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백남기 농민의 사망원인이 ‘외인사(外因死)’로 바뀌었다.

서울대학교병원은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중태에 빠진 뒤 숨진 백씨의 사망원인을 ‘합병증에 따른 병사’로 지난 14일 변경했다. 백씨가 사망한 지 260여일이 지난 시점이다.

백씨의 사망진단서는 병사를 의미하는 ‘급성경막하 출혈로 인한 심폐정지’에서 외인사를 뜻하는 ‘외상성경막하 출혈로 인한 급성신부전’으로 변경됐다.

병원이 사망진단서를 수정한 것은 당시 사망진단서를 직접 작성한 신경외과 전공의가 병원 의료윤리위원회의 수정권고를 받아들임으로써 뤄졌다.

사망진단서 담당자로 백씨의 주치의였던 백선하 신경외과 교수는 여전히 ‘병사’ 의견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연수 서울대병원 진료부원장은 15일 서울대병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면밀한 검토를 통해 신중하게 사망원인을 변경했다”면서  “기존 관행으로 인한 잘못된 판단이었다. 외압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외상 후 장기간 치료 중 사망한 환자의 경우 병사나 외인사에 대해 의학적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대한의사협회 사망진단서 작성 지침을 따르는 게 적절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시 백선하 교수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 제출한 청구 내역에는  ‘외상성’ 경막하출혈(AS0650, AS0651)로 기재돼 있었다.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 더불어민주당 정춘숙의원이 심평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내용에 따르면,  백 교수는 백씨의 외상성 경막하출혈을 치료했다며 보험급여를 받았다. 백씨가 숨지자 사인을 ‘병사’로 기록했다.

백씨가 숨진 9월에는 ‘패혈증’, ‘합병증이 없는 대상포진’, ‘폐색전증’, ‘식도염을 동반하지 않은 위·식도 역류병’, ‘상세 불명의 욕창궤양 및 압박부위’ 치료에 대한 보험급여도 청구했는데, 숨진  25일까지도 외상성 경막하출혈이란 상병코드를 청구서에 기재했다. 

시민단체 ‘백남기투쟁본부’는 이와 관련, "명백한 사망 원인을 왜 병사로 기재했는지 규명해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면서 "백선하 교수와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은 유족과 국민 앞에 사죄하고 사인 조작 시도의 전말을 고백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백씨는 2015년 11월14일 제1차 민중총궐기대회에서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뒤 서울대 병원으로 옮겨졌다. 뇌수술을 받고 연명 치료를 받으며 317일간 투병하다 지난해 9월 25일 숨졌다.  백 교수는 당시 사망진단서에 병사라고 기록했으며, 서울대의대생들이 이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논란이 커지자 병원은 백 교수를 직위해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