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夜)밤이 되면, 집 밖으로 나오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이들이 밤에 나와 하는 일은 무엇일까.

편의점에 가서 음료수나 맥주 한 캔, 그리고 도시락으로 출출한 배를 달래기도 하고, 24시 운영하는 커피숍에 가서 커피 한 잔을 하면서 공부를 하거나 친구와 수다를 떤다.

밤에 하는 운동도 또 다른 재미가 있다는 게 이들의 이야기다. 야광밴드를 차고 한강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서 형광 농구공으로 운동을 한다. 최근 생긴 스크린 야구장으로 이동해 새벽에야구 한 게임 하는 것도 재미가 쏠쏠하다는 이들도 많다.

밤에 열리는 ‘야시장’도 성황이다. 여의도 한강공원과 동대문DDP, 반포 한강공원 등지에서 열리는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은 매주 주말 저녁만 되면 그 일대가 강남역이나 홍대를 연상시킬 정도로 젊은이들이 북적인다.

이들은 왜 낮보다 밤에 나오는 것을 선호할까. 잠들지 않는 대한민국의 ‘야밤의 경제’를 따라가봤다.

▲ 사진: 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달리진 한강의 풍경...‘볼거리·놀거리·먹거리’ 가득

스테이크, 햄버거, 피자, 만두, 케밥, 핫도그는 물론 디저트로 제격인 아이스크림, 빙수까지 다양한 먹거리가 즐비하다. 여기에 각종 액세서리와 향수제품, 강아지옷 등 온리원(Only One) 핸드메이드 제품들을 판매하는 곳도 눈에 띈다. 북적이는 인파 덕분에 하루에 1000만원 가까이 매출을 올리는 곳도 있단다. 운영시간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5시간 동안 내는 매출이라니, 요즘 같은 불경기에 더군다나 저녁 시간에 이 정도로 장사가 잘될 만큼 사람들이 모이는 곳은 어디일까.

지난 6월 2일 오후 7시, 저녁만 되면 ‘핫플레이스’로 변신한다는 이곳을 찾아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5호선 여의나루역에서 내려 2번 출구로 나왔다. 지하철역 입구에서부터 이미 많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광경에 살짝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제법 풀린 날씨 덕분에 많은 시민들이 한강으로 나들이를 나오면서, 이들을 겨냥한 상인들의 영업경쟁이 뜨거웠다.

아주머니들이 출구 바로 앞에서부터 치킨과 피자 등 배달 전단지를 손에 쥐어주기 시작했는데, 얼떨결에 받은 것만 해도 10장은 넘어 보였다.

돗자리 판매도 눈에 띄었다. 가격은 4000원인데 절반 가격에 대여를 해주기도 했다. 판매상인에게 물어보니 최근 계획 없이 지나가다 들르는 사람들도 많아져 대여를 선호하기도 한다면서, 또 한강에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증가하면서 대여 시스템에 대해 만족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명동, 홍대입구, 이태원, 강남역 만큼이나 뜨거운 밤거리 풍경에 새삼 ‘한강이 이렇게 인기 있는 곳이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더 안쪽으로 발길을 옮겨보니 귀를 사로잡는 감미로운 목소리가 인상적인 버스킹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고, 흐르는 음악에 따라 몸을 가볍게 흔드는 이들의 자유로운 움직임도 눈길을 끌었다. 잔디밭에 돗자리를 펴고 삼삼오오 모여 치킨을 안주 삼아 소주 한 잔을 기울이는 사람들 뒤로 반짝거리는 아름다운 한강 야경까지, 눈 앞에 펼쳐진 진풍경에 눈과 귀가 즐거웠다.

마포대교 방향으로 약 500m 남짓 걸어가다 반짝이는 불빛이 보일 때쯤, ‘맛있는 냄새’가 한강 바람을 타고 솔솔 불면서 코를 자극했다. 시각, 청각에 이어 후각까지 만족시켜주는 곳은 어디일까. 바로 여의도 한강공원 물빛광장에서 열리는 ‘월드나이트마켓’이다.

원나잇 푸드트립 시작… 1인 1트럭 담당까지

‘월드나이트마켓’ 초입에 들어서자 길게 반짝이는 불빛을 따라 화려한 색감과 독특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푸드트럭이 일렬로 나란히 펼쳐졌고, 반대편 천막 안에서는 다양한 핸드메이드 제품이 판매되고 있었다.

여의도 위치 특성상 직장인들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오히려 10~20대가 더 눈에 띌 정도로 젊은 사람들이 많았다. 마치 홍대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줄 정도였다.

현재 여의도 야시장에서는 푸드트럭 42대, 핸드메이드 마켓 50팀이 참여해 다양한 물건을 선보이고 있다. 푸드트럭에서 판매하고 있는 메뉴는 타코, 피자, 치킨, 만두, 스테이크, 새우 요리 등 꽤 다양하다. 가격대는 2000원부터 9000원대까지 보통 1만원 미만이다.

이날 잠깐 비가 내리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드트럭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메뉴를 주문하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현금을 준비해오지 않아서 걱정을 했는데, 모든 곳에서 카드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은 가장 반가운 소식이기도 했다.

 

새우로 만든 음식을 판매하는 ‘쉬림프킹’에는 얼핏 보기에도 약 30명이 넘게 줄을 서 있어 눈길이 갔다. 대학생 김민주(22세) 씨는 “줄을 서고 주문 후 메뉴를 받을 때까지 40분 정도 걸린 것 같다”면서 “한강 야시장이 유명하다고 해서 친구들과 같이 왔는데, 인기가 많은 곳은 꽤 오래 줄을 서야 하기 때문에 각자 흩어져서 주문 후 모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연인 혹은 친구들과 이곳을 방문해 1인 1트럭을 담당하는 경우도 있을 만큼 인기가 대단했다.

이 정도로 음식 장사가 줄을 서서 먹을 만큼 잘된다면, 대체 매출은 어느 정도 나올까 궁금해졌다.

‘두남자의 69스테이크’를 운영하는 채현석 대표는 “주말 이틀간 500만~600만원 정도 매출이 꾸준하게 나온다”면서 “젊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기 때문에 재미있고 개성 있는 퍼포먼스와 신나는 노래를 크게 틀어주면서 시선을 끌고, 메뉴의 맛에도 신경을 쓰는 게 인기 비결”이라고 말했다.

채 대표는 “기존에도 푸드트럭이라는 개념이 있었지만, 젊은이들을 겨냥해 이런 시장이 급증한 게 불과 2~3년 밖에 되지 않았다”라며 “서울 밤도깨비 시장이 유명세를 타면서 항상 사람들이 북적이니까 다들 이곳에서 장사를 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한강이 이처럼 인기가 많진 것은 우리나라 특성상 낮에 다들 바쁘게 일하고 여유가 없는데, 서울 내에서 여유를 느끼면서 먹거리와 다양한 문화를 접하기에 한강만큼 매력적인 곳도 드물기 때문이다.

스테이크를 메뉴로 내세운 곳이 전반적으로 인기가 많아 보였다. ‘불스테이크’에서 판매하는 메뉴는 단 한 가지, ‘불스테이크(150g)’로 가격은 9000원이다. 이날도 쉴 틈 없이 손님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김동우 불스테이크 대표는 “1톤 푸드트럭에서 총 6명이 일을 하고, 매출은 하루에 약 600만원 정도”라며 “초기자본 3000만원을 투자해 푸드트럭을 시작했는데 만족한다”고 말했다.

 

핸드메이드의 경우 액세서리, 향초, 가죽지갑 등 다양한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었다. 특히 올해는 우리나라 반려동물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직접 제작한 강아지 옷과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곳이 눈에 띈다는 게 서울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아울러, 직접 만든 제품만 판매하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디자인의 제품을 구경할 수 있다는 게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너는꽃’이라는 브랜드명으로 운영되는 곳에서는 귀걸이와 팔찌 등 핸드메이드 액세서리를 판매하고 있었다. 10~20대로 보이는 5명의 여성들이 넓지 않은 매대 앞을 꽉 채우고 여러 디자인의 액세서리를 구경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젊은 여성들이 주 고객이라 2만원대 가격은 부담스러워 하는 경향이 있어 가격은 1만원대 초중반으로 맞췄다는 게 ‘너는꽃’ 대표의 설명이다.

이곳의 하루 매출은 200만원 정도로,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이 유명세를 타면서 고정적으로 소비자들이 모이기 때문에 매출 역시 꾸준한 편이다. ‘너는꽃’ 대표는 “평일에는 온라인에서도 판매하고 있는데, 온라인 하루 매출보다 훨씬 높고 홍보비용도 따로 들지 않아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날 연인과 함께 여의도 야시장을 방문한 직장인 김준오(34세) 씨는 “데이트하기에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 와봤는데, 카드 사용이 가능해서 편하고 아름다운 한강 야경을 보면서 맛있는 음식도 여러 가지 맛볼 수 있어 좋았다”라며 “다만, 대부분의 푸드트럭에 줄이 길어 음식을 주문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게 단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야시장이 생겨 젊은이들이 이곳을 일터로 잡고, 또 비슷한 또래의 청년들이 손님이 되어 소비할 수 있는 시장이자 하나의 문화가 생겼다는 점에서 굉장히 고무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박아름(21세) 씨는 “메뉴가 보통 1만원 이하로 부담스럽지 않고, 청소나 분리수거도 잘 되어 있어 깔끔하고 쾌적하다”며 “사실 길거리 음식이라 크게 기대를 안 했는데 가격에 비해 재료 상태가 좋고 맛도 있어서 다시 또 올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726개 일자리 창출… 예비창업자 주목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은 2015년 여의도에서 시범 사업을 시작한 뒤, 지난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와 청계광장, 목동운동장까지 4개로 확장 운영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일평균 7만3000명, 연인원 330만명이 방문해 총 76억원의 매출(3월 31일~10월 28일까지)을 올렸다. 특히 야시장 개최를 통해 약 726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올해는 여의도, DDP, 청계광장, 반포한강공원, 청계천까지 총 5개의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142개의 푸드트럭과 핸드메이드 마켓 265팀이 참여해 3~4주 간격으로 야시장을 순회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 예상 매출액에 대해 “반포와 청계천에서 새롭게 야시장을 열었고, 지난 3월 4곳에서 동시에 야시장을 개장했기 때문에 작년보다 더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같은 야시장이라도 각 지역에 따라 콘셉트가 다르다. 여의도(월드나이트마켓)는 한강 야경과 함께 세계 곳곳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하룻밤의 세계여행’, DDP(청춘런웨이마켓)는 청년 작가의 아이디어 상품과 패션쇼, DJ 공연이 어우러지는 ‘새로운 문화 트렌디 마켓’, 청계광장(타임슬립마켓)은 청계천을 따라 펼쳐지는 ‘가장 한국적인 야시장’, 반포(낭만달빛마켓)는 야경과 무지개 분수, 빛과 음악이 있는 ‘로맨틱한 달빛 시장’을 추구한다.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에 참가하고 싶은 창업자는 1차 서류심사, 2차 현장 품평회를 거쳐야 한다. 서류심사는 서류 구비와 판매 품목의 현장판매 적합 여부, 가산점 등을 합산해 최종 선정자의 1.5배수 내외로 추린다. 현장 품평회는 야시장 판매 품목으로서의 적합성, 시장성, 품질도, 차별성 등에 대해 전문가 평가(80%), 시민 평가(20%)를 더해 선정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5시간 정도 열리는데 오픈 시간과 비교해서 소비자들의 밀집도가 높은 편”이라며 “이에 매년 입소문이 늘면서 예비 창업자들의 문의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곳에서 장사를 할 수 있지만, 모두가 만족할 만한 수익을 얻는 것은 아니다.

익명을 요구한 A 씨는 “푸드트럭 특성상 재료 등 장사를 위해 준비할 수 있는 공간이 한정적이고, 공동의 룰이 있어 정확히 6시부터 시작해 11시면 영업을 끝내야 한다”면서 “밤도깨비 야시장이 인기를 끌면서 이곳에 오고 싶어 하는 창업자들이 많은데, 벌써 장사를 접고 나간 브랜드도 있다. 무조건 매출이 보장될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그는 “푸트트럭을 기준으로 매출의 순이익을 따져보면 재료비, 인건비 등을 빼면 판매 품목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20%에서 최대 30% 정도 남는다고 한다”면서 “매출이 잘 나오는 몇 브랜드를 제외하면 일반 회사원보다 못 버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