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종은 영유아기에 가장 많이 나타나는 양성 종양 중 하나이다. 빨간 ‘점’처럼 보이는 것이 특징인데, 출생 시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고, 대개 생후 첫 2주 이내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대부분 생후 12개월 후 서서히 크기가 줄어들며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하지만 증상이 지속적해서 나타나거나 합병증이 생길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만 1살 넘긴 후 수술 여부 결정, 수술비 20만 원 선

일반적으로 혈관종은 피부 표면에 드러난다.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경우, 종양 크기에 따라서 어느 정도 흉터가 남을 수 있다. 기능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흉터 때문에 흉터 치료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을 뿐 큰 문제가 되진 않는다.

문제는 눈 주변 등 주요 부분에 나타나는 종양의 위치, 몸 속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타나는 경우이다.

피부 표면에 나타나더라도 눈 주위에 발생해 눈을 가리면 사시, 안구하구, 각막질환 등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 혀나 후두에 생겨 기도를 막을 경우엔 더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 혈관종의 다양한 위치와 형태 출처=질병관리본부 국가건강정보포털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성형외과 정재훈 교수는 “보통 만 1살까지 종양의 크기가 커졌다가 그 후에는 줄어든다. 만 1살 때 까지 상태를 지켜보고, 문제를 일으킬 것 같으면 수술이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종양의 크기가 크더라고 제거가 용이하면 수술이 시행되며, 일반적으로 1cm면 수술이 가능하다고 본다”라며 “하지만 수술적으로 제거가 가능한 위치여야 한다”고 했다.

혈관종은 양성종양적출술이라는 보험수가를 적용받을 수 있다. 개인 부담이 15만~20만 원을 넘기지 않지만, 대상이 영유아이기 때문에 전신 마취가 필요하며, 이에 따라 수술비 외의 부담이 발생한다.

수술 부담될 땐 약물 치료…‘스테로이드’ 보단 ‘프로프라놀롤’이 효과 ↑

갓 돌을 지난 아기에게 수술을 시행한다는 것은 아이에게나, 부모에게나 부담스러운 일이다. 안전하게 혈관종을 치료하는 방안으로는 약물 치료가 있다. 

치료에 사용하는 대표적인 약물치료제는 ‘스테로이드(steroid)’와 ‘프로프라놀롤(propranolol)’이 있다. 최근에는 이 두 약물 중 ‘프로프라놀롤’이 더 안전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병원 피부과 김규한 교수, 성형외과 최태현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성형외과 정재훈 교수팀에 따르면, 두 약물에 대한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 결과 프로프라놀롤이 1차 약물 치료제로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총 34명의 소아혈관종 환아(9개월 이하)를 스테로이드 치료군과 프로프라놀롤 치료군으로 나누어 16주간 약물 복용을 한 뒤, 두 군 간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프로프라놀롤 치료군의 치료반응률은 95.7%, 스테로이드 치료군의 치료반응률은 91.9%로 나타났다. 실제 통계적으로는 유의하지 않았지만 프로프라놀롤의 치료효과가 조금 더 좋게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정확한 평가를 위해 치료 전 후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으로 혈관종의 부피변화도 확인했다.

정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프로프라놀롤을 1차 약물 치료제로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음을 확인했고, 앞으로도 소아혈관종 치료를 위해 가장 효과적인 약물 치료제의 용량 및 사용 기간 등에 대한 추가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두 약물 ‘가격’ 차이는 몇십 원 차이, 프로프라놀롤 부작용 더 낮아

프로프라놀롤의 효과는 치료 효과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정 교수는 “프로프라놀롤이 스테로이드보다 부작용이 적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스테로이드는 치명적이진 않지만 아기 얼굴이 붓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해 부모가 자의적으로 약을 끊는 경우가 있다”라며 “(스테로이드는) 약을 끊을 때 약을 줄이는 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프로프라놀롤은 고혈압에도 쓰이는 약이어서 혈압을 떨어뜨리고, 저혈압이 생기는 부작용이 있긴 하다”라며 “하지만 부작용을 쉽게 찾을 수 있고, 충분히 컨트롤하기 쉬운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두 약물의 가격 차이는 크게 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교수는 “환자 등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처음 약물치료를 시작할 때 프로프라놀롤은 하루 세 번에 나눠 먹고, 한 알에 몇십 원 정도”라며 “스테로이드는 주로 하루 한 번 복용하는 대신, 한 알에 몇백 원 정도”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