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구 반포지하상가 전경. 출처=이코노믹리뷰 김서온 기자

지역에 따라 각각의 특색을 담은 을지로 사무용품 및 인쇄상가에서 회현 중고 LP‧오디오상가, 종로4가 혼수상가, 꽃향기 가득한 반포지하상가, 젊은이들의 쇼핑성지 강남지하상가 까지.

시민들에게 상징적 의미의 서울 ‘지하상가’에 대해 앞으로 임차인간 권리금을 주고 받는 행위를 서울시가 금지하겠다고 밝혀 혼란이 예고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12일 임차권 양도 허용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지하도상가 관리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조례가 개정되면 서울시가 관리하는 지하상가 점포들은 임차권 양수 및 양도가 전면 금지돼 권리금을 받고 다른 상인에게 가게를 팔 수 없게 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서울 을지로‧명동‧강남‧영등포 등 총 25개 구역 지하상가 상점 2700여 곳은 앞으로 권리금을 받을 수가 없게 됐다.

권리금은 관행상의 금전으로, 상가건물에서 영업을 할려는 시민이 영업시설과 노하우, 비품, 입지에 따른 이점, 거래처 등을 양도하거나 이를 이용하게 할 때 보증금과 차임이외에 지급하는 금전적인 대가를 말한다.

서울시는 이렇게 관행적으로 이어져온 기존 임차인과 새 임차인간 금전거래를 더이상 금지하도록 한 것.

서울시측도 곤혹스런 입장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 시 관계자는 “임차권 양수‧양도 허용 조항이 불법 권리금을 발생시키고 사회적 형평성에 배치된다는 시의회의 지적이 있었다”며 “조례로 임차권리 양도를 허용하는 것은 법령 위반이라는 행정자치부의 유권해석 역시 제기됐다”고 불가피한 조례 개정 배경을 설명했다.

서울시는 입법 예고된 조례 개정안에 대해 이달 말까지 의견을 수렴한 뒤 시의회 의견을 거쳐 지하상가 임차권 양도를 금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권리금 금지 대상이 되는 서울 지하상가는 총 25곳 2799개로 집계됐다.

이처럼 파란을 예고하고 있는 서울 지하상가의 역사는,  지하철이 처음 개통한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하철도 개통과 함께 설치된 방공대피시설로 자연스럽게 생긴 지하통로에 공간이 생겼다. 약 40여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다.

대부분의 지하상가는 민간이 도로 하부의 이 통로 공간을 개발,  상가를 조성한 후 장기간 운영한 뒤 서울시에 되돌려주는 기부채납(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무상으로 재산을 받아들이는 것) 형태로 운영해왔다. 지난 1996년 이 지하상가를 민간업체가 반환하자 서울시는 1998년 임차권 양도를 허용하는 내용의 지하상가 관리 조례를 제정, 시행했다.

서울시는 이번에 다시 조례를 개정한 후, 앞으로는 임대차 양도를 금지하고 점포가 공실이 될 때 이를 회수, 경쟁 입찰을 통해 새 상인을 들이게 되는 형식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2011년 최고가로 입찰하는 곳에 지하상가 점포를 임대하는 경쟁 입찰제를 시작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이같은 추진 계획에 대해 적잖은 반발이 예상된다.

반포 지하상가 전문 G부동산 관계자는 “적게는 2~3평도 안되는 공간이지만 워낙 두터운 수요층을 유지하고 있어 입지에 따라 권리금이 억대를 넘기로 한다”며 “서울시가 나서 조례를 정하게 되면 이미 몇 천만원에서 억대의 권리금을 주고 들어온 상인들의 피해가 막심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상가연합회에서도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덧붙였다.

유동인구가 줄어드는 지하상권의 경우 서울시가 상가를 전면 관리하게 되면 장사가 되지 않아 문을 닫고 싶어도 닫을 수가 없다. 시가 공개입찰을 통해 계약을 하고 이 계약기간 중에는 임차권을 양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장사를 그만두려면 위약금을 내고 계약해지를 해야 한다.

14년간 반포지하상가에서 도기 장사를 해온 박모씨는 “처음 여기 들어올 때도 지금 ‘억’소리 나는 권리금을 줬는데 꼼짝없이 권리금을 날려먹게 생겼다”며 “서울시의 횡포에 죄 없는 상인들만 날벼락을 맞게 되니 당장이 막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포지하상가는 하루 방문인구가 20만~30만명으로 지난 2012년 6월 기존 상인들이 원소유주인 서울시와 협의해 별로 운영법인을 세워 리뉴얼 후 재오픈했다. 각 점포마다 평균 8000만원의 공사비를 부담했고 13개월동안 공사가 진행됐다.

법률사무소 동일 소속 전별 변호사는 “상가임대차 보호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해 권리금까지 보장받을 수 있는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발의된 상태”라며 “일반 민간상인들의 권리는 보장되는 반면 서울시가 관리하는 상점들에 대해 20년 동안 회수 가능했던 권리금 거래가 불허하게 된다면 법적인 충돌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일단 오는 28일까지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뒤 시의회 의결을 거쳐 조례를 개정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이미 시 의회 심의까지 받은 상태”라며 “서울시 기관운영 감사 당시 감사원이 임차권리 양도조항 개정을 추진하지 않은 이유로 서울시에 확인서와 답변서를 요구한 적도 있다"며 "상가 임차인들의 반대에도 그대로 진행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