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조가 하늘로 날아오르기 위해 날개를 힘껏 펄럭이며 벌판을 달려보았지만 달리는 자기 속도를 이기지 못해 그대로 땅에 머리를 처박고 구르고 만다. 타조의 날개 구조는 하늘을 날 만큼 발달하지도 않았고 몸체가 하늘에 뜰 만큼 가볍지도 않건만 타조는 좌절하지 않고 날아오르는 시도를 수없이 반복한다. 그러던 어느 날 타조는 꿈에 그리던 경험을 하게 된다. 마치 백조처럼 하늘을 우아하게 날아오르게 되었고 높은 하늘에서 세상을 내려다볼 수 있게 되었다. 타조의 꿈이 이뤄진 순간이다. 타조의 꿈은 바로 증강현실 헤드셋 기어를 착용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증강현실 속에서 체험했던 하늘 속 풍경을 동경하며 매일같이 날갯짓을 열심히 한 결과 이룬 성취감이다. 삼성전자의 휴대폰 광고 이야기다. 기술이 사람의 꿈을 바꿔줄 수 있다는 상징적인 광고물이다.

리챠드 바크(Richard Bach)의 단편소설 <갈매기의 꿈>에 나오는 주인공 조나단 리빙스턴은 갈매기의 날갯짓이 단순히 먹이를 찾아 헤매는 일이란 사실을 극복하고자 한다. 그는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수천미터 상공에 치솟아 오르고 다시 수직으로 하강하는 위험을 되풀이하는 비행훈련을 거듭한다. 그의 비행은 단순히 일상의 삶을 위한 것이 아니고 더 높은 꿈을 실현하기 위한 끝없는 도전임을 역설한다. 다른 동료 갈매기들은 그의 도전을 바보 같다고 경멸하면서 외면한다. 하지만 조나단은 좌절하지 않고 계속해서 먼 창공을 날아오르는 바보 같은 꿈을 이루려 계속 노력한다. 그러던 어느 날 조나단은 별빛처럼 청아하고 불타는 듯한 광채를 지닌 두 마리 갈매기를 만나게 되고 그들에 이끌려 천국에 들어가게 되는데, 그곳에는 그와 같은 생각을 가진 갈매기들이 살고 있었다. 그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일은 가장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해 완전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조나단은 완전한 비행을 끊임없이 추구한 결과 마침내 생각만큼 빠르게 날 수 있는 사고속도비행을 터득한다. 여러 단계의 의식을 통해 자기완성의 무한한 가능성임을 깨닫고 행복해 한다. 만약 21세기에 조나단이 태어났다면 그토록 생고생을 하면서 자신을 단련하지 않고도 증강현실이나 인공지능 기술로 쉽게 높은 경지에 빠르게 오를 수 있지 않았을까 상상해 본다.

전문가들도 인공지능을 활용해야만 한다

아이돌 가수 B1A4의 진영은 정규 앨범 3장과 미니 앨범 6장 등 총 9장에 50여곡 이상을 작곡해낸 역량 있는 작곡가이다. 한 예능 프로에서 작곡가 박명수, 정재형, 돈스파이크과 함께 작곡 경합을 벌인 일이 있다. 여러 작곡가들의 곡을 모두 불러본 가수 주현미는 “진영의 노래가 가장 어려웠고 음정부터가 난해했지만 뭔가 환상적이었다”라고 평했다. 청중들로부터는 다른 작곡가들과 차별화를 꾀해 ‘가장 아름답다’는 평도 이끌어냈다. 진영은 컴퓨터 작곡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작곡을 한다. 음악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기타 외엔 악기를 다루지 못하고, 악보를 그릴 줄도 모르지만 그런 기능들은 그가 작곡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 못한다. 그가 작곡하는 역량은 바로 음악적 영감이며 감성에서 나온다. 화성법 같은 전문 지식 없어도 컴퓨터가 합성한 다양한 악기 소리를 직접 들어보며 선택하면 작곡이 된다. 화음을 넣는 것 그리고 악기를 선정하는 일 그리고 악보를 그리는 일은 모두 컴퓨터 프로그램이 해결해준다. 음악을 배우지 않았기에 그의 음악은 일반적인 흐름을 벗어나서 사람들에게 특이한 감성을 전달하는 장점이 있다. 진영뿐만 아니라 지금은 전문 작곡가나 편곡자들도 작곡 프로그램을 활용하지 않고선 경쟁할 수 없는 시대이다.

인공지능은 창의성을 북돋아준다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면 인공적인 창의성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작곡가의 역량이 월등히 증강되어 짧은 시간에 다작이 가능하다. 물론 매번 역작이 나올 수는 없겠지만 심혈을 기울이면 역작을 만들어낼 확률이 높아진다. 특히 드라마 배경음악이나 광고음악 등 소품들은 조금만 음악적 감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수준 높은 작품으로 창작이 가능하다. 작곡뿐만이 아니다. 붓질을 잘하는 기능만 가지고 있다면 인공지능이 제안하는 영감을 활용해서 다양한 그림 작품들을 그려낼 수 있다. 예술가들이 통상 가장 오랜 시간을 허비하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과정을 인공지능을 활용해 크게 단축할 수가 있다. 물론 인공지능을 통해 만들어낸 작품이 거장들의 걸작에 비견할 정도까지는 이르지 못한다 해도, 적어도 감각 있는 아마추어가 전문적인 수련 과정을 장기간 거치지 않았다 해도, 단기간에 프로 예술가들과 비슷한 수준의 작품을 생산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역량 있는 아마추어 예술가를 프로 예술가의 경지로 쉽게 역량을 증강시켜주는 훌륭한 도구인 셈이다.

컴퓨터 과학은 크고 작은 비즈니스에도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기업 간 경쟁에서도 인공지능을 제대로 활용하는 기업과 고전적 경영기법에 매달리는 기업 간의 경영성과의 차이는 점점 벌어질 것이다. 기업 경영자들이 인공지능의 잠재력에 대해선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지만 실제로 자신의 비즈니스에 제대로 활용하는 사람들은 아직 많지 않다는 통계가 있다. PcW가 발간한 ‘2017년도 디지털 IQ’란 보고서에 보면 세계적인 기업들의 경우에도 최고경영자의 54%만이 인공지능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아마도 훨씬 더 적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들 인공지능에 투자한 기업들의 20%만이 이 기술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이 갖춰졌다고 스스로 평가하고 있다.

인공지능에 대한 보고서들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인공지능은 업무강도를 줄이거나 일자리를 없애거나 개인정보를 노출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경영자 입장에서 보면 업무처리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길게 보면 비즈니스를 새롭게 변화시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향하게 해준다. 생산품이나 서비스뿐만 아니라 사무실과 공장설비까지도 바뀌게 된다. 인공지능이 일반적인 알고리즘 소프트웨어와 다른 점은 스스로 조치를 취한다는 점이다. 이런 인공지능의 조치 내용은 무슨 수식에 근거하지 않기 때문에 프로그램 개발자가 그 판단 근거를 추적해서 알아내기 어렵다.

<MIT 테크놀로지> 최근호는 ‘신비로운 기계’란 주제로 특집기사들을 게재했다. 이 기사 중에는 인공지능의 신경망 기계학습이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 이유를 사람을 납득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소한 개괄적으로나마 기계가 어떤 특정 결론에 도달하게 된 배경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유럽연합은 2018년 여름부터는 상업용 기계학습 알고리즘은 반드시 결론에 어떻게 도달했는지 사용자에게 밝혀줘야 한다고 기본법을 정했다. 그러나 그런 법규가 제대로 작용할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인간의 두뇌도 직관적으로 어떤 판정을 내리지만 딱히 왜 그런 결론에 도달했는지 잘 설명하기 힘들 듯이, 기계학습을 설계한 엔지니어도 수학적 모델을 기초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구축한 게 아니므로 기계 학습의 결과로 컴퓨터가 어떤 원리로 최종 결론에 도달하는지는 잘 알 수가 없다. 사람도 처음부터 직관적으로 믿는 것과 처음 만나는 사람에 대한 선입견을 갖지만 무슨 원리가 있다고 설명하기가 어렵다.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느낌을 받았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기계학습도 원리는 모르지만 사람과 다른 방법으로 독특한 판단과 생각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인공지능이 꼭 친절해야만 할까?

인기 연속극 <대장금>에서 어린 주인공이 정 상궁의 질문에 ‘어찌 홍시라 생각했느냐 하시면 그냥 고기를 씹을 때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 생각한 것이온데’라고 대답해서 시청자들을 웃음 짓게 만든 적이 있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다. 컴퓨터는 ‘그냥 그런 감이 들어서 그렇다고 한 것뿐인데 그걸 왜 그러냐고 따지시면, 쩝’이라 답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연합이 이런 법적 규제를 가하는 이유는 심오하다. 기계가 아무리 영리하다 해도 인공지능이 사람의 생명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면 그 작용이나 효과에 신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어떤 기준으로 최종 판단에 이른 것인지 설명을 듣고 만약 그 판단과정이나 이유를 인간이 납득하기 힘들다면 인공지능을 신뢰해선 안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인공지능을 전쟁무기를 개발하는 경우엔 반드시 인간과 공생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인공지능이 어떤 근거로 최종 의사결정을 했는지 인간이 납득할 수 있어서 최종 결론을 인간과 함께 내리는 시스템이다. 미 국방부는 이를 한마디로 친절한 인공지능(Explainable AI)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지금 확산되고 있는 인공지능은 수학적으로 계산할 수 있는 알고리즘 영역을 이미 벗어났다. 빅 데이터를 학습해서 인간이 알지 못하는 원리로 문제해결책을 찾아낸다. 인공지능이 블랙박스가 되어 버렸다. 즉 인공지능이 활용하는 원리를 인간이 역설계해서 수학적으로 표현할 수가 없다. 이런 블랙박스 인공지능 문제는 인간의 생명과 연관될 수 있는 자율자동차나 드론에 적용하는 경우엔 문제가 심각할 수 있지만 보통의 민생용엔 거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

특히 개인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역량 강화에는 효과만 좋으면 된다. 그래서 보통 사람들이 설령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았더라도 자신이 어릴 적부터 가졌던 꿈을 실현하는 도구로 인공지능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앞으론 더욱 더 강력한 인공지능 도구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이를 잘 활용하면 누구나 자신이 원하던 역량을 키워 새로운 일자리를 발굴해낼 수 있다고 본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게 있다면 자신이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갈매기의 꿈’을 꾸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