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픽사베이

퇴근 후 치킨 한 마리에 맥주 한 잔 마시는 게 고된 직장인들 사이 하나의 낙으로 불리면서, 이 맛에 반해 ‘치느님’이라고 불리던 치킨이었다. 그런데 최근 몇 달 사이 치킨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냉랭해졌다. ‘치킨 1마리 2만원’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이렇게 비싸다면 사먹지 않겠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폭주하면서 오히려 치킨 시장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업계 각자의 입장 차이 역시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먼저 가격 인상을 단행한 프랜차이즈 업계는 가격 인상의 명분으로, 가맹점주의 경영난 문제와 AI(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한 닭고기값 상승을 이유로 들었다.

이에 반기를 든 것은 대한양계협회다. 최근 AI로 닭 소비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일부 치킨 회사들이 가격을 올려 소비가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며, 2만원이 넘는 ‘비싼 치킨’ 불매 운동을 시작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양계협회 관계자는 “치킨 프랜차이즈에 공급하는 닭은 1700~2000원 내외의 고정된 금액으로 계약한다”면서 “AI로 원가가 올라 값을 올린다는 업계 주장은 말도 안된다”는 입장이다.

최근 장바구니 물가가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치킨 프랜차이즈업체들이 앞다퉈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소비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서울시 문정동에 사는 직장인 최 모씨는 “비싸면 사먹지 않으면 된다”면서 “아무리 AI 때문에 가격이 올랐다고 해도 1마리에 2만원은 너무 터무니없다”라는 입장이다. 최 씨는 “최근에는 치킨이 들어간 다양한 음식 메뉴나 편의점 도시락도 많은데 굳이 치킨을 사먹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주문량 반토막으로 뚝...결국 광고비 투자?

BBQ는 지난달 초에 이어 이달 초까지 두 차례에 걸쳐 총 30여 품목의 가격을 올렸다. 두 번의 연이은 가격 인상으로 대부분의 BBQ 치킨가격은 2만원 안팎까지 뛰었다. 뒤이어 교촌치킨과 KFC 등 눈치만 보던 업체들도 가격 인상 도미노 대열에 참여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대형마트에서 현재 판매되고 있는 생닭(1kg·백숙용)이 5000원대 후반에서 6000원대에 판매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도, 닭고기 가격이 육계와 도계는 물론, 소비자 가격도 상승했다고는 하지만 프랜차이즈에 판매하는 1마리당 가격은 너무 비싸다는 지적이다.

또 치킨 프랜차이즈들이 주장하는 가격 인상 이유가 ‘가맹점주들의 경영난’이라고 하는데, 이번에 치킨 업계가 무리하게 가격을 올리면서 오히려 주문량이 떨어졌다고 어려움을 호소하는 점주도 있다.

서울 강동구에서 치킨 프랜차이즈를 운영하고 있는 한 가맹점주는 “가격을 올린 후 오히려 주문량이 30% 정도 줄어든 것 같다”면서 “언론에서 치킨 가격이 비싸다고 계속 얘기하고 소비자들도 불만을 야기하면서 분위기가 좋지 않아 걱정이 많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가맹점주는 “사실 가격을 올린다고 했을 때 정부에서 나서는 등 큰 이슈가 되는 것 같아 가격 인상에 반대를 했지만, 가격 인상이 꼭 필요하다고 요구하는 점주도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BBQ 측은 이번 가격 인상과 관련해 “본사가 가져가는 몫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최근 가격 인상분 중 500원을 본사 광고비 분담을 목적으로 내라고 가맹점주들에게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결국 마케팅 비용이 가격 인상에 영향을 준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가 광고비나 마케팅비를 많이 쓰고 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BBQ치킨은 지난해 광고·판촉비로 128억원을 사용했다. 반면 상품개발비는 1억6000만원으로, 광고판촉비의 80분의 1 수준이다. 교촌치킨은 지난해 147억원을 광고·판촉비로 집행했고 BHC는 101억원을 썼다.

치킨업계 관계자는 “광고비로는 매년 100억원대를 꾸준히 쓰지만, 상품 개발비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며 “과도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제품 개발 보다는 연예인을 동원한 광고에 투자를 많이하고 있는데, 이는 결국 가맹점주의 부담이자 치킨가격 상승의 요인”이라고 비판했다.

한 가맹점주는 원재료 가격 인상에 대한 걱정을 토로했다. 그에 따르면 지금은 본사에서 재료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고 하지만, 두어달 내에 슬쩍 올릴 수도 있다. 그렇다면 결국 메뉴 가격을 인상했다고 하더라도 돌아오는 이익은 본사에게만 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BBQ, 교촌치킨, bhc 등 치킨프랜차이즈 빅3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모두 증가했다는 점도 눈길이 간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교촌에프앤비는 지난해 매출이 2911억3400만원으로 전년 2575억6800만원보다 11.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76억9700만원으로 14.4%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103억3300만원으로 32.5% 증가했다.

BBQ는 지난해 매출액이 2197억5300만원으로 2015년 2158억6000만원에 비해 1.8%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91억1900만원으로 전년도 138억9000만원보다 27.3% 올랐다. bhc는 지난해 2326억원의 매출을 올려 창사 이래 첫 2000억원대에 진입했다.

이처럼 대형 프랜차이즈 본사 매출이 일제히 증가했고 특히 영업이익률이 크게 상승했다는 점에서, 이번 가격 인상이 가맹점 수익보호라는 것은 명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치킨대란 폭풍 속 '혜자스러운' 치킨 재조명

이런 상황에서 치킨 가격의 역발상을 제안한 업체가 있어 주목된다. 널뛰는 물가 안정을 위해 한 중견 업체가 오히려 치킨 가격을 내리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전국에 516개 가맹점을 운영 중인 ‘또봉이통닭’은 오는 20일부터 한 달간 전국 모든 가맹점의 치킨 메뉴 가격을 최대 10% 인하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지난 3월에도 또봉이통닭은 AI 여파로 닭고기 가격이 폭등하던 시기에도 모든 치킨 메뉴 가격을 평균 5% 인하한 바 있다.

이에 대표 메뉴인 양념통닭(1만1000원→1만450원)과 파닭(1만2000원→1만1400원), 간장마늘통닭(1만2000원→1만1400원) 등은 가격이 평균 5%가량 싸진다. 신메뉴인 갈비통닭(1만3000원→1만1700원), 또봉이맵닭(1만3000원→1만1700원) 등은 최대 10% 가격이 인하된다. 다만 ‘반값 치킨’으로 인기가 높은 또봉이통닭(8900원)은 가격을 그대로 유지한다.

복희수 또봉이통닭 본부장은 “최근 모든 먹거리 물가가 치솟는 가운데 서민물가안정 차원에서 큰 폭의 가격 인하를 결정했다”며 “가격 인하분은 본사에서 100% 보전해주기 때문에 가맹점은 전혀 손해를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기에 맘스터치에서 판매되고 있는 치킨은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일명 ‘혜자스럽다’는 평가를 받으며 주목받고 있다. ‘혜자스럽다’는 표현은 배우 김혜자를 모델로 한 한 편의점 도시락에서 유래한 신조어로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가 좋은 먹거리를 지칭한다.

실제로 맘스터치에서 판매되고 있는 치킨 반마리(4~5조각) 가격은 4500원으로, 최근 1인 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혼자 먹기 좋은 가성비 좋은 메뉴로 인기를 얻고 있다. 통치킨의 경우 한 마리에 8000원이다. 가격 대비 구성이 알차다는 점에서 소비자들로부터 호응을 얻는 메뉴로 최근 치킨 가격이 비싸다는 지적이 생기면서 더욱 주목받기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널뛰는 장바구니 물가 때문에 서민들의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영업이익이 꾸준히 증가하는 치킨 프랜차이즈에서 가격인상을 강행하면서 오히려 소비자 신뢰를 잃은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최근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치킨 프랜차이즈 가격 담합 조사에 나선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제너시스 BBQ가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고 밝히며 “가격 인상에 따른 치킨 업계 후폭풍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