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마찬가지로 가젯(Gadget)의 미래는 불확실하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제품이 나오면 언제 시장에서 퇴출당할지 모를 일이니. MP3 플레이어, 카세트 테이프, 필름카메라 등이 그런 운명을 피하지 못했다.

어느 날 그들이 모였다. 회동이라 하기엔 거창하고, 잡담을 나눴다. 모인 이유? 제법 무게감 있다. 미래 걱정 때문이다. 생존 문제인 셈이다. 카메라, 음향기기, 스마트폰 등 이미 사람들 일상에 파고든 가젯은 물론 가상현실(VR) 헤드셋이나 드론 같은 새로운 물건들도 모여 고민을 나눴다.

‘우리 미래는?’ 익명의 가젯들이 한마디씩 했다. 같은 제품군이라고 해도 고민의 결이 달랐다. 각기 다른 현실인식으로 다른 미래를 꿈꿨다. 아, 물론 이 기획은 현실에 기반해 가상으로 지어낸 얘기다.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 충분히 똑똑한 기계들은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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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젤리스 스마트폰 샤오미 미믹스. 출처=샤오미

SmartPhone: 모든 가젯을 흡수했다. 이젠 흡수당할 차례?

#익명의 조립식 스마트폰: 우리가 속한 시장이 성장 침체라는 건 인정해야 합니다. 특히 선진국 시장이요. 정말 포화 상태죠. 수요를 억지로 짜내야 합니다. 주목받던 중국 시장도 점차 포화 단계로 넘어가고 있고요. 막 주목받기 시작한 신흥 시장들도 결국은 금방 그렇게 되겠죠. 사람들이 우리가 상향 평준화됐다고들 얘기합니다. 스펙에서 변별력을 지니기 어렵다는 거죠. 우리 모두 살아남으려면 결국 차별화, 다른 말로 특화를 생각해야 해요. 각각 차별화 경쟁으로 독자적인 정체성을 지니면서 ‘평준화’라는 프레임을 깨자는 거죠. 특화요? 여러 방법이 있겠는데 개인적으론 G5 모듈 실험을 높게 평가합니다.

#익명의 베젤리스 스마트폰: 스펙 우월주의 시대는 확실히 끝났다고 봅니다. 어쨌든 우리 스펙이 계속 진화하고 있는 건 맞지만 사람들이 그 부분에 주목하지 않는다는 거죠. 제 생각엔 우리가 너무 표준화 내지는 획일화됐다고 생각해요. 분명 서로 다른 얼굴을 하고 있으며, 기능도 다르지만 한 발짝 뒤에서 보면 다 비슷비슷할 뿐이죠. 우린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요? 특화는 디자인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봅니다. 연두색 컬러라든지, 액정이 휘어져 있다든지, 카메라가 앞뒤로 회전된다든지, 베젤을 최소화했다든지. 모두 독특한 인상을 주기 위한 노력이죠. 표준화로부터 벗어나 낯선 디자인을 지향하고, 거기에다가 기능성까지 겸비하면 우리 미래를 보장한 새로운 수요 창출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 프리미엄 스마트폰 삼성전자 갤럭시S8. 출처=삼성전자

#익명의 키즈폰: 제가 이런 얘길 하기에 적합한 폰인지는 모르겠지만 글쎄요. 제가 부정적인 성향인 것도 있겠지만 자꾸 디스토피아가 떠오르네요. 우린 다른 물건을 흡수하면서 성장했어요. MP3 플레이어, 카메라, 계산기, 녹음기, 달력 등등. 그 대상은 점점 늘어나고 있고요. 거의 모든 걸 대체하고 있는데 우리라고 흡수 대상이 되지 말란 법은 없겠죠. 안심해서는 안 됩니다. 스마트글래스라든가 스마트워치, 음성인식 인터페이스를 지원하는 개인용 로봇까지. 우리에겐 리스크들입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우리가 대체되는 것이 아닌, 형태가 바뀌는 일일 수도 있겠지만요. 생존하려면 우리 안의 파괴적인 혁신이 필요한 시점 아닐지.

#익명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우리 최대 강점은 확장성이라고 생각해요. 결국 확장에 미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술 발달로 하드웨어적인 보강이 이뤄지는 한편 애플리케이션(앱)이 추가되면서 소프트웨어적인 확장도 이뤄질 겁니다. 특히 신기술과의 만남이 기대됩니다. 이미 진행되고 있죠. 우리가 가상현실 헤드셋과 합체된다든지 드론을 조종하는 컨트롤러 역할을 하는 사례들 말이에요. 이런 사례는 더 많아질 거예요. 확장에 확장이 거듭될 겁니다. 요약하자면 우리 자체는 강해지고, 확장을 통해 역할은 더욱 늘어날 겁니다.

▲ 미니멀 스마트폰 젤리. 출처=유니허츠

#익명의 엔트리급 스마트폰: 섣부른 위기론은 전혀 생산적이지 않아요. 시장이 포화됐다는 지적도 과장된 측면이 있죠. 일단 이머징 마켓에서 중저가 시장 성장이 뜨겁습니다. 시장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프리미엄 제품 수요로 이어지고 있고요. 일례로 인도 시장을 보세요. 인구는 중국에 버금가는데 아직 우릴 갖지 못한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속단하지 마세요. 우린 아직 흡수 대상이 아니라 주체입니다. 자신감을 가지고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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