 인도 기업인들은 항공편을 이용해 국내 출장을 다닌다. 출처=김응기

산업거점으로도 구분된다. 연 300만여대의 승용차가 22개 브랜드로 인도에 판매되지만 자동차 생산거점으로 보면 타밀나두, 구자라트, 마하라슈트라 등 특정 지역에 국한된 것이다. 따라서 완성차 기업에 부품을 판매할 기업은 인도로 진출한다고 말하기보다는 꼭 짚어 ‘구자라트’로 간다고 해야 옳다. ‘작은 인도’ 구자라트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힌디어보단 현지어 구자라티에 능한 인도인을 채용하고, 뭄바이와 같은 대표항만의 정보보다는 구자라트의 관문인 문드라 항만에 대해 정통해야 한다. 이것이 거대 인도 시장에서의 ‘작은 인도’ 전략이다.

‘작은 인도’ 전략은 분야별 특정 지역으로 들어가는 전략이기도 하지만, 일반적 진출지인 광역 대도시 이외에 성장하는 중간거점도시를 우회 선택하는 것을 의미한다. 인도에서는 광역도시에서 수백 ㎞ 이상 떨어진 거점도시가 팽창하고 있다. 이른바 2권역(Tier2) ‘작은 인도’이다. 후발주자들은 이미 시장이 성숙돼 경쟁이 치열한 1권역(Tier1) 대신 시장이 입증된 2권역으로 직접 진출하는 방안을 고려할 만하다. 이러한 ‘작은 인도’ 진출 사례는 이미 유럽 기업들에 의해 입증되었다. 인도 정부 역시 향후 인도 경제성장 엔진으로 2, 3권역 성장을 꼽고 있다.

거대시장 인도로 가는 길은 목적과 형편에 따라 차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작은 인도’ 전략은 이래서 매우 요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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