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은 법정관리에 들어갔을 때 어떻게 신규자금을 융통할까?

이현정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본의 스폰서 개념의 자금융통이 우리나라 법정관리 금융(DIP 파이낸싱)에 비해 투자자가 주주로서 주주책임을 실현하기 좋은 모델이라고 주장했다.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 민주당 민홍철 국회의원이 주최한 '중소기업 회생과 생존전략'에서 이 교수는 일본과 유럽의 회생절차를 소개했다.

▲ 이현정 연세대 교수가 일본 회생절차 중 스폰서 자금 융통에 관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 리뷰 양인정 기자

이 교수가 말한 `스폰서`는 일본 회생절차에서 기업에 신규자금을 지원하는 법인이나 개인을 일컫는다. 우리나라 기업은 기업회생절차에서 자금을 지원받으려 할때 DIP 파이낸싱이나 인수, 합병절차를 이용한다.

DIP 파이낸싱은 회생절차중 기업에 자금을 빌려주는 것이며, 다소 높은 이율을 적용한다. 회사가 법정관리 중에 있는 점 때문이다. 이 금융은 오로지 이자수익을 목적으로 한다.

한편 법정관리 기업의 인수,합병은 기업이 조속히 회생절차를 졸업할 수 있도록 해주지만, 대주주는 경영권을 포기해야 한다.

이 교수는 "일본 제도에서 스폰서는 법정관리 중인 기업에 대해 자금을 지원하면서 지분의 과반수를 획득하는 식"이라며 "자금을 빌려주고 주식 등 지분을 받는다는 점에서 단순히 돈만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DIP파이낸싱과 구분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일본의 스폰서 자금 융통은  투자가로서 주주권한을 갖게 되는 것이라는 것.

이 교수는 "스폰서는 주로 법정관리 기업과 거래를 해온 업체들 중에 기존 최대주주가 선정할 수 있다"며 "극히 신속성이 요구될 때 선택하는 절차"라고 강조했다.

또 "입찰방식으로 스폰서를 선정할 수도 있다며 "이 방식은 회생기업의 조건을 유리하게 끌어내기 위해서 주로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스폰서 자금지원은 사전적으로 진행돼 사전 패키지형 스폰서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서울회생법원이 최근 관심을 집중하는 P 플랜에 대응하는 절차다.

기업이 사전적으로 스폰서 업체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고, 지분의 절반을 양도한다는 점에서 기업가치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은 현재 논의되고 있는 P플랜과 유사하다.

이 교수는 "일본의 사전 패키지형 스폰서 제도는 채무자 기업이 스폰서 업체보다 열악한 지위에 있고 법원의 관리, 감독이 미치지 않기 때문에 불리한 계약을 맺을 수 있는 문제가 있다"며 "우리나라 P플랜 절차에 이 점을 참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업회생 속 자율, 유럽과 독일의 회생제도

한편 장원규 한국법제연구원이 ‘유럽과 독일의 기업회생법의 동향과 시사점’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장 연구원은 유럽의 기업구조개선은 원칙적으로 채권단과 기업 간의 자율적인 협약으로 정해지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장 연구원은 "유럽은 이같은 자율적 계약에 필요한 원칙만을 선언적으로 제시할 뿐이며 강제력 없는 단순 지침에 불과하다"고 소개했다. 따라서 유럽의 기업개선작업은 우리나라와 같이 법률로서 워크아웃을 규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

장 연구원은 "기업의 워크아웃이 법률로 정해지면 정부의 관리부서에 있어야 하고 이 때문에 자율적 협상이 관치화되는 문제가 있다"며 “기업과 금융기관의 워크아웃 협약에 대해 오히려 정부보다는 법원이 개입해 조정과 감독의 기능을 행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의견을 표명하기도 했다.

▲ 장원규 연구원(한국법제연구원 박사)가 유럽의 회생절차에 관한 연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 리뷰 양인정 기자

유럽의 기업회생절차는 우리와 어떻게 다를까?

장 연구원은 "유럽의 경우 2012년 유럽연합의 도산규칙을 내놓았는데, 오는 2017년부터는 이 규칙이 유럽회원국 간에 발효됐으며, 이에 따라 유럽의 각 국내 도산법이 적용되지 않고 이 규칙이 바로 적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의 도산법 원칙은 미국이나 우리나라보다 매우 유연하다고 장 연구원은 말했다. "유럽의 도산법은 채무자 기업이 자산 처분 권한에 자율성이 있고,  반드시 도산관리인을 선임하도록 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규칙은 채무자 기업이 자기 자산과 경영을 법원의 완화된 통제아래서 할수 있게 한다는 것"이라며 "기업이 회생절차에 들어가더라도 관리인이 선임되지 않고, 채무자의 자산도 압류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기업이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강력하게 법원으로 부터 경영의 관리, 감독을 받는다는 점에서 유럽의 제도와 차이가 있다.

장 연구원은 독일의 사전 예방적 기업회생법제도 소개했다. 이른바 보호막절차라고 하는 이제도는 기업이 회생절차에 들어가기 전에 채권자와 자유롭게 '도산계획'을 설계할 수 있다.

장 연구원은 "이 설계를 하는 동안 법원은 3개월동안 강제집행 등을 막아주는 대신 법원과 임시회생관리인의 통제를 받도록 한다"며 "이 제도 하에서도 채권자의 의사에 반해, 강제합의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