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에 사는 B(46) 씨는 인생의 절반을 끔찍한 고통 속에서 보냈다. 매달 돌아오는 ‘월경’ 때문이다. 평균보다 긴 기간 동안 많은 양의 생리혈이 나올 때면 그녀의 몸은 쇠약해지고, 일상생활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피임약을 복용하거나 자궁 내막을 얇게 하는 치료도 시행해 봤지만 소용없었다. 아기를 낳으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상황은 더 악화됐다.

절망에 빠져 있던 그녀가 의사로부터 들은 소식은 충격적이었다. 그녀는 선천적 혈액 응고 장애인 `폰 빌레브란트병(Von Willebrand)`이었던 것이다.

월경(月經)은 여성의 권리임과 동시에 여성의 숙적이다. 한 달에 한 번, 약 7일 정도 피를 쏟아내는 것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월경 기간이 7일을 넘어가거나 출혈량이 많아 일상생활이 어렵다면 전문의를 찾는 것이 좋다. 폰 빌레브란트병일 수 있기 때문이다.

▲ 출처=이미지투데이

女, 월경·출산 시 과다 출혈 위험 높아

폰 빌레브란트병은 혈우병과 마찬가지로 응고인자가 부족해 지혈이 잘 안 되는 병이다. 혈장, 혈소판, 혈관 내피세포 등에서 발견되는 부착 당단백인 폰 빌레브란트 인자(von Willebrand factor, VWF)의 결핍 또는 기능 저하에 의해 혈소판과 혈관 사이의 상호작용이 저해돼 발생된다.

이 질환은 특히 진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폰 빌레브란트 인자의 검사치가 임신, 감염, 심한 운동, 피임약의 복용 등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에 반복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영국 로치데일 병원(Rochdale Infirmary)의 말콤 딕슨 박사(Dr. Malcolm Dickson)는 “이 병을 가지고 있는 대다수 사람들은 큰 문제가 없지만, 출산과 월경을 하는 여성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여성들은 피임약 복용 등으로 올바른 치료를 받을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말했다.

딕슨 박사는 “피임약은 폰 빌레브란트병으로 인한 출혈을 통제하는 데는 별로 효과적이지 않다”라며 “이 병을 앓고 있는 여성은 출산이나 수술 후 과다 출혈의 위험이 높아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월경 기간이 너무 길고, 출혈이 너무 많아 위생용품을 자주 바꿔야 할 정도의 증상을 가진 여성의 30%는 이 병을 앓고 있다”며 “또 잦은 코피, 상처를 입거나 수술 후 심한 출혈 발생 등이 있다면 꼭 이 병을 의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궁적출술 해답 아냐…적절한 약물치료로 효과 봐야

퀸 엘리자베스 병원(Queen Elizabeth Hospital)의 찰스 퍼시 박사(Dr. Charles Percy)는 “자궁 적출술만이 해결책이라고 알려져 있다”라며 “따라서 과다월경으로 고통을 받는 대부분 여성들은 자궁 적출술을 받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약물치료로도 충분히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퍼시 박사에 따르면 프로게스테론 전용 피임약은 경구피임약(Combined Pill)보다 자궁 내막을 얇게 하는 데 효과적이어서 과다 출혈을 예방할 수 있다.

Percy 박사는 “‘트라넥사민산(tranexamic acid)’은 혈전이 파괴되는 것을 막아 출혈을 감소시킨다”라며 “데스모프레신(desmopressin)제는 폰 빌레브란트 분비를 자극해 혈액 응고를 촉진시킨다”고 설명했다.

또 “수혈을 통해 폰 빌레브란트 인자를 투여하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