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시장경제 질서의 확립’, 이것은 새 정부의 국정과제 차원을 넘어선 공정위의 존립 목적이자 이 시대가 공정위에 부여한 책무입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14일 취임식에서 한 말이다. 그는 “우리 사회가 공정위에 요구하는 것은 경제사회적 약자를 보호해달라는 것”이라며 “대규모기업집단의 경제력 오남용을 막고, 하도급 중소기업, 가맹점주, 대리점사업자, 골목상권 등 ‘을의 눈물’을 닦아달라는 것으로 이에 대한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하도급 거래나 프랜차이즈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해,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횡포를 근절하는데 칼날을 들이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은 정부의 움직임에 유통업계에서는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그동안 가맹점주를 대상으로 불합리한 이익배분을 하는 가맹본부 등에 대한 집중 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약 4270개, 가맹점수는 약 22만개로 계속해서 늘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프랜차이즈가 늘어남에 따라 가맹본점과 가맹점의 분쟁도 많아졌다.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공정거래조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가맹사업분쟁조정 신청은 600여건으로 10년 전에 비해 180% 급증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가맹점에 대한 보복 금지 규정을 신설하고, 구매 필수품목 실태 조사도 벌인다는 방침이다.

대표적인 갑질로는 시중에서도 판매하는 제품을 ‘필수구입품목’이라는 명목으로 가맹점에게 비싸게 팔아넘기거나, 광고·마케팅 비용 부담금을 가맹점주에게 떠넘기는 등 본사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 등이 있다.

한 예로 최근 2차례에 걸친 치킨 가격 인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치킨 프랜차이즈 BBQ의 경우, 가격 인상과 관련해 “본사가 가져가는 몫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최근 가격 인상분 중 500원을 본사 광고비 분담을 목적으로 내라고 가맹점주들에게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가맹점주 입장에서 보면 치킨 메뉴 가격은 올랐지만, 1마리를 팔 때마다 500원의 광고 분담비를 떠안게 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프랜차이즈 업계 점주는 광고 분담비는 물론 원재료 가격 인상까지 걱정이 더 많아졌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금은 본사에서 재료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고 하지만, 언제 올릴지 예상할 수 없다”면서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재료를 본사와 거래해야하기 때문에 만약 가격 인상이 이루어진다면, 광고 분담비까지 더해 메뉴 가격을 올렸지만 우리가 가져갈 수 있는 이익구조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사실 지금까지 프랜차이즈 업계의 갑질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지만 여전히 뿌리를 뽑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공정위의 조치에 따라 어느정도 시장의 균형이 잡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면서 “다만, 무조건적인 제지는 오히려 시장 경제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예로 외식 산업의 경우 인건비가 차지하는 부분이 평균 20~30% 정도 되는데, 지금 프랜차이즈 환경 구조로 인건비 1만원 시대를 맞이하면 큰 부작용이 따를 것이라는 의견이다.

그는 “현재 최저임금 기준(시급 6470원)을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인상하면 각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은 막중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영세한 중소 매장의 경우 감당하기 힘들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몇몇 프랜차이즈 업체에서는 이미 자동화 설비 등을 구축하는 등 인건비 감소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결국 일자리 창출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방향성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는 지적이다.

대형마트 정체된 성장...출점 규제, 인건비 부담은 일자리 창출 우려로

새 정부 출범 이후 유통규제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신규사업 출점 계획도 전면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의 정책 기조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신규 출점 환경이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에 대형마트 업계 1위 이마트는 1호점을 선보인 지 24년 만에 올해 처음으로 신규점포를 내지 않기로 했다. 홈플러스 역시 올해 신규 출점 계획이 없다. 반면에 롯데마트는 신규 출점을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올해 총 6개의 대형마트와 2개의 신규 백화점을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유통 산업 ‘입지 규제’로 쇼핑몰·대형 마트 출점 후보지에서 지역 상인과 유통업체 간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롯데마트가 경기 양평군 종합터미널 근처에 짓고 있는 매장의 경우 85% 정도 공사가 진행됐지만 4년째 공사를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경북 포항 롯데마트 두호점은 건물을 완공했지만,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에 들어설 롯데복합쇼핑몰은 예정대로라면 올해 오픈을 했어야 한다. 그러나 서울시가 4년째 쇼핑몰 건립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서 방치되어 있다.

또 신세계그룹 역시 부천시 신세계 복합쇼핑몰이 인천시와 지역 상인들의 반발로 출점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규제가 심해짐에 따라 이마트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는 오는 2020년까지 매장 수를 50개까지 늘리기로 했던 기존 목표치를 하향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새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과 대형마트 및 복합쇼핑몰 규제 등을 추진할 것으로 보이면서 앞으로 출점은 더욱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 측은 이런 정부의 정책에 대해 “대기업 출점이 상권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은데, 소상공인들의 권익 보호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는 “기존 규제만으로도 이미 신규 매장을 내기가 힘든데, 규제가 더 심해지면 사실상 영업을 접으라는 얘기”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소비자 입장은 또 다르다. 서울 상암동에 거주하는 주부 김 모씨(35세)는 “주변에 복합 쇼핑몰이 필요한 상권이고 있으면 편할 것 같은데 계속 들어서지 않아 아쉽다”면서 “예전에 살던 지역에서도 마트가 문을 닫는 날이라고 해서 전통시장으로 가는 건 아니었다. 과연 이런 규제가 실효성이 있는건지 의문”이라는 의견이다.

일각에서는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가 고용창출 등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있다. 유통산업법 규제 강화가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을 반드시 보호한다는 지표는 없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아울러 정부는 2020년까지 민간부문 일자리 50만개, 최저시급 1만원 만들기를 공약으로 걸고 있다. 현재 6470원 수준의 최저시급을, 2020년까지 시간당 1만원으로 현실화 한다는 방침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현재 저성장 기조인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신규 출점을 하고 이 곳에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는데 규제가 점점 심해지고 있어 이 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여기에 인건비 부담까지 커지면 대기업이라도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2017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원으로 인상시키면 최대 51만명의 고용감소가 발생할 것”이라며 “정부의 요구안대로 최저임금이 오르면 노동 수요가 줄어들게 되기 때문에, 추정된 노동수요탄력성을 감안하면 대규모 고용감소는 불가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교수는 또 1988∼2013년 한국의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과 경제성장률 간의 관계를 분석해 보면, 최저임금 비율이 높을수록 경제성장률이 낮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면 경제성장률이 1.48%포인트, 9000원으로 인상 시 1.11%포인트, 8000원으로 인상 시 0.73%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박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 이슈는 청년 고용을 더 악화시키는 정책”이라며 “또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노동시장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을 초래해, 결과적으로 경제성장률 하락을 야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