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내 마약성진통제(오피오이드)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화이자-일라이릴리의 비오피오이드계 신약인 타네주맙이 패스트트랙에 지정됐다.사진=이미지투데이

미국 내 오피오이드(Opioid) 이슈가 화이자와 일라이릴리를 웃게 할까?

화이자와 일라이릴리는 공동 개발의 비오피오이드계 진통제인 타네주맙(tanezumab)에 대한 패스트트랙(빠른 허가) 지정을 미국식품의약국(FDA)로부터 부여받았다고 1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패스트트랙은 환자에게 중요한 신약에 대한 약물검토를 신속하게 진행하는 프로세스다.

FDA가 타네주맙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받는 물질로 선정한 것은 그만큼 미국 내에서 새로운 유형의 진통제가 절실하다는 의미다.

오피오이드 중독으로 매일 91명의 미국인 사망

최근 CNN, 뉴욕타임즈 등 여러 외신은 미국인들의 오피오이드 중독 문제를 연일 지적하고 있다.

오피오이드는 옥시코돈, 모르핀, 펜타닐 등 강력한 마약성진통제를 의미한다. 오피오이드의 오용과 남용은 지난 20년 동안 미국에서 크게 증가했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5년까지 약 50만명이 약물 남용으로 사망하고 있으며 사망자의 대부분은 오피오이드로 인한 중독으로 사망했다. 매일 91명의 미국인이 오피오이드 남용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의 유명 팝가수 프린스도 오피오이드 계 약물인 펜타닐을 과다 복용한 결과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심각한 공중보건문제인 오피오이드 중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FDA도 처방 지침을 발표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안전성 문제로 임상 중단된 상황, 패스트트랙 지정 왜?

이런 가운데 그간 안전성 문제로 임상이 중단됐던 타네주맙이 패스트트랙에 지정되면서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타네주맙은 NGF(신경성장인자, nerve growth factor) 억제제로 NGF를 선택적으로 표적해 억제하는 단일클론항제이다. 체내 염증과 통증이 증가하면 체내에서 NGF 수치가 증가하는데 타네주맙은 이 NGF를 억제해 통증 신호가 척수 및 뇌에 도달하는 것을 방지한다.

지난 2010년 글로벌 임상 3상 시험에서 타네주맙을 투여 받은 골관절염 환자들이 오히려 골관절염이 악화되고 심하게는 골괴사까지 불러오는 등 부작용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임상이 중단된 바 있지만 이후 2015년 미국에서 임상 3상을 재개할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았다.

FDA, 오피오이드 중독 해결에 박차

타네주맙의 임상 재개에 이은 패스트트랙 지정은 FDA가 미국 내 오피오이드 이슈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과 일맥상통한다.

FDA는 지난 8일(현지시간) 엔도 파마슈티컬스(Endo Pharmaceuticals)가 판매하는 오피오이드계 약물인 오파나이알(Opana ER)을 자발적으로 시장에서 철수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는 오피오이드계 약물의 위험성이 의약품의 효능보다 더 크다는 우려 하에 내려진 결정이다.

스캇 고틀리브 FDA 박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는 오피오이드 유행으로 인한 공중보건 위기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오피오이드의 오용과 남용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왜 또 다른 진통제가 필요한가?

이미 마약성진통제만 해도 코데인, 트라마돌, 모르핀, 펜타닐, 옥시코돈, 하이드로몰폰 등이 있고 비마약성진통제로는 아세트아미노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가 시중에 나와 있다.

마약성진통제는 심각한 통증을 완화하는 데는 뛰어난 효과를 보이지만 중독성이 있고 비마약성진통제는 중독성은 없지만 복용량이 어느 정도 수준을 넘어서면 통증 완화의 효과가 없는 문제가 있다.

타네주맙은 중독성과 내성을 가진 마약성진통제와는 다른 비마약성진통제면서, 기존의 비마약성진통제와도 다른 작용 기전을 갖는 약물이다.

특히 통증을 완화시키는 측면 외에 질환에도 영향을 주는 새로운 개념을 갖고 있다.

김신형 연세세브란스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NGF억제제는 슬관절염과 같은 질환 자체의 활성도 감소에도 영향이 있어 기존의 진통제와는 다른 개념을 지닌다”며 “몇 번 임상시험 보류가 있었으나 기존 오피오이드 약물의 심각한 부작용들을 피할 수 있으므로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아직은 상용 단계가 아니고 임상에서 판매 허가를 받아 실제 사용되기까지 효능과 더불어 특히 안전성 검증이 더 필요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 한국화이자제약은 2016년 식약처로부터 타네주맙의 임상 3상을 진행해도 좋다는 허가를 받았다.자료=식품의약품안전처 온라인의약도서관

국내 관절염·요통 환자 수요 ‘초록불’

우리나라에서도 오피오이드를 대체할 수 있는 약물의 필요성은 존재한다. 특히 극심한 만성적 통증에 시달리는 관절염 환자와 요통 환자에서다.

김신형 교수는 “한국인의 오피오이드 중독은 미국보다 덜하지만 암환자가 아닌 비암성통증(골관절염, 만성허리통증 등) 환자에서는 오피오이드 처방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화이자제약은 2016년 식약처로부터 슬관절, 고관절, 또는 견관절 전치환술을 받는 환자들의 통증 완화 목적으로 임상 3상 시행 허가를 획득해 현재 시험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