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그리고 끊임없이 변하는 트렌드와 반복되는 유행. 하지만 그 속에서 아름답고 싶은 여성들의 마음만은 한결같다.

여성의 가슴을 위한 속옷인 브래지어는 1907년 미국 잡지 <보그>에서 처음 그 용어가 등장했고, 1920년대부터 보편화됐다. 그 이후 브래지어는 당시 귀족 문화에 종지부를 찍으면서 코르셋을 대체하는 속옷이 되었다. 그리고 점차 간결하게 변해서 가슴만 받쳐줄 수 있게 그 모양이 변했고, 여성이라면 누구나 착용하는 속옷의 한 종류가 되었다. 그리고 시대에 따라 변하는 패션 트렌드에 따라 브래지어의 디자인이나 기능도 변화를 거듭해 왔다.

브래지어에 꼭 들어가는 와이어도 트렌드의 변화에 따른 필요에 의해 생겨났다. 1980년대에는 경기가 큰 호황을 이루면서 생활수준이 향상되었다. 소비문화가 정착되고 개개인의 스타일이 중요하게 여겨지면서 개성이 인정되는 시대가 되었다. 당시에는 어깨에 패드를 빵빵하게 넣어 둥글고 입체적으로 몸매를 과장되게 강조한 패션이 인기였고, 몸매를 보정하는 브래지어의 기능과 디자인에 관한 관심이 매우 높아졌다. 여러 변화를 거쳐 와이어를 통해 가슴을 모아주고 받쳐줄 수 있도록 설계된 브래지어가 등장했고 여성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게 된다.

1990년대 초반에는 기성의 고유한 스타일과 장르들이 마구 뒤섞이고 얽혀지는 ‘짬뽕’ 문화, 즉 크로스오버 문화가 등장하면서 패션에서도 복고풍 패션이 유행했다. ‘자유’를 외치는 젊은 여성들은 자신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데 더욱 과감해졌고, 볼륨 있는 몸매가 당당한 아름다움으로 여겨졌다. 속옷 역시 과감한 패션에 어울리게 변화했다. 가슴을 커 보이게 하는 부직포 패드를 브래지어 안에 삽입한 브래지어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고, 비비안에서는 가슴을 커보이게 한다는 의미의 ‘볼륨업 브라’를 선보이며 1990년대 시장을 이끌었다. 한국 여성의 체형에 맞게 패드를 개발하고 오래 사용해도 뭉치거나 굳지 않도록 기능성을 고려해 패드 브래지어 시장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1990년대 말 거리에는 속이 훤히 비치는 ‘시스루룩’과 몸에 꼭 맞게 달라붙는다고 해 일명 ‘쫄티’라고 불렸던 티셔츠를 입고 몸매를 뽐내는 여성들이 넘쳐 났다. 이렇게 겉옷이 몸매를 그대로 노출시키면서 장식이 없는 깔끔한 몰드컵으로 된 브래지어가 필요해졌다. 당시 개발된 비비안의 ‘노브라’는 컵의 봉제선과 레이스를 없애 겉으로 브래지어 자국이 전혀 드러나지 않도록 만들어 여성들의 고민을 해결해 주었다.

한동안 유행의 선두에 있었던 투명 어깨끈 또는 패션 어깨끈도 트렌드의 영향을 받은 아이템이다. 2000년대의 패션은 여성스러움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었다. 장식적인 디테일을 사용해 화려한 여성미를 강조하면서 어깨 전체가 드러나는 탑이나 원피스 등이 유행했고, 따라서 브래지어의 어깨끈이 걸림돌이 되었다. 이때 처음으로 사용된 ‘투명 어깨끈’은 어깨를 말끔하게 드러날 수 있게 해주었으며, 이후에는 비즈나 큐빅 등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패션 어깨끈도 다양하게 출시돼 여름철 여성들의 새로운 액세서리로 한동안 큰 사랑을 받았다.

 

최근에는 전반적인 패션의 키워드가 ‘편안함’과 ‘자연스러움’에 맞춰져 있다. 키를 한껏 높여주던 힐보다는 낮은 플랫슈즈나 로퍼 등이 더 인기가 있고, 각지고 무거운 가방 대신 천으로 된 에코백이나 자연스러움을 강조한 라탄백 등이 유행을 이끌고 있다. 이에 따라 브래지어도 과거에는 몸매 보정이나 볼륨감 강화 등에 초점을 두었다면, 최근에는 자신의 몸에 가장 잘 맞는 핏과 편안함을 제공하기 위한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다른 사람이 들여다보기 힘든 안쪽을 책임지는 속옷도 겉옷의 트렌드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며 변화해왔다. 앞으로도 빠른 속도로 변화할 패션 트렌드, 그 방향에 맞춰 속옷도 앞으로 어떤 변화의 길을 걷게 될지 지켜볼 만하다.