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를 절대로 좌시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재천명한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3일 취임 후 처음으로 주재한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한 말이다. 정부가 새 정부 출범 이후 과열 양상을 보이는 부동산 시장에 던진 강력한 ‘경고’ 메시지로 볼 수 있다.

5월 마지막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전주 대비)은 0.45%로 2006년 11월 이후 10년 6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강남권 주요 아파트들의 매매가격이 1년 사이 최소 1억원 이상 상승하는 등 고공행진을 하고 있으니 정부가 경고음을 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경고음이 조금 늦게 나온 게 흠이라면 흠이다. 지난해 초 천정부지로 치솟은 가격이 한때 규제 여파로 주춤했지만, 올해 들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주요 재건축 아파트들이 가격 상승을 주도하자 일반 아파트들이 뒤따르고 뒤이어 서울에 인접한 수도권 아파트의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더 큰 문제는 매매가뿐 아니라 전세값도 덩달아 뛰고 있다는 점이다. 4월 기준으로 서울에서 아파트 전세를 재계약할 때는 6190만원을 더 얹어줘야 한다는 한국감정원의 통계는 이런 현실을 잘 보여준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매매가에서 전세가가 차지하는 전세가율은 70%를 넘어선 지 오래다.

이런 과열의 부작용은 고스란히 중산 서민층의 피해로 돌아간다. 월세 비중이 높아지고 그 금액 또한 늘어난다. 국토부가 발표한 ‘2016년 일반가구 주거실태조사’를 살펴보면 임차가구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60.5%로 크게 늘었다. 2년 전보다는 5.5%포인트, 2006년 이후 10년간 14.7%포인트나 상승한 수치다. 월세 역시 만만치 않다. 수십만원은 예사다. 가히 ‘살인적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높은 곳도 부지기수다.

무주택자들의 허리가 휘고 있지만 이를 기회로 활용하는 ‘갭투자’가 성행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최근 인터넷 부동산 카페와 SNS상에는 이러한 갭투자 관련 글들이 쇄도하고 있고 적은 돈으로 여러 채의 집을 사 돈을 벌었다는 무용담들이 즐비하고 문의도 넘쳐난다. 갭투자는 전세를 끼고 적은 돈으로 아파트를 매입해 이를 다시 되팔아 시세차익을 내거나 전셋값을 올려 수익을 남긴다. 집값이 떨어질 경우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깡통전세’가 속출하는 등 큰 피해가 우려되지만 브레이크는 전혀 걸리지 않고 있다.

왜 이런 과열 현상이 발생했을까?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실수요자들이 몰린 것이 원인일 수 있다. 투기도 있는 것 같다. 정부가 최근 230여명의 투기단속반을 강남권 등 전국에 투입한 것을 보면 부동산 투기가 성행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근본 이유는 돈이 넘쳐나고 있는 것이다. 돈을 빌리기는 쉽지만 마땅한 투자처가 없으니 돈이 될 만한 부동산으로 돈이 몰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는 1.25%로 1년째 그대로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 대출금리와 수신금리는 낮을 수밖에 없다. 무주택자는 내 집 마련을 위해, 유주택자는 좀 더 좋은 집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 창구를 두드리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앉아서 장사하는 고약한 버릇을 버리지 못하는 은행은 아파트 담보가 있으면 그냥 돈을 내준다. 3월 말 기준으로 가계부채가 1359조원으로 불어나고 그중 약 절반인 678조원이 주택담보대출이라는 사실은 이런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정부는 말로만 경고할 게 아니라 정말로 칼을 빼고 실제로 휘둘러야 할 시점이 됐다. 부동산시장 경착륙이 가계부채 부실 위험을 높여 결국 금융기관 리스크를 확대할 가능성을 선제예방하는 게 우리 경제에 좋다. 그렇지만 부동산시장은 성장의 중요한 축이고  많은 투자자들이 참여하는 만큼 대단히 세심하게 다뤄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투기과열지구 카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강화,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 연장,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활 등 여러 대책을 면밀히 검토해 시장상황에 맞게 외과수술식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가계부채가 커 부작용이 금리인상 시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말만 하지 말고 돈줄을 죄는 것도 검토할 것을 권한다. 금리 인상 시 대출금을 제대로 갚지 못하는 한계가구가 속출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그것대로 대책을 세우면 된다. 돈줄을 죄면 투자가 줄어든다는 일각의 지적도 있지만 저금리에 투자가 늘어나 경제가 살아났느냐고 묻고 싶다. 저금리 탓에 중산층은 자산을 증식할 기회를 박탈당했고 자산운용사들도 난처한 처지가 됐다. 갈 곳을 잃은 여유자금은 부동산 시장으로 가지 않으면  쥐꼬리만한 이자를 받고 은행금고에서 잠을 자야 하는 형국이다. 

정부는 약속대로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좌시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