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호 중소기업연구원 부원장이 16일 국회의원회관 ‘중소기업의 회생과 생존전략’ 학술 심포지엄에서 ‘최근 통상환경 변화와 중소기업의 대응 과제’라는 발제로 발표를 실시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장영성 기자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수출지역과 수출품목 편중이 장래에 문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수출선 및 수출품목 다각화와 내실 있는 수·출입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이준호 중소기업연구원 부원장은 16일 국회의원회관 ‘중소기업의 회생과 생존전략’ 학술 심포지엄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이준호 박사는 ‘최근 통상환경 변화와 중소기업의 대응 과제’라는 발제로 발표에 나섰다.

이준호 부원장은 “전 세계적으로 제품 수요와 공급이 흐트러지면, 우리 중소기업은 막대한 손해를 입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 총수출의 약 1/4을 차지하는 중국이 자체적으로 우리나라의 중간재 수입을 줄이고 있다”며 “중국의 중간재 수입률은 계속해서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원장이 제시한 중국 전체 수입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63.9%에서 2015년 53.4%까지 하락했다. 반면, 소비재가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4.2%에서 9.2%로 늘었다.

중국 전체 수입에서 중간재가 감소세를 보임에 불구하고, 국제무역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중국 중간재 수출 비중은 2005년 76.3%에서 77.6%로 오히려 증가했다. 반면 소비재는 20.9%에서 17.8%로 낮아졌다.

중국의 중간재 수입 하락과 함께 우리나라 소재부품 수출액도 감소했다. 올해 1분기 한국의 대중국 소재부품 수출액은 162억2000달러(약 18조37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5% 감소했다. 올해 중국 전체 소재부품 수입량은 전년 동기보다 22% 감소했는데, 특히 반도체나 통신기기 등 전자부품의 경우 60.7%나 줄었다.

이 부원장은 “최근 중국은 자체적인 기술개발이 늘면서 중간재를 직접 생산하여 사용하는 추세다”라며 “문제는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대부분 중간재를 생산하고 있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기업이 중소기업 중간재를 사들여 완성품을 수출한다”며 “중국의 중간재 수입 감소는 우리나라 중소기업 수출뿐만 아니라 타격을 줄 수 있다”

이 부원장은 우리나라 10대 주력 수출품의 전체 수출대비 비중이 상당히 높다는 점도 문제로 꼬집었다.

2016년 4월 기준 우리나라 10대 수출품 비율이 75.7%로 일본(69.8%), 중국(67.8%), 미국(55.4%)에 비해 다소 높다. 특히 중소기업의 대중국 수출 상위 1~3위 품목인 보일러·기계류, 전자기기 및 플라스틱류가 수출 비중 50%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중견기업은 수출 품목 1~3위가 57%를 넘는다. 이는 중소기업과 중견기업 모두 수출 품목 편중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 부원장은 “10대 수출품의 수출률이 높다는 건 하나의 바구니 안에 달걀이 들어가 있는 것”이라며 “이는 수출 구조가 한 번에 무너질 수 있는 변화에 취약한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중견·중소기업 수출 상위품목을 중국에서 더는 수입하지 않는다면, 이들의 수출량은 반 토막 날 수 있다”며 “현재 우리나라 수출구조를 유지하다간 10년 후에는 수출하고 있는 기업이 약 16%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실제로 최근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중국을 탈출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수출선과 수출품목 다각화 시급

이 부원장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출선과 수출품목 다변화가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수출선 다각화를 위해 정부가 더욱 FTA 체결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며 “메가 FTA를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FTA는 국가 간 상품·서비스 교역에 대한 관세와 비관세 무역장벽을 없애거나 완화해, 서로 간의 교역을 늘리는 무역협정이다. 2004년 우리나라와 칠레 간 FTA가 처음으로 발효된 뒤 한국은 현재 52개 국가와 15개 FTA를 맺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만 중국을 비롯한 6건 신규 FTA를 타결했다. 우리나라는 세계 10대 교역국 중 미국, 중국, 유럽연합(EU)과 모두 FTA를 체결한 유일한 나라다. 주요국뿐만 아니라 인도·베트남 등 신흥국까지 FTA를 맺었다.

메가 FTA는 현재 국제 통상 질서를 구체화할 새로운 무역협정 틀이다. 기존 FTA가 두 국가 간의 협정이어서 효과가 제한적인 데 비해, 메가 FTA는 가입국들 모두에 영향을 끼친다. 이 때문에 가입국들 모두 FTA 효과를 받으며 교역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참여 중인 메가 FTA로는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등이 있다.

FTA 체결국의 시장규모는 세계 총생산 기준 77%에 달한다. 특히 체결국과의 교역비중은 71.1%라는 높은 수준을 나타낸다. 우리나라 수출의 73.8%는 FTA 체결국이 최종 목적지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FTA 활용률은 2012년 51.5%에서 지난해 65%로 오르는 등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인다.

우리나라는 지난 3월 중미 5개국(코스타리카·엘살바도르·니카라과·온두라스·파나마)과 FTA 협정 가서명을 했다. 상반기 중 한-메르코수르(MERCOSUR, 브라질·아르헨티나·우루과이·파라과이·베네수엘라) FTA 협상을 시행할 예정이다.

이준호 부원장은 또 “수입 경쟁력을 키우면 수출품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라며 “제대로 수입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제품 하나를 만드는 데에 중국에서 수입되는 원료나 보급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는 것은 이제 엄연한 사실이다”라며 “세계 각국의 수입 경쟁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수출 경쟁력을 책임지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부원장은 또 “대다수 중소기업은 품질과 기술 그리고 가격에 대한 자신감만이 높다”며 “디자인을 활용하면 제품의 가치 상승과 더불어 각국 문화에 알맞은 마케팅 실천에 용이”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