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르타여! 아침은 든든하게 먹어둬라. 저녁은 지옥에서 먹는다!"

2006년 개봉한 영화 '300'은 고대 그리스 시대, 페르시아 제국의 침공을 온 몸으로 막아내는 300명 스파르타 전사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이 대사는 스파르타의 왕 레오니다스가 전투를 앞두고 자신을 따르는 전사들에게 외치는 비장한 대사다.

21세기 대한민국의 카카오도 비슷한 심정이다. O2O를 중심으로 카카오톡 모바일 신화를 썼으나 그 이상의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비등하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는 하반기 수익성 개선을 목표로 날카로운 칼을 벼리고 있다. 

실제로 카카오는 코스닥을 떠나 코스피로 향하는 한편 올해에만 임지훈 대표 및 77명 핵심 임원, 316명의 임직원에게 대규모 스톡옵션을 제공하며 든든한 아침밥을 먹였다. 

300명의 스파르타 전사들은 '오늘 저녁은 지옥에서 먹자'며 이를 갈았으나 전원 몰살, 진짜 지옥에서 저녁밥을 먹었다. 하지만 카카오는 어떨까. 결론은 달라질 수 있을까. "카카오여! 아침은 든든하게 먹어둬라. 저녁은 천국에서 먹는다!"

▲ 영화 300의 한 장면. 출처=제작사

코스피로 이동, 스톡옵션 축제
카카오는 14일 제주도 스페이스닷원 1층 멀티홀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코스닥 조건부 상장폐지 및 코스피 이전 상장 승인의 건과 지난 5월 이사회에서 결의한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부여 승인의 건을 처리했다.

카카오의 코스피 행은 무엇을 의미할까. 카카오의 시가총액은 7조2119억원에 달하며, 코스피에서도 시가총액 50위내 진입이 유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카카오가 IT기업이 다수 포진해 있다는 강점을 가진 코스닥을 나와 코스피200에 편입될 경우, 외부 투자유치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 12월 자회사 포도트리가 글로벌 투자회사 앵커에퀴티파트너스로부터 1250억원 규모의 투자를 끌어낸 사례를 모범사례로 보고 있다. 카카오 포도트리는 카카오페이지와 웹툰를 운영하는 카카오의 자회사며 일 매출 3억 원 이상의 서비스로 성장한 바 있다. 그런 이유로 코스피에 편입되어 외부투자유치의 용이함을 확보하는 것이 카카오의 노림수라는 말이 나온다.

▲ 포도트리. 출처=카카오

공식적으로 부정되고 있지만 5월 초 불거진 카카오 모빌리티 5000억원 투자설도 길게 보면 카카오가 '원하던 방향'이기도 하다.

스톡옵션도 눈여겨 볼 포인트다. 카카오는 14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지난 5월2일 결의했던 316명 임직원 대상의 스톡옵션 34만8500주 제공을 최종 의결했다.

행사가격은 보통주 8만8600원에 신주교부, 자기주식교부 등이고 차액보상 방식이다. 

카카오는 올해에만 세 차례 스톡옵션을 내부 임직원에게 제공했다. 먼저 이사회 의결 3월2일 기준 77명의 핵심 임직원에게 89만5500주, 또 한 번은 3월17일 이사회 의결로 최근 임기가 연장된 임지훈 대표에게 10만주가 8만4650원으로 제공됐다.

핵심 임원 77명과 임지훈 대표에게 주어진 스톡옵션의 행사조건이 눈에 들어온다. 전자공시에 공시된 자료를 보면 [부여대상자 가운데 일부 직원에 한해서는 행사가능기간 동안 행사가능일 또는 그 이후 매월 말일을 기준으로 산정한 어느 평균주가가 행사가격의 150% 이상을 기록한 경우만 행사가 가능하며, 만일 평균주가가 200% 이상을 기록한 경우에는 2년 후 전량 행사 가능(평균주가 산정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76조의7 제3항 규정 준용)]이라고 되어 있다. 주가가 150%는 되어야 행사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핵심 임직원에 책임경영을 강조하는 한편,  치열한 미래전장으로 돌격하기 위해 임직원의 사기진작책으로 이해된다. 

▲ 임지훈 대표. 출처=카카오

카카오의 미래, 이제 수익화다
카카오와 다음이 2014년 합병해 다음카카오가 출범했고, 2015년 9월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탄생한 카카오는 국내 O2O 시장의 최강자로 여겨진다.

국내 1위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포함한 다양한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가입자 기반을 대상으로 모바일 게임, 모바일 광고, 모바일 커머스, 모바일 콘텐츠 등의 서비스를 연계하는 촘촘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스마트 모빌리티의 카카오택시와 카카오드라이버가 대표적이다.

▲ 다음카카오 합병. 사진=이코노믹리뷰

2016년 3월에는 음반 기획,제작, 판매 및 온라인 음원 서비스를 제공하고있는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인공지능 시장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올해 2월 주식회사 카카오 브레인을 설립하고 3월 카카오 본사에 인공지능 전담 조직을 신설했으며, 연내 독자적인 인공지능 플랫폼 및 서비스 개발, 전용 스피커를 비롯한 스마트 디바이스 출시 및 보급에 나설 계획이다.

올해 3월 말 기준 카카오의 계열회사는 총 75개에 달한다. 겉으로 보면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수익 측면에서 보면 문제가 있다. 카카오는 2015년 영업이익 885억원을 기록하고 2016년 1161억원을 기록하는 등 원만한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으나, 서비스의 비즈니스 모델은 확실하게 구축되지 못했다는 평가다.

당장 핵심인 O2O 사업의 경우 카카오택시는 콜비를 받지않는 모델이며, 카카오드라이버도 뚜렷한 비즈니스 플랫폼이 아니다. 일각에서 카카오택시 유료화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이는 해프닝으로 결론이 났다.

▲ 카카오 스마트 모빌리티. 출처=카카오

O2O 모델 자체에도 리스크가 있다. 일단 골목상권 논란을 피하기 위해 스마트 모빌리티에 집중하는 한편, 카카오페이와 알리페이의 만남을 통해 돈의 흐름을 데이터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방식은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스마트 모빌리티를 중심으로 잡아낸 상태에서 그 이상의 생태계 모델이 나오지 않는 점은 아쉽다는 말이 나온다.

무료 플랫폼의 가치 위에서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해야 하지만, 이 부분에서 뚜렷한 반등요인이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기본적인 플랫폼 수수료 모델을 제시할 경우 시장의 상당한 역풍을 각오해야 하기 때문에, 운신의 폭이 좁아진 측면도 있다.

국내 시장만을 대상으로 사업을 전개하기 때문에 플랫폼 잠재력이 한정적이라는 말도 나온다. 기술기반 플랫폼 기업을 표방하는 네이버가 유럽과 협력해 라인 및 스노우 등으로 대단위 전략을 짜는 것과 비교하면 심각한 약점이기도 하다.

다만 카카오택시가 평창 동계 올림픽을 기점으로 일본의 재팬택시와 협력한 부분은 글로벌 전략의 신호탄이라는 주장도 있다. 당시 정주환 카카오 모빌리티사업부문 총괄 부사장은 “카카오택시 출시 이후 해외 각국에서 서비스 연동에 대한 제안이 있었다. 2016년 한 해에만 500만 명 이상의 한국인 관광객들이 일본을 방문한 만큼, 이용자들을 위해 일본과의 협업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 재팬택시. 출처=카카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는 코스피로 옮겨가 외부투자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한편, 비장한 스톡옵션을 통해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카카오 인도네시아 현지법인를 맡고 있던 카카오 원년멤버, 송지호 패스모바일 대표가 복귀해 74개의 계열사를 지휘하는 사실상의 최고운영책임자로 활동할 가능성이 제기된 것도 그 연장선이다.

나아가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는 것은 O2O의 강점을 살리는 한편, 초연결 시대 서비스 플랫폼 강화의 측면에서 고무적인 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카카오는 투자회사 케이큐브벤처스를 통해 인공지능 기술력확보에 주력해왔다. 인공지능 기반의 의료영상 진단 서비스를 제공하는 루닛과 시스템 생물학 기업 스탠다임,  컴퓨터 비전 기술을 활용한 드론 기업 유비파이에 투자했으며 5월에는 카카오브레인과 함께 개인화 플랫폼 기업인 스켈터랩스에 공동투자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브레인과 본사 인공지능 부서가 동시에 출범, O2O와 초연결 생태계를 덧대고 있다.

코스피 이전을 통한 외부투자유치 활성화, 스톱옵션 부여 및 송지호 대표 복귀와 인공지능 경쟁력 확보를 하나의 호흡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결국 수익성이라는 키워드가 감지된다. 기본적인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넘어 텐센트의 위챗처럼 별도의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건설하면 수익성은 단박에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중론이다. 그리고 카카오는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을 규모의 경제와 조직의 역동성과 재정비, 마지막으로 인공지능 인프라로 해석한 셈이다.

그러나 모든 방향성이 카카오의 의도대로 흘러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O2O 하나만 봐도 평이한 서비스만 제공해 생활밀착형으로 힘들게 파고 들어도, 그 이상의 퀀텀점프는 어렵다는 것이 카카오톡 비즈니스 모델로 여실히 증명됐다.

중국의 공유자전거 오포처럼 주차 패턴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며 데이터를 확보하고 생태계를 보강하는 세밀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카카오의 퍼즐은 완성되어 가고 있지만, 결정적 퍼즐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