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다코리아의 가솔린 SUV CR-V. / 출처 = 혼다코리아

혼다코리아가 티구안·골프 등 폭스바겐의 주력 차종의 빈자리를 파고드는 전략으로 수입차 시장 경쟁에 임하고 있어 주목된다.

국내 수입차 시장의 무게추가 디젤에서 가솔린으로 옮겨가며 지각변동이 일고 있는 가운데 ‘최대 수혜자’ 자리를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이미 주력으로 삼는 가솔린차를 중심으로 일정 수준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혼다코리아는 여세를 몰아 실패 경험이 있는 ‘시빅’을 새롭게 출시하며 골프의 빈자리까지 대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대세는 가솔린’ 수입차 시장 판도 변화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는 디젤차에 대한 수요가 완연히 줄고 있다. ‘디젤 게이트’로 인해 디젤 엔진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인증 서류 조작 등의 여파로 폭스바겐·아우디 등 영업점이 문을 닫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 1~5월 국내 수입차 등록 현황을 살펴보면 전체 9만4397대 중 가솔린차는 3만7874대, 디젤차는 4만8272대로 나타났다. 점유율은 각각 40.1%와 51.1%로 디젤차가 아직 우세하지만, 분위기를 탄 쪽은 가솔린차다.

전체 수입차 시장이 지난해 동기(9만3314대) 대비 1.2% 성장할 동안 가솔린차 신규 등록은 지난해(2만6421대) 보다 43.3%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6만1991대였던 디젤차 수요는 22.1% 급감하며 무게추가 옮겨가는 상황이 연출됐다.

▲ 수입차 시장 판도 변화 현황 / 출처 = 한국수입자동차협회

한때 70%에 육박하던 디젤차 점유율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디젤차를 주력으로 판매하는 폭스바겐이 빠진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폭스바겐은 2015년 기준 3만5778대의 차량을 판매하며 수입차 시장에서 15% 수준의 점유율을 기록하던 브랜드다. 올해 1~5월 등록 대수는 0대다.

반사이익을 가장 효과적으로 누리고 있는 브랜드는 토요타, 혼다 등 일본 회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혼다의 경우 지난달 1169대의 자동차를 판매하며 BMW, 메르세데스-벤츠에 이어 브랜드별 등록 순위 3위를 차지했다. 혼다가 최근 수년간 브랜드 순위 중·하위권에 머물렀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도약인 셈이다.

혼다의 5월 신규 등록대수는 전년 동월(756대) 대비 32.7% 성장한 수치다. CR-V는 426대가 등록돼 베스트셀링카 목록 10위권에 이름을 올렸고, 어코드 2.4(354대), 어코드 하이브리드(310대) 등도 선전했다. 혼다의 올해 1~5월 누적 등록은 3635대로 지난해(2424대)보다 50% 늘었다.

폭스바겐 고객 수요를 흡수하며 큰 폭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015년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많이 등록된 차는 폭스바겐 티구안 2.0 TDI로 9467대가 팔렸다. 티구안이 경쟁에서 빠진 상황에 혼다는 경쟁모델인 CR-V의 신모델을 투입해 성과를 올리고 있다.

▲ 혼다코리아가 15일 국내 시장에 출시한 10세대 올 뉴 시빅 / 출처 = 혼다코리아

돌아온 시빅의 의미 “폭스바겐 빈자리 노린다”

혼다코리아가 15일 국내 시장에 ‘올 뉴 시빅’을 공식 론칭한 것 역시 폭스바겐 부재의 반사이익을 노린 움직임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시빅은 1973년 출시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2400만대 이상 팔린 베스트셀링 세단이다. 미국 C-세그먼트 시장에서는 판매 점유율 선두를 유지하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다만 실용성을 중시한 차급인 만큼 가격 경쟁이 불리해 한국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해왔다. 지난해에는 수입을 중단했을 정도다.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는 게 업체 측의 진단이다. 수입차 시장의 대표적인 C-세그먼트 모델인 폭스바겐 골프가 경쟁에서 이탈했기 때문이다. 폭스바겐 골프 2.0 TDI는 2015년 6212대가 등록돼 베스트셀링카 4위에 이름을 올린 인기 차종이다. 혼다 입장에서는 골프 수요가 시빅쪽으로 몰리는 현상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혼다코리아는 국내 론칭하는 10세대 올 뉴 시빅에 2.0 4기통 엔진과 무단자동변속기를 조합했다. 1.5 터보 모델 대신 2.0 가솔린을 택해 가격 경쟁력을 최적화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정우영 혼다코리아 사장 역시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1.5 엔진 모델을 들여오면 가격 저항이 심하다”며 “C-세그먼트 차량의 특성상 기본적인 요건을 충족하면 소비자들에게 가격이 가장 중요한 판단 조건이 된다고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정 사장은 “(골프가) 어떤 사양 모델로 돌아올지 잘 모르지만 시빅이 글로벌 시장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검증된 차량이고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도 큰 경쟁자가 없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가격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 사전계약은 100대 이상 들어왔다”고 말했다.

올 뉴 시빅은 실버, 화이트, 블루, 레드의 색상으로 출시된다. 가격은 3060만원이다.

▲ 자료사진. 경기도 평택항에 폭스바겐 자동차들이 세워져있는 모습. 폭스바겐 측은 이 차를 전량 독일로 반송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사진 = 이코노믹리뷰 DB

한편 폭스바겐코리아는 현재 판매된 차량들의 리콜을 수행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인증이 취소된 차량들의 경우 아직 정부에 재인증 신청을 하지 않았다. 폭스바겐 차량의 본격적인 판매 재개 시점은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