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아파트의 관리에 공공성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흔히 접한다. ‘공공성’의 사전적 의미는 ‘한 개인이나 단체가 아닌 일반 사회 구성원 전체에 두루 관련되는 성질’을 의미한다. 관리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서 공적 지원, 공적 개입을 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일본에서도 비슷한 담론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개인의 사유재산인 맨션에 대해 과연 공적 지원을 해야 하는가? 일본 내에서 맨션 관리에 대한 공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다양한 견해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토지의 고도이용, 불연화 추진의 측면”

분양 맨션은 토지의 고도이용, 불연화라는 공공의 요청에 대응하기 위한 주택형식이기 때문에 공급과 관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공적 지원이 불가피하다. 맨션은 주택의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토지의 고도이용이 가능한 집합건물 형식의 공동주택이 필요했기 때문에 등장했다. 더불어 일본 국내에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목조주택이 지진과 화재에 취약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해소해 주택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측면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맨션은 사유재산이지만 정책적인 목적과 공공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공적인 지원을 필요로 한다는 견해이다.

 

“도시환경 악화 방지의 측면”

맨션의 유지, 관리 문제를 방치하면 주변의 주거환경, 나아가 도시환경의 악화, 안전이나 위생 측면에서의 불안을 포함해 장래 사회문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공적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맨션이나 주택단지는 고층화, 고밀화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지역 내에서도 존재감이 크다. 단독주택 밀집지역보다 시각적으로도 눈에 띈다. 유지, 관리에 태만하고 관리 수준이 뒤떨어진 맨션이 점차 증가하게 된다면 주변 지역은 물론, 도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공적 대응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양호한 재고주택 형성의 측면”

사회적으로 자원의 효율적인 이용이라는 관점에서 분양맨션 또한 양질의 주택재고로 형성해나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공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견해이다. 양질의 맨션 재고를 형성하고 이를 유지하는 것은 자원의 효율적인 이용을 가능하게 한다. 맨션의 적절한 유지, 관리, 필요한 경우에는 리모델링, 개량 등을 실시해 가능한 한 건물을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도록 공적 지원이 필요하다.

 

“자가주택 취득 지원의 측면”

도시민이 자가주택을 안심하고 취득할 수 있도록 조건을 정비하는 측면에서 맨션 관리가 적절하게 실시될 수 있도록 공적 지원이 필요하다. 이 견해는 특히 대도시에서 자가 거주를 희망하는 도시민이 주택취득을 실현하기 위해서 제기되었다. 일본인들은 단독주택을 선호하지만 도시 내에는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이 한정되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하고, 또한 한정된 공간에 효율적으로 도시의 인구를 수용할 수 있는 주택 형식이 분양맨션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이 형성되었다고 해도 분양 맨션 중에서는 양호한 유지, 관리를 위한 관리체계가 마련되지 않거나 충분히 기능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도시의 주민이 안심하고 분양주택을 선택할 수 있도록 유지, 관리에 대한 조건을 행정기관에서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집단성에 대한 지원 측면”

맨션은 하나의 건물 내 공용 부분을 다수가 공동으로 소유하기 때문에 합의형성을 비롯해 공동의 관리활동이 용이하지 않다. 맨션의 유지, 관리를 위해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사항은 구분소유자가 관리조합을 조직하고 운영하는 일이다. 그중에서도 구분소유자의 합의를 얻는 것이 요구되지만 구분소유자의 인식이나 각자의 상황이 다르기에 합의 형성이 원활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맨션의 관리에서 나아가 재건축, 단지재생 등으로 이어지면 일상적인 유지보수와 달리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기 때문에 합의형성 또한 어려워진다. 따라서 맨션의 관리조합으로서 구분소유자의 적절한 합의형성을 도출하기 위한 공적 지원도 필요하다.

 

“소비자 보호의 측면”

맨션의 건물, 설비의 상태, 그리고 관리규약, 사용세칙, 관리위수탁계약 등의 내용은 전문성이 높기 때문에 입주해 관리하기 이전부터 소비자 보호의 관점에서 공적 지원이 필요하다.

맨션이 등장하기 시작했을 때, 초기의 문제는 맨션의 판매, 분양에 관한 문제였지만 점차 개발이나 분양의 방법이 관리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부각되었다. 개발, 분양단계에서 관리에 관한 초기설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거주자가 관리하는 데에 불리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감안해 소비자 보호의 측면에서 개발이나 분양할 때부터 맨션의 관리에 관한 사항을 명확히 정하고 설명하도록 개발업자를 지도하는 등의 공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있다.

 

“커뮤니티 육성의 측면”

맨션의 관리조합을 지원하는 것은 지역 주민 간의 연대, 커뮤니티 육성으로 이어지므로 공적 지원이 필요하다. 좁은 의미에서는 맨션 내의 구분소유자나 거주자의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것을 지원해 커뮤니티에 참가한 거주자들이 맨션의 유지, 관리에 대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넓은 의미에서는 맨션뿐만 아니라 맨션을 포함한 지역의 커뮤니티를 활성화에 기여하도록 할 수 있다. 대도시뿐만 아니라 지방의 소도시에서도 맨션이 증가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커뮤니티 육성의 측면에서 맨션에 대한 공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견해이다.

앞서 소개한 여러 견해들을 잘 살펴보면 맨션의 거주자, 관리활동에 대한 공적 지원은 필요하고 공적 지원의 효과는 매우 다양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파트 관리의 공공성 강화라는 측면이 강조되어 아파트 관리 업무 시 필수적으로 이행해야 할 사항들을 법 규정 속에 담았고, 업무의 투명성을 위해 사회적으로 관리문제가 부각될 때마다 법령의 개정, 행정지침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공적 지원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관리현장에서는 법 규정이나 행정지침을 준수하는 것이 목적이 되었고 관리업무 또한 획일화되었다. 그러나 불특정 다수가 거주하는 공동주택은 물리적 특성, 거주자 특성, 관리 특성 등 조건이 모두 다르므로 관리업무가 획일화되어서는 개별적으로 나타나는 관리문제를 해결하고 대응하가 어렵다.

우리가 중요하게 논의해야 할 사항은 공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사실의 논리적 증명이 아니라 공적 지원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어떤 방법으로 지원해야 마땅한지? 이다. 공공의 개입이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미가 모든 사안을 같은 잣대로 옳고 그름을 가늠하게 하는 것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사유재산인 집합건물에 있어서 관리의 스타일, 효율적인 관리의 방법은 소유 주체가 결정하는 것이다. 다만 소유 주체가 큰 범주에서 바람직한 방향을 결정할 수 있도록 공적 지원의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과거에는 사회 분위기를 악화한다며 장발 단속을 하고 통금시간을 어기면 벌을 받았던 시대도 있었다. 현대 우리 사회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로 발전했다. 아파트 관리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벌하는 단속적 의미보다는 소유 주체의 노력이 들어가고 개성이 살아 있는 특별한 관리 사례가 많이 등장하도록 유도하는 공적 지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