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시간 운영하는 탐앤탐스 매장에서 밤늦게까지 많은 손님들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여름철이 되면 열대야를 피해 새벽까지 매장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출처: 탐앤탐스

사회적인 변화와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바뀌면서 주요 소비 시간대가 낮에서 밤으로 옮겨가는 사례도 늘고 있다. 특히 곧 다가오는 여름 성수기 시즌의 경우, 최근 몇 년 사이 폭염이 지속되면서 날씨의 영향까지 더해져 새벽 시간대 활동하는 인구 증가로 유통업계 매출도 덩달아 올랐다.

유통업계에서 유일하게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는 편의점의 심야시간대 매출은 여름이 되면 더욱 증가한다. 특히 1인 가구를 중심으로 주류를 포함한 음료 제품이 가장 잘 팔렸고, 야식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도시락 매출도 오르는 점이 눈에 띈다.

편의점 CU의 경우 6~8월 밤 12시부터 오전 6시까지 매출 신장률을 살펴보면 2015년 22.5%, 지난해 16.3% 올랐다. 이 시간대 가장 잘 팔리는 상품 카테고리는 1위 맥주에 이어 소주, 탄산음료, 가공유, 컵라면 등으로 음료 제품이 상위권에 다수 포진했다. CU관계자는 “여름철 폭염이 지속되면서 1인 가구를 중심으로 간단하게 마실 수 있는 음료 제품 위주로 매출이
높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세븐일레븐이 올해 1월 1일~6월 6일까지 카테고리별 주 이용 시간대를 분석한 결과, 오후 6시~밤 24시 사이 출출함을 달래기 위한 야식이나 간식거리, 주류 매출이 높게 나타났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맥주 매출은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매출이 전체의 63.6%를, 소주 또한 54.9%의 매출 구성비를 차지했다. 술과 함께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안주류인 냉장식품과 냉동식품은 각각 41.4%, 46.2%의 매출 구성비를 차지했고, 간단하게 배를 채울 수 있는 햄버거와 라면 등의 매출도 각각 34.9%, 36.9%에 달하며 밤 시간대 매출이 높게 나타났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1인 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접근성이 뛰어난 편의점에서 간편하게 저녁을 해결하거나 늦은 시간 출출함을 달래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또 혼술족의 증가로 늦은 시간대 술과 함께 안주류를 찾는 소비자들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마켓의 경우에는 밤 시간대만 특별히 잘 팔리는 제품의 특징은 없다. 채널 특성상 주요 소비 시간대 구분이 없는 것은 모바일 쇼핑 및 간편 결제의 확산으로 언제 어디서나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밤 시간을 이용해 운동을 하는 인구가 많아지면서, 온라인 마켓을 활용해 야간 활동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아이템을 구입하는 소비자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G마켓에 따르면 밤 시간을 환하게 밝혀 줄 수 있는 아이템이 주로 인기다. 이에 2017년 1~4월까지 전년 대비 매출을 살펴본 결과 ‘LED 암밴드’는 33%, ‘반사밴드’ 339%, ‘반사테이프’ 45%, ‘야광 배드민턴공’은 65%나 매출이 올랐다.

밤에 활용하기 좋은 아이템을 중심으로 눈에 띄는 제품도 많다. ‘야광신발끈’은 별도의 배터리가 필요 없이 야간 스포츠 활동을 돕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제품이다. 핑크, 그린, 블루, 화이트가 어둠에서 형광 빛으로 변해 시각적인 만족은 물론 안전에도 도움을 줄 수 있어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다. ‘코아브LED암밴드’는 야간에 즐기는 자전거 라이딩이나 등산 및 러닝 등에 필요한 제품으로 팔, 다리, 가방 등 다양한 위치에 착용하면 2가지 모드의 LED 불빛이 켜져 안전하게 운동을 할 수 있다.

FIBA(세계농구연맹)에 농구공을 제공하는 몰텐의 ‘몰텐 형광 농구공’은 형광 오렌지 띠가 농구공에 적용돼 밤에 시야를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노란띠 면에도 듀얼큐션이 들어 있어, 플레이를 즐길 때도 일반적인 공과 차이가 없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G마켓 관계자는 “본격적으로 야외 활동을 하기에 좋은 계절이 시작되면서 야간에 특화된 제품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면서 “안전하고 즐거운 야간 스포츠 활동을 위해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도 시야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품을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홈쇼핑업계에 따르면 주된 시청자인 주부가 모든 가사일을 마치고 편안하게 시청할 수 있는 시간대가 저녁에서 새벽까지 길어져 밤 12시 이후에도 다양한 상품을 편성하는 전략으로 펼치고 있다.

CJ오쇼핑은 심야 활동이 늘어나는 여름 시즌(6월 15일~8월 15일) 새벽 시간대에 판매한 상품들을 분석해보면 여행, 보험, 패션상품 순으로 편성 비중이 높았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CJ오쇼핑의 해당 시즌 오전 1시~오전 6시까지 판매 상품을 분석한 결과 여행상품이 2년 연속으로 가장 많이 방송된 것으로 나타났다.

CJ오쇼핑 관계자는 “낮에 겪었던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조용히 방송에 집중할 수 있는 새벽 시간대에 여행 상품을 편성을 하면, 여행에 대한 기대감도 같이 높아지면서 구입으로 이어진다”면서 “보험상품 역시 장기간의 계약과 각종 보장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필수인 상품이라, 조용히 조건에 대해 따져보고 고를 수 있는 심야 시간대에 판매가 많았다”고 분석했다.

롯데홈쇼핑의 경우, 국내 디저트 시장이 9조원대로 성장함에 따라 젊은 주부의 시청률이 높은 심야 시간대에 지난 4월 ‘글래머러스 펭귄 티라미수’를 단독으로 방송, 총 주문금액 5억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완판을 기록했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사실 먹거리는 주로 저녁 시간대에 편성을 하는 편인데, 젊은 주부들 사이에서 디저트가 인기인 데다 새벽 시간대 시청률이 증가한다는 점에 착안해 기획한 것으로 결과가 좋았다”고 설명했다.

▲ 매주 주말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개최되는 ‘밤도깨비 야시장’에서는 직접 만든 핸드메이드 악세사리, 지갑, 향수 등을 판매하고 있어 젊은 여성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커피 전문점은 지역 상권에 맞는 맞춤형 전략으로 대학가와 유흥가 혹은 심야까지 운영하는 업종이 많은 지역 위주로 24시간 운영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대학가 주변의 경우 ‘카공(카페에서 공부하는)족’을 겨냥해 새벽까지 운영하는 매장이 시험 기간이나 여름만 되면 문정성시를 이룬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24시간 커피숍은 2005년 탐앤탐스가 처음으로 압구정로데오점에서 선보이면서 시작됐다. 탐앤탐스는 올해 5월 기준, 104개의 24시간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특히 폭염이 심했던 2016년 6~8월까지 새벽 1~2시의 매출은 같은 해 1~3월과 대비해 약 27%까지 매출이 상승하는 등 여름철 더위를 피해 매장을 찾는 손님들이 많았다.

할리스는 6월 기준 약 50개점에서 24시간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여름 시즌에 더위를 피해 매장을 방문하는 손님들이 많아 7~8월 밤 12시 이후 매출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관계자에 따르면 작년 7~8월은 2015년 7~8월 대비 매출이 20% 올랐다.

야식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애플리케이션 활용도가 눈에 띈다. 모바일을 이용해 손쉽게 메뉴를 정하고 주문할 수 있는 시스템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배달의 민족에 따르면 지난 4월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3시까지 배달의 민족 앱으로 야식을 주문한 건수는 300만
건에 달한다. 이 시간대 주문 건수는 지난 6개월 사이 15% 늘었다.

건대에는 24시간 운영되는 헤어숍이 있는데, 주변 학생들은 물론 학교 상권 근처임에도 불구하고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난 곳이다. 평일 저녁 퇴근 후에 방문해도 마감시간 눈치 보지 않고 원하는 헤어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쁜 직장인들에게 인기다.

이 외에도 스크린 야구, 스크린 골프, 24시 셀프 세차 등의 활동을 밤에 하는 수요가 많아지면서 이들을 겨냥해 영업시간을 새벽까지 연장하는 곳들이 많아졌다. 사실 과거에는 야간의 활동 범위가 술집이나 유흥주점이 대부분이었지만, 바쁘게 사는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24시 헬스장, 24시 골프장, 야간 영어 수업과 피아노 수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생산적인 활동에 참여하는 것으로 점점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1990년대를 거치며 영화, 쇼핑, 운동 등 24시간 동안 즐길 수 있는 문화가 급증하기 시작해 이제는 다양한 분야에서 낮에 업무에 시달리던 사람도 밤 시간에 자유롭게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경제와 문화가 조성됐다”면서 “특히 지금 2030대가 고등학교 때 야간 자율학습을 하던 세대이기도 해, 밤늦게까지 활동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는
것도 이유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처럼 밤에 활동하는 사람을 뜻하는 ‘호모나이트쿠스(Homo Nightcus)’족이라고 부르는 신조어까지 생기며, 이들과 관련된 경제활동이 많아짐에 따라 업계 주목도가 높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