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훈민 테이블매니저 대표(제공 : 테이블매니저)

최훈민 대표(23)는 ‘18세 투표권 쟁취 운동’의 대표 주자다. 그는 고교 시절 대한민국의 비정상적 교육을 비판하며 학교를 자퇴한 후 74일 간 광화문 광장에서 1인 시위를 했다. 그 이후 최 대표는 2012년 5월 ‘희망의 우리 학교’라는 대안학교를 창립하기도 했다. 또 그는 스무살부터 스타트업 시장에 뛰어들어 푸드테크 분야 솔루션 업체 ‘테이블매니저’를 창업해 4년째 사업을 하고 있다. '테이블매니저'는 스시효, 도쿄 사이카보 등의 주요 음식점에서 사용되고 있다. 또 최 대표는 이용모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 황인국 한국청소년재단 이사장과 함께 시민 참여형 정책 플랫폼인 ‘생활정책연구원’을 운영하는 데에도 참여하고 있다. 홍의락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관영 국민의 당 의원 등이 이 단체에 뜻을 모았다. 최 대표는 “고객과 레스토랑 주인 간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푸드테크 솔루션 개발이나 소비자 운동이 결국 하나의 맥”이라고 설명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다양성과 개방성이 넘칠수록, 더 많은 정보와 콘텐츠가 넘쳐나 서로 신뢰가 담보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는데, 이를 중재해 주기 위한 플랫폼의 존재가 불신으로 인한 사회/제도적 비용을 감소시켜줄 수 있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청소년 운동가’에서 ‘젊은 푸드테크 CEO’로 변신한 최훈민 대표를 만나 봤다.

18세 투표권 쟁취운동에서 ‘소비자-레스토랑 주인 간 신뢰’를 위한 사업가로 돌아 왔다. 배경은 무엇일까.

“결국 18세 청소년과 이미 주권을 온전히 가진 어른들과의 관계나 소비자-레스토랑 주인 간 관계나 맥은 한 가지다. 서로 상대방에게 관계의 책임과 사회적 편익이 제공되고 있다고 보는 사이인 것이다. 어른들은 청소년들이 편한 세상의 이기만 누려 매우 자기 중심적이고 공동체를 살피지 못하고 주장한다. 그래서 이들이 완전히 투표권을 갖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에 대한 의문이 있다. 소비자들은 레스토랑 주인들이 공급자 중심이라고 보고, 레스토랑 주인들은 소비자들이 ‘고객은 왕’이라고 주장하며 지나친 권리 행사를 한다고 힘들어 한다. 자연히 서로에게 주도권을 주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봤다. 그런데 여기에는 심각한 오해가 숨어 있다. 그리고 ‘정보 비대칭’(information asymmetry)도 숨어 있다. 결국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서로가 서로의 입장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정보 투명성을 시스템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일단 요즘 푸드 분야에서 가장 문제시 되는 현안을 잡아 데이터 기반으로 잡아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레스토랑 POS(매출 실적 집적을 위한 단말기) 시스템을 개발하다가 예약 정보 상에서 ‘노 쇼’ 고객들의 데이터를 모아놨다가 관리할 수는 없는지 생각해 봤다. 노 쇼 고객들 때문에 수많은 식당들이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노 쇼 고객들의 정보를 모은다는 게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권리 침해’라고 반발할 법도 하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자기 정보가 고스란히 공급자들에게 들어간다는 게 불편할 수 있을 것이다.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비교적 규모가 영세한 식당의 주인들이나 예약 고객들 한 팀 받는 게 간절한 레스토랑 주인들의 사정이다. 이들은 30분에서 1시간 동안 자리를 비워 놓는 것이 매우 큰 기회비용이고, 현장에 나타나지 않는 고객들을 아예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조심하는 차원에서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다. 나중에는 노 쇼 고객들을 일종의 ‘비고객’으로 보고 이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플랜을 구상할 방법은 없나 고민하게도 될 것으로 보인다. 노 쇼 고객들도 어찌 보면 ‘추후의 잠재 소비자’들인데 이들을 배척하거나 핵심 고객에서 배제하는 등의 일은 없도록 시스템 차원에서 계속 노력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노쇼 예방 프로그램' 테이블매니저 초기 화면(제공 : 테이블매니저)

평소 서비스를 개발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무엇인가.

“‘행동 유도성’(affordance)이라는 부분에 많은 주의를 기울인다. 모든 기능과 정보 배치는 이용자들의 인식과 행동을 이끌어 내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인지심리학에서 오래 전에 창안된 개념이고 요즘은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uman-Computer Interaction)이나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분야에서 많이 쓰이고 있다. 결국 인간이 중심이 되는 시스템이 되려면, 인간을 잘 배려할 수 있어야 하고, 시스템의 사용 목적도 인간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사업을 하면서 중소기업청이나 우리나라 소비자 당국이 갖고 있는 문제점도 많이 느꼈을 듯 하다.

“사실 정부 당국의 가장 큰 문제는 본인들이 많은 것을 ‘안다’고 전제하고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정작 자신들이 짜 놓은 정책 디자인의 틀에서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영역은 과감히 외면하거나 다른 전문가들에게 외주를 줘 맡겨 버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특히 스타트업들에게는 창업 진흥이라는 명목으로 지원의 대상이라는 프레임과 자신들의 정책적 목표 달성을 위한 관리 대상이라는 프레임이 동시에 작동한다. 그렇다 보니 정책 실현의 대상이 정말로 어떤 이들인가에 대한 관심은 거의 없다. 소비자 당국도 마찬가지다. 무조건 ‘고객이 왕’이라고 생각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강하고 빠르게 전달하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영세 상인이나 식당 주인 들이 어떤 고충을 겪을 지에 대해서는 체계적인 정책 가이드라인이 없는 셈이다.”

'창업 빅데이터를 모으자'는 주장을 최근에 내놨다. 배경은 무엇인가.

"새로 설립되는 중소기업벤처부에 건의하고자 했던 아이디어인데, 스타트업들의 재무 상태나 마케팅 활동 등과 관련된 원시자료들이 너무 부족하다. 그렇다 보니 제대로 된 스타트업들이 어떻게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지 정부가 제대로 판단하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금융기관에서도 대출과 각종 투자를 받기 어려운 창업 기업들의 사정에는 투자자들의 '박한 인심'도 있겠지만, 그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만한 잣대의 부재도 큰 원인이라고 본다.  그래서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창업 빅데이터 수집, DB 공유와 같은 정책을 펼쳐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과거에 “죽음의 입시경쟁을 없애자”고 했다. 20대 이후에는 무엇을 구호로 하고 싶은가.

"벤처 업계에 들어 와서 무늬만 스타트업을 걸어 놓고 정작 수익성을 내지 못하는 회사들을 너무 많이 봤다. 이것은 사실상 투자자와 소비자를 배신하는 것이다. 지금 20대에게 너무 부족한 덕목은 꾸준히 열심히 하는 것이다. 일자리와 일거리 때문에 고민이 많은 청년들에게는 어찌 보면 좀 더 부담을 주는 말일 수 있겠지만, '미래의 일'을 위한 의식 개선도 매우 중요한 과제인 것 같다. 긴 호흡을 갖고 '꾸준히 열심히 하는 것'이 20대의 구호이자 키워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