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회계사 박정수(가명) 씨는 2013년 같은 회사 동료와 결혼했다. 여의도와 용산으로 각각 통근하는 이들 부부가 신혼집으로 점찍은 곳은 마포구 상수동의 분양 아파트였다. 이외의 후보지역은 용산구 이촌동과 성동구 성수동이었다. 2013년 당시 박 씨가 매입한 25평형의 분양권은 4억9500만원이었는데 최근 아파트를 매각하고 그가 손에 쥔 돈은 7억3000만원에 달했다.

▲ 서울 용산구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의 모습. 출처=이코노믹리뷰 DB

이른바 강북의 ‘마용성’ 지역이 서울의 ‘다크호스’로 떠오르며 서울 아파트값을 견인하고 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준(準)강남권이면서 도심 직주근접성이 우수한 마포·용산·성동구의 인기가 날로 높아져 강남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ㅗ

부동산114에 따르면 5월 마지막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전주보다 0.3% 올라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들은 연초 대비 1억~2억원씩 매매가가 급등하고 역세권 아파트도 매물로 나오자마자 팔리는 분위기다.

최근 용산구는 강남·서초구에 이어 송파구와 함께 ‘집값 상위 3개구’로 꼽혔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9일 기준 용산구 아파트값은 3.3㎡당 평균 2550만원이다. 이는 강남3구로 분류되는 송파구와 같은 수준이다.

지난 4월에는 용산구의 집값이 송파구를 앞지르기도 했다. 송파구가 대규모 재건축 아파트가 포진한 전통적 강남 주거지인 것을 감안할 때 용산구 집값이 강남권을 맹렬히 추격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강남구 등이 보합이나 소폭 하락도 있었던 것에 비해 용산구는 지난 1년 새 하락 없이 상승한 것도 주목할만 하다.

28조원 규모의 사업비를 책정해 ‘단군 이래 최대 개발’이라던 용산 역세권 사업이 좌초하고 한동안 용산의 가능성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새 정부가 출범하고 주택시장이 회복기미를 보이면서 가장 주목받게 된 곳은 용산 지역이었다. 

용산 미군기지도 올해부터 평택 이전이 시작됐다. 이 부지는 '서울의 센트럴파크'란 컨셉의 243만㎡ 규모 용산민족공원으로 조성된다. 신분당선 연장선인 용산~강남 복선전철의 1단계 신사~강남 구간이 지난해 8월 착공했고 2단계 용산~신사 구간도 계획돼 있다.

다음달 용산구역에서는 1140가구 규모의 ‘용산 센트럴파크 효성해링턴 스퀘어’가 분양 예정이다. 이 단지는 일대 다른 아파트에 비해 입지가 좋은 편이 아니라는 평가에도 평균 분양가가 3.3㎡당 3500~4000만원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다. 

'마용성' 중에서도 도심에서 가장 가까운 마포구의 집값도 상승세다. 6월 기준 마포구의 평균 아파트 시세는 3.3㎡당 1963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 3.3㎡당 1828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7% 가량 올라 서울지역 3.3㎡ 평균 매매가의 연간 상승률인 3.16%의 2배 이상 뛰었다. 

마포구에서는 한강변이나 공원 인근에 위치한 신규 분양 아파트가 인기가 높다. 지난해 마포구에서 분양한 ‘신촌숲 아이파크’의 평균 청약경쟁률은 평균 74.8대 1, ‘마포 한강 아이파크’는 평균 55.9대 1, ‘마포 신촌 그랑자이’는 평균 31.9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강남구가 오르면 송파구가 오르듯 도심에 오랜만에 공급되는 아파트들의 가격이 오르니까 인근 마포 아파트 가격도 동반 상승한 것”이러고 분석했다.

박 대표는 “용산구는 한강맨션 등의 재건축이 현재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고 한남뉴타운 개발도 재개 움직임이다. 유엔사 부지 개발, 이태원 외인 아파트 부지의 초고가 아파트 개발 등의 호재가 많은 지역이다. 성동구 역시 뚝섬 개발로 이 지역이 갤러리아포레, 트리마제 등 고가의 고급 아파트촌이 된 것이 가격 상승의 원인이다”라고 했다.

성동구에서는 대림산업도 고층 복합개발 아파트를 연내 분양한다. 지난 2005년 6월 서울시로부터 해당 용지를 3823억원에 매입한 대림산업은 2009년 분양가 3.3㎡당 4500만원으로 분양에 나섰다가 사업을 중단한 바 있다. 분양이 재개되면 3.3㎡당 5000만원이 넘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특히 성동구 성수동은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공약 중 하나였던 도시재생 시범사업지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5월 서울시의 제8차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성수동 도시재생시범사업 도시재생활성화계획안'이 통과됨에 따라 성수동 일대 면적 88만6560㎡의 개발이 본격화된다. 

다른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마포·용산·성동은 젊은 주택 수요층들이 선호하는 지역으로, 신규 아파트 공급과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개발 등의 호재가 있고 한강변 입지인데다 홍대, 성수동, 이태원 등 서울 지역의 트렌디한 상권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면서 “학군이 중요하지 않은 신혼부부나 딩크족들이 선호하는 입지인 것은 분명하고, 강남이 앞으로도  ‘핀셋 규제’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아 강북에 위치한 곳들로 투자가 몰리면 향후 상승여력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