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G Vol.8 세 남자의 물건

▶[그 남자의 물건] 스타벅스에서 사자와 오버워치를 했다

▶[저 남자의 물건] 녀석의 자전거에는 카메라가 달렸다

▶[이 남자의 물건] 캠핑용 전기면도기를 찾았다

▶[사물인터뷰] 그 남자의 마우스 3

▶겜알못&기계치도 꿀잼! [플레이G 페이스북 페이지]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이 남자는 수염이 많다. 며칠만 면도를 하지 않아도 얼굴의 절반이 수염으로 뒤덮인다고 한다. 한때 이 남자는 수염을 길러 보려 했지만 관리의 어려움을 안 뒤로 빠르게 포기한 전적이 있다. 그 후로 면도에 지대한 관심을 갖으며 스스로를 면도의 달인이라고 칭한다.

이 남자가 허언증이 있어서 면도의 달인이라고 하는 것 같지는 않다. 우선 남성지를 볼 때 면도와 관련된 기사는 꼭 읽고 직접 해보는 실천파다. 면도 전 수염과 피부에 자극을 최소화하기 위해 따뜻한 수건을 얼굴에 올리는 것은 물론 면도날도 온수에 담구는 등 챙기는 것이 한둘이 아니다. 여기에 건식부터 습식 면도까지 섭렵한 것은 물론 쉐이빙 폼과 쉐이빙 세럼 등을 능수능란하게 다룬다. 

이쯤 되면 이 남자의 면도 연대기가 궁금하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면도에 관심이 남달랐다고 한다. 당시 수염의 굵기나 분포는 또래와 비슷했다고 이 남자는 말한다. 하지만 당시 악성 곱슬머리였던 이 남자는 머리 기를 엄두를 내지 못했고 그 욕구가 수염으로 향한 것 같다고 회상했다. 수염을 빠르게 자라게 하고 싶던 10대의 이 남자는 매일 같이 면도를 하고 수업 시간에도 족집게를 사용해 선생님 몰래몰래 수염을 뽑았다고 한다. 이런 노력 덕분이었을까 이 남자의 수염은 20대가 넘어서며 만개했다. 콧수염은 물론 구렛나루, 턱 등 가리지 않고 수염이 범람하기 시작한 것. 행복할 것만 같던 수염과의 동행은 군대에 입대한 후 고민거리로 전락했다. 이유는 이 남자가 일반 사병이 아닌 운전병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운행이 잦은 앰뷸런스 운전병이었던 만큼 매일 아침 면도는 필수였다.

▲ 사진=이미지투데이

1분 1초가 긴장 속인 군대에서 아침 면도는 상당한 곤욕이었다. 더군다나 이 남자는 나름의 면도 루틴이 있는 만큼 군대에서의 면도는 끔찍했다고 한다. 상처가 나기 일쑤였고 빠르게 면도를 하려는 덕분에 코밑, 볼은 물론 목에도 피부 트러블을 달고 살았다. 물론 짬이 차면서 여유로운 면도 시간을 확보한 뒤로는 악몽과도 같던 시간도 추억이 됐다. 20대 중반까지 이 남자는 날 면도기를 고집했다. 주로 질레트를 사용하며 종종 쉬크의 제품을 사용했다고 한다. 2중날부터 5중날 다 경험해봤지만 3중날 이상부터는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 이 남자의 의견이다. 단 쉐이빙 폼과 쉐이빙 세럼에 차이는 분명하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쉐이빙 폼은 수염이 짧은 경우 효과적이었지만 수염이 조금이라도 길면 폼이 날 사이사이에 뭉쳐 면도가 원활이 되지 않거나 상처가 났다고 한다. 반면 쉐이빙 세럼은 폼에 비해 부드러운 거품이 수염이 길이에 상관없이 무난한 면도를 가능케 했다. 물론 가격 차이는 용량에 따라 다르지만 쉐이빙 세럼이 10배가량 비싸다.

날 면도기를 꾸준히 사용하던 이 남자도 30대가 되면서 전기면도기에 관심을 보였다. 처음 접한 전기면도기는 브라운의 것이었다. 충전식으로 한번 충전하며 제법 오래 사용할 수 있고 건식, 습식 가리지 않는 덕분에 샤워를 하며 면도를 즐기는 이 남자에게 제격이었다. 다만 날 면도기에 익숙한 만큼 면도를 한 뒤 깔끔함은 확실히 덜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 남자는 전기면도기를 쓴 후 마무리는 날 면도기를 사용해 정리를 했다. 전기면도기에서 나는 소리에 민감한 사람들이 종종 있다. 브라운의 전기면도기는 중저음이랄까 귀에 거슬리는 느낌은 없다고 이 남자는 말한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데일리 전기면도기로 브라운의 것은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야외활동을 즐기는 이 남자는 아웃도어에서 활용도가 높은 전기면도기를 찾고 있었다. 전기가 귀한 만큼 이왕이면 충전식 보다는 다른 동력장치에 의해 구동되는 전기면도기를 원했다. 그런 이 남자의 시선에 파나소닉의 ES-SL10이 들어왔다. AA 건전지 두 개만 있으면 우렁찬 소리를 내뱉으며 작동되는 이 전기면도기는 확실한 매력이 있었다.

ES-SL10의 외관은 블랙 컬러의 본체와 브랜드 네이밍 프린트 정도가 전부였다. 충전식이 아닌 만큼 별도의 잭이 마련되지도 않아 원활하게 구동이 되는 것이 맞나 싶을 정도다. 의심이 많은 이 남자 역시 ES-SL10을 보고 당황한 기색이다. 하지만 건전지를 넣자 ES-SL10은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의심을 확신으로 바꿨다. 전기면도기 역시 습식을 선호하는 이 남자는 어느 때와 같이 수염을 불리고 쉐이빙 세럼의 거품을 정성스럽게 제조한 뒤 수염이 자란 부위에 꼼꼼히 발랐다. 이후 ES-SL10의 스위치를 켜고 면도를 시작했다. 건전지로 구동되는 만큼 면도날의 회전수가 낮을까 걱정했지만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이 같은 우려는 깨끗이 사라졌다. 사자후를 연상케 하는 모터 소리는 우렁찼고 면도는 거침이 없었다. 이 남자의 꼿꼿한 수염도 ES-SL10 앞에서는 추풍낙엽이었다. 게다가 면도를 한 후 피부 표면의 따가운 현상이 없어 토너와 수분크림을 상쾌하게 바르고 면도를 마무리할 수 있다.

이 남자는 확신했다. 캠핑족이나 여행 마니아 중 면도로 고생한 경험이 있다면 파나소닉 ES-SL10은 분명 장점이 더 많은 전기면도기이자 필수템(필수 아이템)이 되어줄 것이라고.(가격은 심지어 4만98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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