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5일(한국시간) 금리인상을 단행하면서 한·미간 금리 역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최고치가 1.25%로 높아지면서 이제 한국의 기준금리와 동률이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은 연내 한 두차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놔 올 하반기 금리 역전은 시간 문제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론적으로 금리가 높은 쪽으로 투자금은 이동한다. 이에 미국 금리 인상이 국내 경제에 반가운 소식만은 아니다.

한미간 금리역전이 처음은 아니다. IMF(국제통화기금)체제이후 한·미간 금리 역전은 ▲1999년 7월~2001년 3월 ▲2005년8월~2007년 9월 등 총 2차례 발생했다.

과거 사례를 보면 한·미간 금리 역전이 자본 유출로 이어지지만은 않았다. 이는 외국인 자본 유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금리 격차 뿐만 아니라 환율과 증시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 미국계 자금이외에 외국계 국내 투자자금이 다양화됐다는 것도 한미간 금리 역전에 대한 불안감을 불식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 <출처=현대경제연구원>

과거 한미 금리역전시기..."자본유출 심각하지 않아"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만약 올 하반기 한미간 금리역전이 발생하더라도 금융시장 및 국내 경제에 혼란을 야기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과거 2차례 금리역전시기에도 자본유출은 크게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1999년 7월~2001년 3월 한미 금리 역전시기 외국계 자본유출입은 총 147억달러 플러스를 기록했다. 이 기간동안 주가는 40.7% 하락했지만 이는 한미간 금리 격차 때문은 아니었다. 1999년 7월이전 국내 주식시장은 벤처 열풍을 타고 코스닥시장이 급등하면서 주식시장이 조정 국면을 맞았던 시기다.

두 번째 한미간 금리역전시기였던 2005년 8월~2007년 9월 사이 외국계 자본유출입은 75억달러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 기간 동안 외국인들의 직접투자는 67억달러 마이너스였지만 채권투자는 293억달러 플러스를 기록했다.

과거 수치만 놓고보면 한미간 금리격차가 외국계 자본 이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양화된 외국계 자금유출입 변수

재테크의 수단은 금리뿐만이 아니라는데 해답이 있다. 금리가 높은 쪽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것은 아니다. 기축통화인 미 금리 인상은 달러 가치 상승으로 이어져 원화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 그러나 한미 금리역전으로 인한 원화가치 하락비율보다 주가 상승률이 높다면 투자자들은 환차손을 감내하고 한국 증시에 투자를 확대할 수 있다.

예컨대 1999년 7월~2001년 3월 사이 원·달러 환율은 12.9% 하락했다. 이 기간 외국인들의 주식 투자는 197억달러로 순매수였다. 이는 주식시장 폭락시기 저가 매수세 유입 영향이라는 해석이 가능하지만 결과론적으로는 주식시장에서 얻는 이득이 크다고 판단된다면 환율격차가 벌어지더라도 외국계 자금순유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불확실성 해소=긍정요인”

이날 코스피지수는 하락세를 보이긴 했지만 약보합세를 유지했다. 즉 미국 금리인상으로 인한 급락은 없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애널리스트는 “미 금리인상은 이미 시장에 반영된만큼 급격한 가격변동 가능성은 낮다”며 “오히려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차원에서 증시가 안정세로 접어들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 경제 성장률이 소폭(0.1%포인트) 상향조정되긴 했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고 FOMC 보유자산 4조5000억달러어치 매각 계획도 예상보다 크지 않은 수준”이라며 “미금리 인상으로 인한 달러화 강세 반전보다는 약달러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전망했다.

올 하반기 한미 금리 역전 가능성은

이날 FOMC가 보유자산 매각을 발표한 것은 미국이 장기적인 금리인상 국면으로 접어들었음을 암시하고 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천문학적인 달러화 발행을 실시한 미국 입장에서 달러화 회수는 당면한 가장 큰 과제이기 때문이다. 이에 올 하반기 적어도 한 차례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될 전망이다.

미 금리가 추가 인상되면 한미간 금리 격차는 0.25%포인트로 벌어지게된다. 이 경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 거릴 수 있지만 사상 최대 규모의 가계부채를 감안할 때 쉽지 않은 결정이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은 미국의 추가금리 인상 보다는 ▲국내 경제지표 변화 ▲시장 안정성 ▲가계부채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 연구원은 “과거 한미간 금리 역전 시기를 보면 역전이후 한국은행은 금리 인하를 멈췄지만 즉각적인 금리 인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며 “이는 고려해야할 국내 변수들을 살필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미 금리는 오는 4분기께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아 만약 국내 기준금리가 인상된다면 그것은 내년 1분기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시중금리 상승 압력은 부담

미국의 추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준금리가 동결 상태를 유지하더라도 시중금리 상승 가능성은 높다.

이 연구원은 “그동안 시중금리는 미 금리와 동조화 현상을 뚜렷하게 나타내 왔다”며 “시중은행들이 기업과 가계에 부과하는 대출금리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기준금리는 지난해 6월이후 동결됐지만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는 지난해 8월이후 올해 1월사이 0.44%포인트 상승했다. 이 기간 동안 미 금리는 0.25%포인트 올랐다. 즉 미 금리 인상폭보다 시중은행 대출금리 인상폭이 더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연구원은 “미 금리 인상으로 인한 외국계 자금 유출보다 심각한 것은 시중 금리 동조화에 따른 가계부채 문제”라며 “금융당국이 적극나서 시중금리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