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한 나라의 글로벌 문화 박람회가 다른 나라에서 개최된다. 그것도 무려 25일 동안. 소위 글로벌을 표방한다는 그 어느 나라의 문화행사에서도 비슷한 경우를 찾기 힘든 사례다. 이 박람회는 일방적 문화의 전달이 아닌 교류의 장 마련을 통해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문화를 매개로 다양한 나라들이 소통하는 것을 표방한다.

모든 나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 소통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자신의 목표임을 끊임없이 강조하며 곧 개최될 2017년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이동우 사무총장을 만나 문화로 평화로워지는 세상을 위한 그의 열정과 도전에 대한 이야기들을 듣고 왔다.

 

부담감, 그리고 눈부신 최초의 성과

이동우 사무총장이 경주세계문화엑스포에 처음 합류한 것은 2013년 이스탄불-경주 엑스포 개최를 앞둔 시점이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청와대에서 정책관리실장(수석급)을 지내기도 했을 만큼 탁월한 기획력을 자랑하는 언론인 출신.

“정부기관에서 기획자로 일하다가 이제 그 정책들을 직접 수행하는 입장이 되니, 새롭게 공부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며 “거기다 약 20년간 국내 최대의 문화행사 브랜드로 자리매김해온 경주세계문화엑스포를 더 좋은 행사로 키워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겼다”며 사무총장 부임 당시를 회상했다. 거기에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최초로 해외 현지에서 진행됐던 2006년 앙코르와트 박람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것도 이 총장에게는 부담감으로 작용했다. 그래서 이 총장은 밤낮으로 이전 행사들의 현황과 성과들을 연구했고, 수많은 행사 관계자들을 만나 협의했다.

그렇게 이 총장이 진두지휘한 첫 행사인 ‘터키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13’이 개최됐다. 이스탄불 현지에서 진행된 행사는 40개국이 참가해 46개의 문화행사가 펼쳐졌고 490만 명에 가까운 관람객이 행사장을 찾아 역대 경주엑스포 사상 최고의 성과로 기록됐다.

▲경주 세계문화엑스포 공원의 터키 이스탄불 행사장.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아울러 역대 최초로 행사 개최국에서 경주를 방문해 자신들의 박람회를 여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행사 이듬해인 2014년 이스탄불시는 300여명에 이르는 자국의 문화예술인과 약 120억원에 이르는 예산을 투입해 ‘이스탄불 in 경주 2014’를 개최했다. 2014년 9월 12일부터 22일까지 11일간 열린 이 행사에는 79만여명의 관람객이 행사장을 방문했다.

당시 행사에 대해 이 사무총장은 “총장 부임 후 첫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안도감과 더불어, 지난 행사를 통해 문화는 일방적 전달이 아닌 상호 간의 교류를 통해 그 가치가 더 커진다는 깨달았다”며 “앞으로 개최될 엑스포의 방향성을 정하는 데 있어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귀중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두 번째 도전,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2017

‘이스탄불-경주엑스포 2013’의 성공적 개최를 바탕으로 엑스포 조직위와 이 사무총장은 세 번째 개최 후보지에 선정을 위한 대한 다각적 검토를 진행했다. 지난 20년을 이어온 행사의 의미를 충분하게 담을 수 있으면서도 기존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문화권을 새롭게 조명할 수 있는 곳이 필요했기에 개최지 선정 과정은 쉽지 않았다.

이 총장은 “지금껏 세계의 지배적 논리로 입지를 굳혀온 서구의 문화보다는, 아시아 문화권에 대한 접근이 더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여기에 우리나라와의 현재 관계, 역사적 민감성 등을 고려한 결정이어야 했다”고 당시의 고민을 표현했다.

▲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조직위원회는 최종적으로 2017년 세계문화엑스포 개최지로 베트남 호찌민시를 선정했다. “베트남은 한류열풍을 선도하고 있는 국가로 문화 한류를 매개로 현지 진출 기업의 참여, 통상 교류 증진을 위한 연계 프로그램 운영이 용이하다고 판단했다”며 “베트남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주요 국가로 동남아 주요 거점 도시들과의 교류협력 체계 강화와 강력한 문화네트워크 구축을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해 호찌민시를 최적지로 선정했다”는 이 총장의 말이다.

개최지가 확정된 이후 지난해 9월 조직위원회와 호치민시는 행사 개최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며, 지난 2월 호찌민시청에서 공동조직위원회 창립총회를 개최했다. 지난 5월 20일에는 응우엔 탄 퐁 호찌민시 인민위원장이 경주를 방문해 행사 실행과 관련한 MOU를 체결해 행사 성공에 대한 양측의 성공 개최 의지를 확인했다. 호치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17은 오는 11월 9일부터 12월 3일까지 25일간 개최되는 베트남 호치민시에서 개최된다.

문화엑스포이자 경제엑스포

올해 우리나라와 베트남은 수교 25주년을 맞이했다. 또한 베트남은 우리나라의 3대 수출국이며 국제 교류 인구 5만명, 국내 체류 베트남인이 13만에 이르는 등 교류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아울러 베트남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 4000여개에 이르며 그중 2000여개가 수도인 호찌민에 진출해 있다. 그만큼 베트남과 우리나라의 경제적 관계는 밀접하다. 그래서 엑스포 조직위원회는 이번 엑스포를 문화엑스포이자 경제엑스포가 될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 총장은 “경제엑스포라는 표현은 자칫하면 문화가 아닌 경제를 행사의 중심에 둔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아는 행사의 본래 의도를 벗어난 해석”이라며 “경제적으로 서로 교류하고 발전하는 관계에 문화를 가미해 더 성숙한 경제교류를 이루는 것, 우리 기업들이 단순히 베트남에 물건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에 대한 문화적, 사회적 기여도 하고 베트남 관광객들이 우리나라에, 혹은 그 반대로도 관심을 갖고 서로를 방문하며 윈-윈(Win-Win)하는 관계를 만들자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 경주세계문화 엑스포 공원 전경.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엑스포의 목표 ‘인류애적 가치 실현’

이 총장은 “전통문화의 교류는 곧 ‘인류애적 가치의 실현’이라며, 최근 힘의 논리로 인해 발생하는 외교적, 국제적 분쟁들의 면면을 잘 살펴보면 이는 서로의 문화를 올바로 이해하지 못해 발생하는 비극들”이라며 “다른 나라 문화에 대한 편견 없는 이해가 이뤄지면, 각 나라의 이해관계도 초월할 수 있으며 그것은 거시적 관점에서 인류의 평화로운 공존을 이룰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엑스포 준비 과정들을 통해 확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남긴 20년의 기록은 앞으로의 목표 실현을 위한 초석을 마련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앞으로 이뤄야 할 것들이 지금까지 이뤄 온 것보다 훨씬 많이 남아 있음을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